[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좋은 리더’의 기준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본인보다 그를 따르는 팀원들의 태도가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 그렇게 봤을 때 김영환은 ‘만점짜리 리더’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1월 31일. KBL리그를 들썩이게 했던 트레이드 소식. 김영환 선수는 5년 만에 다시 케이티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고, 팀을 옮기자마자 다시 ‘주장’의 완장을 달았다.

공교롭게도 난 그가 팀을 옮긴 후 첫 경기를 했던 날 중계를 위해 현장을 찾았고, 벌써부터 그를 지지하고 믿고 따르는 케이티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따랐겠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케이티 선수들을 위해 김영환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2월 9일. 김영환은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이적 후 세 경기 만에 첫 승리를 맛봤다. 승리 후 활짝 웃는 그의 표정에서 그 간의 희로애락이 묻어나 보이는 것은 내가 ‘바스켓 데이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었을까? 어느 팀에서든 #행복한 #꽃길만걷는 #김영환선수가되길 바라며. 그와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서른 세 살 베테랑의 갑작스러운 이적
박지영(이하 '지영'): 팀을 옮기고 치른 두 경기를 이기지 못해 트레이드의 효과가 가려진 것 같아요.
김영환(이하 '영환'): 제가 왔다고 해서 확 바뀐다면 저야 좋죠. 서로 맞춰나가는 단계고,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선수들과도 장단점을 파악해 가면서 지더라도 좋은 경기를 하고 싶어요.

지영: 지난번에도 “나보다 팀이 이기는 경기가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영환: 그럼요! 제가 와서 두게임 다 졌는데 모두 상위권 팀들이랑 했잖아요? 그런데 저보다 선수들이 미안해하고, 부담감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선수들이 “영환이 형도 우리 팀으로 와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인터뷰에서라도 얘기를 해주고 싶은데 팀이 지니까 그런 얘기를 못해서 오히려 저에게 더 미안해해요. 팀 잘 추슬러서 올 시즌도 그렇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갖고 끝냈으면 좋겠어요. 선수들한테 너무 고맙게 생각해요. 선수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갑자기 변화가 있고, 뜻하지 않게 새로운 선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요. LG도 이기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느낌이에요.(웃음) 빨리 이겨야죠!

지영: 첫 번째 경기보다는 두 번째 경기가 더 호흡을 맞추기 수월했죠?
영환: 아무래도 그렇죠. 플레이 자체가 우리 팀이 많이 움직이고, 개인능력보다는 팀플레이적인 움직임을 원하기 때문에 의외로 저만 잘 맞춘다고 하면 팀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빨리 팀에 맞춰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잖아요. 제가 조금이라도 선수들과 더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영: 첫 번째 경기 스스로에게 50점 줬어요. 두 번째 경기는 어때요?
영환: 제 개인적인 플레이에 대해서 솔직히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아요.(웃음) 컨디션에 따라 선수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으니까요. 팀이 꾸준해야죠. 팀플레이, 수비, 득점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어느 정도 안정적이 되니까요. 두 경기 다 후반에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는데 누구 책임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모두가 같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죠.

지영: 트레이드 사실을 당일까지 다른 선수들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영환: 저도 몰랐어요.(웃음)

지영: 정말요? 당시 상황과 심경을 말해줄 수 있나요?
영환: 그 날 경기가 끝나고 외박을 나갔다가 다음날 오전 운동이 없어 점심에 들어왔어요. 돌아와서 한숨 자고 운동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코치님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주장이니까 ‘뭐 하실 말씀이 있나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찾아갔는데 감독님과 코치님 분위기가 느낌이 좋지 않더라고요. 보통 때의 그 느낌이 아니었어요.

지영: 바로 감지를 하셨나요?
영환: 아뇨. ‘트레이드가 있나’라는 생각은 했죠. 그런데 그게 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 전에도 선수들 트레이드가 되기 전에 제가 주장이니까 항상 저에게 먼저 얘기해 주시고, 나머지 선수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게 팀을 잘 이끌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거든요. 감독님께서 “영환아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너를 트레이드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지영: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던가요?
영환: 아... 뭐지?(웃음) 사실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요. 예상을 전혀 못했으니까요. KT 조성민선수와 트레이드 된다고 얘기를 듣고 괜찮은 척, 당황하지 않는 척 했어요. 감독님 코치님도 팀이 잘 되려고 하신 결정이었을 테니까요. 그 분들도 미안하셨을 테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티를 안 낼라고 했어요. 방에 올라와 잠시 앉아있는데 멍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 ‘일단 짐을 싸야겠다’ 싶더라고요. 

지영: 선수들도 놀랐겠어요?
영환: 운동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내려갔더니 선수들도 당황하더라고요. “그동안 고마웠고, 언젠간 다시 만나겠지” 뭐 그런 얘기를 나눴어요. 짐도 선수들이 도와줘서 금방 정리했어요. KTX타니까 너무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힘들었을 때 생각도 나고요.

김영환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이었고, 왜 눈물이 났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묻지 않았다. 애써 이어가는 먹먹한 목소리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환: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당시 와이프가 제일 걱정을 많이 했죠. 누구보다 제가 힘든 걸 잘 알았기 때문에... 제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무조건 제 편이니까... 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극복을 했어요.

LG의 주장에서 케이티의 주장으로
지영: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영환: 저는 항상 시즌 전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편이에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트레이드 소식을 접한 이후 정신이 멍하고 힘들었던 이유가 시즌 전 세웠던 저의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지영: 그 이후 목표를 다시 세웠나요?
영환: KT에 와서 첫 인사를 하고 ‘아무리 싱숭생숭 해도 나 하나로 힘들고 끝내야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모습을 팀원들에게 보인다면 프로답지 못 한 거니까요. KT도 팀 중심에 있던 선수를 떠나보낸 상황인데 얼마나 혼란스러웠겠어요? 최대한 티를 안 내고,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다행히 (박)상오 형이나 (천)대현이도 있었고, 많이 힘이 되어줬어요. 정말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그날 저녁 바로 목표를 수정했어요. ‘팀의 분위기를 바꿔보자! 무조건 KT를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로 바꿔보자’고요. 지금도 그래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지금은 쓴 소리를 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저희 모두 자신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지영: 프로 데뷔 후, 세 번의 트레이드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기분은 어땠었나요?
영환: 처음에 전자랜드에서 KT올 때는 신인이었으니까 별다른 큰 느낌은 없었지만, KT에서 LG갈 때 조금 충격을 받았었고. 지금도 이렇게 되었네요.(웃음)

지영: 세 번의 트레이드 중 2, 3번째 트레이드가 ‘리빌딩’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김영환 선수에게 ‘리빌딩 전문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 알고 계시죠?
영환: 뜻하지 않게 그런 상황으로 간 것 같아요. 당시 LG의 베테랑 선수들이 나가게 되면서 제가 LG로 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리빌딩’이 되는 시점이었으니까요. 당시엔 트레이드 되면서 자존심도 많이 상하기도 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지금은 ‘리빌딩’을 또 준비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라요. 

지영: 어떻게요?
영환: 프로선수로써 어느 팀에 가건 열심히 하는 것은 항상 당연했지만 당시엔 어리고 패기가 넘쳤기 때문에 ‘나를 보낸 KT가 아쉬울 수 있도록 LG에서 죽기 살기로 뛰어야지’라며 내가 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해서 ‘KT의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내가 어떻게 도움을 주고 같이 갈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지영: 오자마자 ‘주장’이 되었어요.
영환: 감독님께서 첫날 미팅 때 팀을 이끌어 줬으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놀랐어요. 그래도 처음 왔으니 분위기 파악도 해야 하는데... 바로 ‘주장’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선수들도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따르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너무 원래 같이 지내던 사람처럼 제 한마디 한마디에 다 잘 따라줬어요.  

지영: 김영환 선수를 어린 선수들이 잘 따르는 이유가 뭘까요?
영환: 하하하. 오해에요! 글쎄요. 그런가요?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서 그런가? 모르겠어요. 저는 그래도 싫은 건 싫고, 좋으면 좋다고 얘기해요. 좋은 말도 해주지만, 나쁜 말이 필요할 때 꼭 해요. 쓴 소리도 할 땐 해야 고쳐지는 편이니까요. 진실 되게 대하면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싫으면 차라리 “형! 싫어요”라고 하는 사람이 좋거든요. 진심이 통했나 봐요.

지영: 그런 모습을 저도 경기장에서 첫 경기부터 봤어요.
영환: 저를 많이 배려해 주는 것 같아요. 제가 고맙다고 하면 “저희보다 형이 더 힘드시겠죠”라고 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무 감사하고, 복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인복이 많은가 봐요. 지금 KT도 힘든 시기 일 텐데, 선수들과 잘 극복해 보고 싶어요. KT가 매번 꼴찌 할 팀이 아니거든요. 너무 안 좋은 상황들이 많아서 그렇지 개개인 능력도 다들 좋고요. 특히 외국인선수가 굉장히 중요한데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으니까요. 앞으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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