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팀은 바로 필라델피아였다. 지난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좌절을 경함한 필라델피아는 비시즌 FA 최대어로 손꼽히던 폴 조지를 잡는데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반면 조지를 잃은 필라델피아는 추락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팀의 운명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클리퍼스는 부족한 전력에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서부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 시즌 초반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 해당 기사는 매거진 <루키> 1월호에 게재되었으며, 기사 작성 시점은 12월 중순입니다. *

 

 

폴 조지 이적, 엇갈린 운명 

클리퍼스는 지난 2019-20시즌을 앞두고 폴 조지와 카와이 레너드를 동시에 품에 안으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당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치고 높았던 공수겸장 포워드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 클리퍼스에게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클리퍼스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크게 나지 않았고 거기다 두 원투펀치가 돌아가며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클리퍼스는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결국 두 선수가 뛰는 5시즌 동안 클리퍼스는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그렇게 아쉬운 5시즌을 보내고 난 후 조지가 FA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클리퍼스가 조지를 잡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샐러리캡의 여유가 많지 않았던 클리퍼스가 조지에게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었다. 조지는 이적 선택 후 클리퍼스가 제시한 금액이 2년 6,000만 달러였다고 언급하며 무례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런 조지에게 필라델피아가 다가왔다. 필라델피아는 조지가 클리퍼스로부터 제안받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금액을 제시하면서 조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필라델피아와 조지는 4년 2억 1,200만 달러라는 큰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조지의 이적이 결정되면서 두 팀을 향한 시선이 달라졌다. 필라델피아는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조지와의 계약 이후 타이리스 맥시와도 5년 2억 4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은 필라델피아는 롤플레이어도 꾸준히 수급하며 뎁스를 보강했다. 그 결과 에릭 고든, 케일럽 마틴, 안드레 드러먼드, 거숀 야부셀레, 레지 잭슨 등이 필라델피아의 유니폼을 입었다. 

조엘 엠비드, 맥시의 원투펀치에 조지가 합류하면서 포지션별로 고르게 분배된 BIG3를 만들어낸 필라델피아는 뎁스까지 알뜰하게 채우는데 성공하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반면 클리퍼스의 사정은 달랐다. 조지를 놓친 클리퍼스는 데릭 존스 주니어, 니콜라 바툼, 크리스 던, 케빈 포터 주니어 등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한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설상가상으로 비시즌 카와이 레너드가 또 다시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자칫 제임스 하든 원맨팀이 될 수 있었던 클리퍼스였다. 그렇게 조지의 이적과 함께 두 팀을 향한 시선은 엇갈렸다. 

 

부상 이슈 속 추락하는 필라델피아 

강력한 로스터를 구축한 필라델피아는 자신감이 넘쳤다. 대릴 모리 사장 역시 비시즌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이 모든 팀의 타겟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것 같다. 보스턴에게서 우승 타이틀을 뺏어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조지가 시즌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것. 애틀랜타와의 프리시즌 경기에 나선 조지는 무릎이 크게 꺾이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과신전 진단을 받았다. 

결국 조지의 개막전 출발은 무산됐다. 거기다 팀의 핵심인 엠비드 역시 시즌을 앞두고 무릎에 경미한 부종이 발생되면서 개막전에 함께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필라델피아의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전에서 밀워키를 상대한 필라델피아는 109-124의 완패를 기록했다. 비시즌 야심차게 형성한 BIG3 중 타이리스 맥시만이 출전한 탓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조지의 엠비드의 부재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조지는 개막 첫 5경기에 결장하면서 필라델피아에서의 데뷔를 미뤘고 엠비드는 무려 개막 9경기를 결장했다. 

설상가상으로 두 핵심이 빠진 채 고군분투하던 맥시까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쓰러졌다. 맥시는 첫 7경기에 출전한 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이후 6경기에 결장했다. 

이후에도 악재는 계속됐다. 맥시는 복귀한 후 꾸준히 경기를 소화했지만 조지와 엠비드는 번갈아가며 출전과 결장을 반복했다. 그렇게 필라델피아가 자신감을 보였던 BIG3는 좀처럼 가동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 필라델피아의 패배는 쌓여갔다. 개막 2연패 이후 인디애나를 잡고 연패를 끊었으나 이후 다시 5연패에 빠졌다. 첫 8경기에서 1승 7패로 부진한 필라델피아는 샬럿을 연장 접전 끝에 잡고 힘겹게 연패를 끊었으나 이후 다시 5연패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필라델피아가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BIG3가 모두 가동된 경기는 단 3경기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두 뛴 3경기에서도 1승 2패를 기록한 필라델피아다. 핵심 자원들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하면서 정상 전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필라델피아는 현재까지 8승 16패의 초라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경기에 결장한 선수는 바로 조엘 엠비드다. 엠비드는 현재까지 팀이 치른 24경기 중 단 6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개막 첫 9경기에 결장했던 엠비드는 이후 치러진 5경기 중 4경기에 나섰으나 다시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7경기를 빠졌다. 

철저한 관리 속 신중하게 복귀를 결정한 엠비드였지만 또 다시 부상을 당했다. 12월 13일 열린 인디애나와의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팔에 얼굴을 맞은 엠비드는 부비동 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다시 결장을 이어오고 있다. 

엠비드는 커리어 내내 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선수다. 이번 시즌 더욱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출전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남은 시즌 역시 출전과 결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필라델피아의 부상 이슈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 자원들의 부상 속 기회를 잡으며 평균 15.3점을 올리는 깜짝 활약을 펼쳤던 루키 재러드 맥케인 역시 반월판 파열 부상을 당해 이탈한 상황이다. 

현재 필라델피아는 동부 12위의 성적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미 선두권 팀들과의 차이는 제법 벌어진 상태다. 이대로라면 호언장담하던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는 필라델피아다. 

 

클리퍼스의 예상 밖 선전? 

앞서 설명했듯 클리퍼스는 조지의 이탈로 발생한 빈자리를 다수의 롤플레이어 영입으로 채웠다. 그러나 로스터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클리퍼스를 이끌고 있는 터란 루 감독은 조지의 이탈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루 감독은 조지의 이적 후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폴 조지와 같은 스타를 잃으면 이길 수 없다고 보통 생각한다. 어서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레너드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하든이 중심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하든 역시 예전의 기량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평균 16.6점을 올리는데 그치면서 득점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 예상대로 하든의 공격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 시즌 경기 당 11.4개의 야투만을 시도했던 하든은 이번 시즌 경기 당 16.2개의 야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효율은 확연히 감소한 모습이다. 이번 시즌 하든의 야투율은 39.1%에 불과하다. 하든이 30%대의 야투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데뷔 후 이번 시즌이 최초다. 평균 득점은 22.1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효율이 뛰어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클리퍼스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현재까지 클리퍼스는 15승 12패를 기록하면서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고 있다. 치열한 서부 컨퍼런스에서 현재의 전력으로 거둘 수 있는 최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클리퍼스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원동력은 수비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까지 클리퍼스는 경기 당 107.8점의 실점만을 내주고 있다. 이는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에서도 109.6으로 리그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클리퍼스다. 

평균 득점은 109.6으로 리그 24위에 그치고 있지만 수비의 힘을 앞세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클리퍼스다. 거기다 현재까지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레너드가 조금씩 복귀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레너드가 돌아온다면 하든의 짐도 자연스럽게 덜어낼 수 있다. 또한 경기에 뛸 때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는 레너드인 만큼 클리퍼스 역시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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