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는 비시즌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박지수가 해외 도전을 선언하면서 팀의 기둥이 빠지게 된 것. 2년 전 박지수가 이탈했을 당시 추락을 경험했던 KB스타즈에게는 크나 큰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KB스타즈는 우려와 달리 시즌 초반 선전을 이어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나가타 모에의 활약이 있다. 

*본 인터뷰는 11월 중순 진행됐으며, 루키 2024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초등학생 때 잡은 농구공

나가타 모에는 착실한 기본기가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농구를 했던 가족들의 영향을 받은 나가타는 초등학생 때 농구공을 처음으로 잡았다.

“농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을 했어요. 아버지와 오빠가 농구를 하셨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농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도 전혀 없는 편이었죠. 어릴 때는 키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포워드로 계속 뛰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농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가타는 5대5 뿐만 아니라 3대3 역시 병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U-23 3X3 월드컵에 일본 대표로 참여해 금메달을 손에 넣기도 했다. 당시의 우승은 나가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대학교 4학년 시절부터 3X3를 시작했었어요. 도쿄의료보건대학교를 나왔는데 계시던 감독님께서 제의를 해주셔서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3X3과 5대5 농구는 룰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하나를 고르긴 어려워요. 둘 다 재밌는 것 같아요. 3X3는 21점을 넣어야 끝나는데 그런 룰이 있어서 재밌는 부분이 있어요.”

“그때 금메달을 땄을 때 너무 기뻤죠. 대표로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을 때의 그 감동적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이후 착실한 성장을 거듭한 나가타는 2020년 도요타 안텔롭스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도요타에서 2시즌 동안 활약한 나가타는 이후 덴소로 이적해 2시즌을 더 치렀다. 

일본에서 4시즌을 치르며 나가타는 무려 3차례나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강팀에서 활약하면서 또 한 번의 발전을 이뤄낸 나가타다. 

“두 팀 모두 강팀이고 멤버도 좋아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운 점은 수비의 중요성인 것 같아요. 어떻게 수비를 해야 할지를 많이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보니 수비적인 부분에서 많이 발전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일본에서의 나가타는 팀의 중심인 선수는 아니었다. 워낙 강한 팀에서 활약하다보니 나가타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93경기를 뛰는 동안 주전 출전은 단 3경기였던 나가타다. 그런 나가타는 KB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고 더욱 많은 기회를 받으며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로 식스맨 역할을 소화했어요. 들어가서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 수비가 중점은 팀들이기 때문에 수비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한국에 와서는 게임을 많이 뛰고 스타팅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수비는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득점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다만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게임 스케쥴이 다르기도 하고 아무래도 출전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까 컨디션 관리가 조금 어려운 측면은 있어요.”

 

WKBL, 새로운 도전

WKBL은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일본 국적자를 대상으로 신청자를 받은 후 드래프트가 진행됐다.

도입 첫 시즌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 역시 많았다. 대부분의 선수가 이미 계약이 된 상황에서 아시아쿼터 제도의 도입이 발표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이번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는 단 12명 만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저는 SNS를 통해 아시아쿼터 제도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마침 덴소와의 계약이 끝나서 이적을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타이밍 맞게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됐고 해외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어서 아시아쿼터에 지원하게 됐어요. 다행히 가족들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언어적인 부분에서 해외에서 음식 정도는 걱정을 하시긴 했지만요.”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쥐고 있던 신한은행이 타니무라 리카를 지명한 가운데 이이지마 사키(BNK), 와타베 유리나(하나은행), 히나로 미츠키(삼성생명)의 이름이 연이어 호명됐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나가타는 5순위로 KB스타즈의 부름을 받았다. 

“일본에는 드래프트라는 제도가 없어요. 처음 경험을 해봤는데 언제 이름이 불릴지, 혹은 이름이 불릴지 안 불릴지도 몰라서 긴장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5순위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아시아쿼터를 통해 WKBL에서 활약하게 된 일본 선수는 총 9명. 그 중 하나은행이 지명했던 와타베 유리나가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현재는 8명의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또한 KB스타즈는 나가타에 이어 시다 모에 역시 지명하면서 2명의 일본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아무래도 낯선 타지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 만큼 서로에게 의지하는 부분은 없을까.

“이번에 온 모든 선수들과는 얼굴 정도는 알고 지내는 사이에요. 삼성의 히라노와는 도요타에서 함께 뛰기도 했어서 인연이 있고요. 시다의 경우 저보다 나이가 어려서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같이 일본에서 왔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소통을 많이 하면서 의지하는 관계에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이후 나가타는 7월 중순 팀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약 4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초반에는 사실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일본과 한국이 운동량이나 운동 시간, 스케쥴이 많이 달랐거든요.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운동량이었어요. 한국이 훨씬 많더라고요.”

“지금은 한국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 여기는 시설이나 환경이 너무 좋아요. KB스타즈가 지원스태프가 많은 편인데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세밀하게 챙겨주시려고 해요. 무엇보다 밥이 맛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어머니들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최근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는 일본의 여자농구다. 두 나라의 농구를 모두 경험한 나가타는 어떤 차이를 느꼈을까.

“일본 농구는 트랜지션이나 속공이 좀 더 빨라요. 그런 농구를 선호하기도 하고요. 반면 한국은 피지컬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느껴져요. 또 3점슛 시도가 일본보다 많기도 하고요. 수비가 좀만 떨어지면 바로 슛을 던지더라고요.”

 

시즌 초의 활약

5순위라는 다소 낮은 순위로 지명이 되긴 했지만 나가타는 누구보다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기존의 강점이던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많은 역할을 부여받은 나가타는 주어진 역할을 120% 수행하면서 KB스타즈의 시즌 초반 선전을 이끌고 있다.

1라운드에서 나가타는 평균 12.2점 5.8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나가타는 1라운드 공헌도에서 106.25점을 기록하면서 아시아쿼터 선수들 중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님께서 공격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어요. 원래도 공격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요. 제가 득점이나 리바운드를 하면 할수록 팀이 승리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까지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나 상대 수비가 헬프를 오면 빼주는 어시스트는 잘 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다른 팀 선수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 준비를 해올 것 같아요. 아직 슛에 대한 점은 숙제라고 생각해요. 좀 더 생각을 하고 연습하면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연이어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재까지 한국에서 치른 경기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지도 궁금했다. 한참 고민하던 나가타는 11월 13일 열렸던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꼽았다. 당시 KB스타즈는 58-54의 승리를 거뒀고 나가타는 11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그 전에 2연패를 하면서 저희가 얻은 숙제가 리바운드였어요. 팀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면서 준비를 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리바운드를 하나라도 더 잡고 수비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러다보니 경기가 잘 됐어요. 또 제가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하기도 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인 것 같아요.”

또한 당시 우리은행과의 경기는 KB스타즈가 준비한 ‘모에모에 데이’로 치러졌다.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두 선수 모두 이름에 ‘모에’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벤트다. 자신의 이름을 건 이벤트 가 열린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나가타다. 

“많은 팬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찾아와주셨더라고요. 일본어로 된 응원 메시지가 많은 것을 보고 감동을 느꼈어요. 일본에는 그런 이벤트가 없거든요. 팬분들도 선수들과 함께 즐길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어요. 더 열심히 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경기였어요.”

이처럼 한국에서 특별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가타는 일본에 있는 동료들에게도 아시아쿼터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어요. 추천할 의향은 당연히 있어요. 이 제도가 좀 더 확장이 되기 위해서 이번에 온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잘해서 이런 제도를 더 널리 알리자는 이야기도 서로 나눴어요.”

마지막으로 모에는 KB스타즈의 팬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경기 때마다 항상 많이 체육관에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또 SNS로도 힘내라고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시는데 다 확인을 하고 있어요. 경기 중에도 뜨거운 응원을 해주시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고요. 많은 힘을 얻어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SIDE STORY. 나가타의 한국에서의 일상은?

최근 한류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나가타 역시 평소 한국의 드라마와 요리, 음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런 나가타에게 한국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과 가고 싶은 곳 등 일상 생활에 대한 질문을 여러 개 던져봤다. 

“맛있는 음식은 삼겹살인 것 같아요. 가고 싶은 곳은 제주도요! 바다가 정말 예쁜 것 같아요. 또 SNS에서 제주도를 자주 봐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어 공부는 시즌 전에 책도 사고 핸드폰 영상도 보면서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일정이 바빠서 잘 하지 못했어요. 원래 일본에서는 사우나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국에 와서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한국의 카페들은 정말 잘 되어 있는 곳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쉬는 날에는 혼자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사진 = 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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