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주장훈 객원 칼럼니스트] 23일(한국시간) 2017 NBA 드래프트가 열린다. 팬들은 올해 드래프트를 수놓을 특급 유망주들에 집중하고 있다. 2017 NCAA 토너먼트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월의 광란’ 토너먼트의 승자와 패자를, 2017 드래프트의 관점에서 짚어보았다.

※ ①부에서 이어집니다.

 

곤자가 대학은 올해 토너먼트가 낳은 최고의 신데렐라였다. 이들은 학교 역사상 최초로 결승 무대를 밟는 기염을 토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승자 - 대학농구 팬들

NCAA 토너먼트는 올해에도 역시나 흥했다. 곤자가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두 팀은 사상 처음으로 파이널 포에 진출했다. 오레건 역시 지난 1939년 이후 거의 100년 만에 처음으로 파이널 포 무대를 밟다. 이른바 ‘신데렐라 팀’들의 향연이었다. 여기에 미래의 NBA 스타들의 활약도 함께 지켜 볼 수 있었다. 대학농구 팬들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토너먼트였다.

패자 - 2년 연속 ‘최대어’를 못 보게 된 토너먼트 팬들

작년 벤 시몬스에 이어 올해의 마켈 펄츠까지, 차기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예상 유망주를 토너먼트에서 볼 수 없었다. 이에 팬들의 실망 역시 컸다. 정규시즌에서 보는 것도 토너먼트에서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스타 선수들의 재능과 리더십, 그리고 클러치 능력의 진수는 NCAA 토너먼트와 같은 큰 무대에서 발현되는 법. 과연 다음 토너먼트에서는 드래프트 1순위 예상 선수를 토너먼트에서 볼 수 있을까. 팬들은 당당히 결승전에 올라 클러치 버저비터를 꽂아 넣는 1순위 예상자를 기다리고 있다.

승자 – 미시건 주립

탐 이조 감독이 이끄는 ‘전통의 강호’ 미시건 주립은 2016-17시즌 개막과 동시에 애리조나와 켄터키에게 2연패를 당하는 등 출발이 좋지 않았다.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의 경기력을 보였다. 컨퍼런스 일정 동안 오하이오 주립, 인디애나, 퍼듀에게 3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빅텐 컨퍼런스 전적 10승 8패로 간신히 NCAA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미시건 주립은 9번 시드를 받았다. 포스트 시즌의 강자답게 1회전에서 8번 시드의 마이애미를 78-58, 20점차로 대파했다. 비록 2회전에서 캔자스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얇은 선수층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과였다. 토너먼트 진출을 일궈냈을 뿐만 아니라 1회전 승리까지 거뒀으니 말이다. 여기에 2017 NBA 드래프트 로터리픽이 예상된 신입생 스몰포워드 마일스 브릿지스가 학교 잔류를 선언하면서, 미시건 주립은 단번에 다음 시즌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패자 – 마일스 브리짓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드래프트 상위권 예상 유망주가 학교에 잔류해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09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블레이크 그리핀 정도가 유일하다. 결국 이미 정점에 이른 드래프트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2017년 드래프트 로터리픽감이라는 평을 들었던 미시건 주립의 마일스 브리짓스가 학교에 남기로 한 결정은 그런 면에서 다소 의외다. 이번 시즌 부상으로 약 한 달 정도 결장을 하긴 했지만, 부상 회복 이후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과연 대학 잔류를 선택한 브리짓스가 자신의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다시 부상을 입기라도 하면 그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승자 – 잭 콜린스

이번 토너먼트의 백인 빅맨들 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선수는 곤자가의 신입생 잭 콜린스였다. 최근 농구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인 ‘스트레치 포’, 즉 외곽 플레이 능력을 갖춘 파워포워드인 콜린스는 이번 NBA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 가운데 단연 최고의 자원이다. 7피트(213cm)의 큰 키를 이용한 포스트업 능력과 정확한 점퍼는 콜린스가 지닌 매력적인 무기. 콜린스의 활약에 힘입어 곤자가는 사상 첫 파이널 포 진출 및 결승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단점도 있다. 공격적인 수비 성향 때문에 파울 트러블에 자주 노출되는 점이 약점이다. 결승전에서도 파울 트러블에 걸렸고, 후반전 이른 시점에서 5반칙 퇴장을 당하는 뼈아픈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빼어난 활약은 NBA 스카우터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콜린스는 시즌을 마친 후 NBA 드래프트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2017 드래프트 로터리픽 지명이 예상된다.

 

당초 로터리픽 지명이 예상됐던 UCLA의 TJ 리프. 하지만 토너먼트에서의 부진 때문에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말았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패자 – TJ 리프와 로리 마케넨

이번 토너먼트에 등장한 또 다른 신입생 ‘스트레치 포’, TJ 리프(UCLA)와 로리 마케넨(애리조나). 두 선수 모두 외곽슛은 물론 골밑에서의 몸싸움에도 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점도 비슷하다. NBA 기준으로는 힘이 부족해 상체와 체중을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토너먼트 시작 당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다소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이면서 팀을 파이널 포로 이끄는데 실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프는 고등학교를 졸업 당시 애리조나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리프가 애리조나에서 UCLA로 행선지를 바꾼 데에는 웃지 못 할 숨은 이야기가 있다. 원래 애리조나의 숀 밀러 감독은 19세 이하 청소년 미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밀러 감독은 19세 이하 팀 선수 명단에서 당시 고교생이었던 리프를 제외시켰다. 이 같은 선수 선발에 마음이 상한 리프는 행선지를 PAC 12 컨퍼런스 내 라이벌인 UCLA로 바꿨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중 국적을 지니고 있던 이스라엘 청소년 대표팀 소속으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랬던 리프가 UCLA에 진학한 후 빼어난 활약을 보이면서 결국 NBA 드래프트 로터리픽까지 노리게 된 것이다. 리프 역시 큰 키와 부드러운 터치를 갖고 있고 외곽슛과 패스 능력, 높은 바스켓볼 IQ도 지니고 있다. 다만 수비가 약하다는 것이 단점.

핀란드 특급 포워드 로리 마케넨 역시 이번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스트레치 포 자원이다. 7피트(213cm)의 큰 키에도 드리블과 패스 능력이 뛰어나고, 42.3%에 이르는 정확한 3점슛 성공률과 80%가 넘는 자유투 성공률을 갖추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외곽으로 도는 경향이 있다. 포스트 플레이를 조금 더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 숙제.

숀 밀러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첫 파이널 포 진출의 영광을 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전미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했고, 높이와 운동능력 그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는 16강 탈락의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마케넨은 재비어와의 16강전에서 9점 8리바운드에 그쳤다. 특히 3점슛을 6개 시도해 다섯 개를 실패하는 등 부진했고, 애리조나는 16강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승자 – 존 칼리파리 켄터키 감독

켄터키 대학의 존 칼리파리 감독은 매년 전미 최고의 신입생들을 영입한 뒤, 이들 대부분을 다음 시즌 NBA 드래프트에 곧장 내보내는 걸로 유명하다. 켄터키는 2016-17시즌 역시 디에런 폭스와 말릭 몽크, 뱀 아데바요 등 뛰어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 NCAA 토너먼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실 켄터키는 비록 파이널 포에는 못 올라갔지만, 우승을 차지한 UNC와의 8강전에서 결승점 하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패했을 만큼 선전했다.

폭스와 몽크는 신입생답지 않은 노련함과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폭스는 1번, 몽크는 2번으로 뛰었다. 이들은 ‘역대급 포인트가드 드래프트’로 평가되는 이번 2017 드래프트에 더더욱 깊이를 더해줄 전망이다. 폭스의 경우, 2번보다는 1번에 가깝다.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을 지니고 있다. 다소 실책이 많은 점과 외곽슛을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다소 2번에 가까운 몽크는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득점력을 보유했다. 다만 NBA 기준으로 체격(191cm, 91kg)이 작기 때문에, 프로에 가서는 2번보다는 1번을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켄터키는 이번 시즌에도 ‘원앤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NBA 진출을 선언한 신입생들은 대부분 로터리픽 이내 지명이 예상된다. 켄터키는 다음 시즌 전미 고교 랭킹 1위를 신입생으로 받을 예정이다. 매년 이 같은 톱클래스 선수 물갈이를 반복하는 칼리파리 감독 때문에, 대학보다는 NBA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특급 고교생 유망주들은 당연히 켄터키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원앤던’ 시대 최고의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는 칼리파리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최고의 신입생들을 이끌고 파이널 포를 노릴 것이다. 올해 역시 ‘NBA 드래프트 공장’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전망.

패자 – 빌 셀프 캔자스 감독

사실 이번 토너먼트 파이널 포 기간 동안 ‘농구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정된 빌 셀프 감독을 토너먼트의 패자라고 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시즌 우승을 노렸던 셀프 감독에게 2017 NCAA 토너먼트는 또다시 좌절의 무대가 됐다. 특히 ‘올해의 선수’인 4학년 베테랑 포인트가드 프랭크 메이슨 주니어, 3학년 베네랑 가드 드반테 그레헴, 그리고 신입생 특급 조쉬 잭슨 등 전미 최강의 백코트를 갖추고도 파이널 포 진출에 실패했다. 심지어 8강 경기 장소가 홈구장이나 다름없는 캔자스시티였기에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캔자스 사령탑을 맡은 지 14년이 된 셀프 감독은 NCAA 토너먼트 ‘8강 울렁증’의 약점을 올해에도 극복하지 못했다. 그간 8강에 7번 진출해 2승 5패라는 부진한 전적을 거두고 있다. (4강에 진출한 2회 당시에는 모두 결승 진출을 일궈낸 바 있다.) 매년 토너먼트 1, 2번 시드를 받으면서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캔자스는 올해에도 1번 시드를 받았다. 또, 대진이 크게 어렵지 않은 중부 지구에 배치됐다. 여기에 16, 8강전 경기 장소까지 유리하게 배정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파이널 포에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셀프에게 이번 8강 탈락은 두고두고 아픈 기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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