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메디컬 리포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 창원 LG 세이커스 필드 닥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편의 이슈는 쳇 홈그렌의 부상과 NBA의 시즌 초반 부상 증가다.

*본 글은 김두한 교수가 작성하였으며, 루키 2024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이슈1. 쳇 홈그렌의 부상

올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초반 분위기는 작년에 이어 맹렬했습니다. 젊은 에너지 레벨을 가진 팀으로서 시즌 초반부터 좋은 공수 밸런스를 보이며 올 시즌도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오클라호마시티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수비의 핵심인 쳇 홈그렌이 쓰러졌기 때문입니다.

부상 장면을 되돌아보면 홈그렌은 수비 과정 중 점프 후 상대방과 부딪히며 밸런스를 잃고 골반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진단명은 골반골 골절. 골반은 우리 몸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인데, 이 부분에 골절이 생기는 것은 농구 선수에게는 아주 드문 일입니다.

 

골반 뼈는 위 그림처럼 여러 개의 뼈가 만나 구성되고 있는 아주 복잡하고 독특하게 생긴 뼈 중 하나입니다.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골반은 특수한 분야로 따로 나누어 다룰 정도이며, 이 부분을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습니다.

신체 활동에서 골반은 척추와 하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들에게 골반의 안정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골 반뼈는 우리 몸의 뼈 중에서도 단단한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운동 중에 골반 뼈가 골절되는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골다공증이 있는 노인층은 예외) 의료 현장에서도 젊은 사람의 골반뼈 골절은 보통 교통사고 또는 예상치 못한 낙상 사고 등 큰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쳇 홈그렌의 부상이 얼마나 독특한 케이스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위 그림에서 보듯 골반 뼈는 큰 원통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통 내에는 중요한 장기들(다리로 내려가는 신경 및 혈관, 방광, 자궁 등)이 위치하고 있고 그 장기들이 골반 뼈를 통해 보호받고 있죠. 원통 바깥쪽으로는 고관절과 하지 및 복부의 근육이 붙어 있어 몸에 활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부여합니다.

골반 뼈에 골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원통 구조의 안정성입니다. 골반 뼈는 주변에 형태를 잡아주는 여러 인대와 근육이 존재하기 때문에, 골절이 있다 하더라도 원통형의 구조가 깨지지 않고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수술없이 부상이 잘 치료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고관절의 침범 여부(비구)입니다. 골반 뼈의 고관절 부위는 관절(joint)이기 때문에 중요한 연골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골절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결과도 다른 부상에 비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쳇 홈그렌의 정확한 부상명은 장골(엉덩뼈) 골절(iliac wing fracture)입니다. 부위를 놓고 보면 일단 다행스러운 부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골은 골반의 바깥쪽을 이루는 넓은 뼈로 골반 원통의 안정성 유지와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장골 골절도 비구 상태까지 이어지는 불완전한 골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수술을 결정했다는 기사가 공개된 것으로 보아서는 비구와는 무관한 안정적인 장골 골절로 보입니다.

하지만 골반 뼈가 신체 활동 시에, 특히 점프나 러닝 시에 순간적으로 많은 체중을 버텨야 하는 부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확한 복귀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략적으로는 3개월 전후로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뼈가 붙는 동안 운동 능력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슈 2. NBA 부상 빈도 증가

“건강도 실력이다”라는 말이 점점 공감되는 요즘입니다. 최근 ‘리얼 지엠(Real GM)’을 비롯한 몇몇 미국 현지 매체에서 꽤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는데요. 올 시즌 NBA 리그 전체의 부상 횟수가 지난 시즌에 비해 약 35% 가량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슈퍼스타들의 부상이 많았습니다. 케빈 듀란트, 카와이 레너드, 자 모란트, 쳇 홈그렌, 파울로 반케로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시즌 개막 후 얼마되지 않아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단기 결장한 선수까지 보면 스테픈 커리, 제일런 브라운, 도노반 미첼, 앤써니 데이비스 등도 있었죠.

시즌 개막 후 한 달 만에 탑 랭커 50명 중 20명 가량이 부상으로 최소 1경기 이상 결장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인데요. 농구라는 종목 자체가 방향 전환과 점프, 스프린팅, 컨택트가 많고,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에서는 격한 시체 충돌이 매번 발생하기 때문에 부상을 피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유난히 예년에 비해 부상이 많은 느낌이죠.
 
이렇게 폭발적으로 부상이 늘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를 거론해볼 수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경기 스타일의 변화겠죠.

대부분의 팀이 포스트 플레이 같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공격 옵션 보다는 빠른 페이스의 달리는 농구와 3점슛 위주의 넓은 스페이싱 농구를 구사합니다. 이는 공격수와 수비수가 더 많은 코트를 커버해야 하고 뛰어다녀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상 빈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겠죠.

 

인시즌 토너먼트의 도입이 영향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NBA는 리그의 경쟁이 조금 루즈해질 수 있는 시즌 중반에 변화를 주기 위해 작년부터 인시즌 토너먼트 제도를 도입하여 팀과 선수들이 더 치열한 경기를 펼치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선수 구성이나 출전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시즌 중반이 다시 “win or go home”의 고강도 토너먼트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정규시즌의 매 경기가 전쟁일 수 있지만, 거액의 상금과 명예가 걸린 단판 경기가 열린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신체적으로도 또 다른 압박을 주었을 겁니다.

NBA에서도 이를 감안해 매년 스케쥴 조절에 나서고 있다. 백투백 일정을 점점 줄여가고 있으며, 팀의 동선을 고려하여 같은 팀과 경기를 연속으로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죠.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 시즌에 82경기라는 엄청난 숫자의 경기가 이미 부상의 위험성이 높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34경기를 치르는 스페인 리그, 28경기를 치르는 호주 리그, 54경기를 치르는 KBL과 비교하면 확실히 많은 숫자죠. 이동거리는 훨씬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시즌부터 NBA에는 MVP 수상이나 올-NBA팀 입성과 같은 개인 수상을 위해서는 최소 65경기에 뛰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올 시즌도 “건강도 실력”이라는 말이 공인되는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2023-2024시즌부터는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필드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