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주장훈 객원 칼럼니스트] 23일(한국시간) 2017 NBA 드래프트가 열린다. 팬들은 올해 드래프트를 수놓을 특급 유망주들에 집중하고 있다. 2017 NCAA 토너먼트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3월의 광란’ 토너먼트의 승자와 패자를, 2017 드래프트의 관점에서 짚어보았다.

 

승자 – 노스캐롤라이나와 저스틴 잭슨

이번 NCAA 토너먼트의 최대 승자는 누가 뭐라 해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이하 UNC)와 우승의 주역인 3학년 윙맨 저스틴 잭슨이다. UNC는 작년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빌라노바에게 버저비터를 맞고 좌절하면서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이후 준우승의 주축 멤버였던 가드 마커스 페이지와 빅맨 브라이스 존슨이 졸업했지만, 나머지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덕분에 곧바로 1년 뒤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잭슨은 이번 토너먼트 뿐 아니라 시즌 내내 훌륭한 활약을 펼치면서 소속 학교의 우승을 견인했다. 사실 잭슨은 지난 1, 2학년 시절 동안에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ESPN 고교랭킹 8위로 입학했던 잭슨의 NBA 드래프트 예상 순위는, 로터리픽에서 2라운드 후반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반면 함께 입학했던 고교 유망주 동기생들 중 랭킹 20위 안에 들었던 선수들은 이미 대부분 프로에 진출했다.

하지만 잭슨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이었던 외곽슛과 수비, 그리고 돌파 후 마무리 능력을 보완했다. 그 결과 이번 시즌 치열했던 대서양연안 컨퍼런스(Atlantic Coast Conference) 내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우승 확정 이후에는, 2라운드 중후반대로 밀려났던 NBA 드래프트 전망 역시 1라운드 후반대로 상승했다. 

잭슨은 NBA 단장들의 관점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망했던 고교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 적응에 실패하며 방황했다. 이에 주가가 추락하자 자신의 약점들을 완벽하게 극복하면서 소속 학교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결국 잭슨은 자신의 대학 커리어 3년 동안 우승을 포함, 두 번의 파이널 포를 경험한 뒤 당당하게 NBA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하는 성공 스토리를 쓰게 되었다.

패자 – 듀크와 그 신입생들

이번 2016-17시즌 개막 당시, 우승후보로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학교는 우승팀 UNC의 라이벌 학교인 듀크였다. 그러나 라이벌 UNC가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데 반해 듀크는 토너먼트 2회전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2015-16시즌, 듀크는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였던 브랜든 잉그램과 2학년 가드 그레이슨 앨런이 분전하면서 2016 NCAA 토너먼트 16강 진출을 이뤘다. 곧바로 이어진 새 시즌에는 역대 최고의 신입생 클래스를 형성, 프리시즌 랭킹 1위에 오르면서 우승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교 파워포워드 랭킹 1위 해리 자일스, 9위 자빈 들로리에, 스몰포워드 랭킹 2위 제이슨 테이텀, 센터 랭킹 2위 마퀴스 볼든, 포인트가드 랭킹 4위 프랭크 잭슨 등 탑클래스 신입생들을 한꺼번에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에이스이자 2015년 우승의 주역 그레이슨 앨런이 학교 잔류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양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겪은 자일스가 시즌 개막 한 달 반 전에 또다시 무릎 관절경 수술을 치르면서 시즌 개막 결장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테이텀과 볼든 역시 각각 발목 염좌와 정강이 부상을 각각 당하면서 결장했다. 이로 인해 듀크의 로테이션은 혼선을 빚게 되었고 완벽한 전력을 찾기까지는 거의 시즌 전체가 소비되고 말았다. 여기에 앨런은 지난 시즌에 이어 상대편 선수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더티 플레이’ 논란에 또다시 휘말렸다. 이에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신입생 중에서는 오직 테이텀만이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을 뿐, 자일스와 볼든은 시즌 내내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테이텀은 6피트 8인치(203cm), 175파운드(80kg)의 신체조건에 외곽슛과 돌파력, 포스트업, 스스로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까지 고루 갖췄다. 여기에 훌륭한 패싱 센스까지 겸비하고 있어 올해 NBA 드래프트 전체 Top 3 픽을 노리고 있다. 특히 테이텀은 ACC 컨퍼런스 토너먼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루이빌과 UNC, 노틀담 등 강호들을 연달

반면 자일스와 볼든은 시즌 내내 부상과 훈련량 부족 등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특히 볼든은 불성실한 태도 문제를 지적 받기도 했다. 결국 이들 신입생 빅맨들의 부진과 두터운 선수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코칭 스태프의 판단 착오가 겹치면서, 듀크는 2017 NCAA 토너먼트 2회전에서 복명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프리시즌 1위로 당당하게 출발한 듀크와 그 팬들로서는 참으로 실망스런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심지어 시즌 상대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했던, 라이벌 학교 UNC가 우승까지 차지했기에 더더욱 뼈아픈 결과였다.

시즌이 끝난 후 테이텀과 자일스는 NBA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예상됐던 결과이기는 했지만, 듀크 팬들의 입장에서 자일스의 행보는 대단히 씁쓸했다. 시즌 내내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NBA로 떠나버렸기 때문.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볼든의 경우다. 학교에 한 시즌 더 잔류하며 올 시즌의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승자 - 워싱턴의 마켈 펄츠

올해 NBA 드래프트는 ‘포인트가드’ 대풍년이다. 워싱턴의 마켈 펄츠, UCLA의 론조 볼, NC 주립의 데니스 스미스 주니어 등 대어급 신입생 포인트 가드 3인방을 비롯해 켄터키의 콤보 가드 말릭 몽크와 디에런 폭스, 곤자가의 나이젤 윌리엄스-고스(드래프트 진출 여부 미정) 등 빼어난 포인트 가드들이 다수 배출될 예정이다.

전체 1순위로 예상되는 펄츠는 1, 2번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외곽슛, 넓은 시야, 폭발력, 부드러움, 안정적인 경기운영, 그리고 1대1 수비력까지 갖춘 전천후 포인트가드다. 중거리슛과 픽앤롤, 아이솔레이션에서도 전미 최고급 기량을 갖춘, ‘준비된 NBA 포인트가드’로 평가받고 있다. 펄츠의 유일한 약점은 팀 전체의 성적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식 학교인 워싱턴은 ‘PAC 12’ 내에서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고 결국 NCAA 토너먼트에 진출조차 못했다.

그렇다면 펄츠가 이번 토너먼트 최대의 수혜자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이벌들 덕분(?)이었다. 근소한 차로 드래프트 2순위권을 형성하고 있던 UCLA의 론조 볼과 캔자스의 조쉬 잭슨이 모두 토너먼트 파이널 포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 반사 효과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펄츠가 소속된 워싱턴 대학교가 토너먼트에 아예 못 나왔기 때문에, UCLA나 캔자스가 파이널 포에 진출했다면 볼과 잭슨 모두 드래프트 주가가 치솟았을 것이다. 이 경우, 펄츠를 앞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결국 두 팀 모두 파이널 포 진출에 실패하면서 펄츠의 1순위 자리가 공고히 지켜질 수 있었다.

패자 - UCLA와 론조 볼, 캔자스와 조쉬 잭슨

UCLA는 이번 시즌 내내 태평양 컨퍼런스(Pacific 12 Conference), 즉 ‘PAC 12’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실 지난 2015-16시즌 UCLA는 실망스런 전력을 보이며 컨퍼런스 하위권에 머물렀고, NCAA 토너먼트에는 아예 진출조차 못했던 팀이다. UCLA의 골수팬들은 스티브 알포드 감독을 비난했고, 이에 감독 경질설까지 고개를 들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6-17시즌 세 명의 신입생으로 인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신입생 포인트가드 론조 볼과 파워포워드 TJ 리프, 그리고 센터인 이케 아니그보구가 그들이었다. 특히 볼은 신기에 가까운 패스 능력과 드리블, 운동신경으로 이번 시즌 14.6득점 6.0리바운드 7.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볼의 빼어난 활약에 힘입어 UCLA는 시즌 내내 켄터키와 미시건 등 강팀을 연달아 격파했고, 컨퍼런스 일정 동안 PAC 12 컨퍼런스 사상 최초로 이른바 ‘고지대 원정’으로 불리는 콜로라도와 유타 원정을 ‘스윕’했다. UCLA는 이에 힘입어 한때 전미 랭킹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볼의 NBA 드래프트 주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만약 UCLA가 파이널 포에 진출했다면 볼이 마켈 펄츠를 앞지르고 전체 1순위 픽으로 올라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UCLA가 16강전에서 켄터키에게 덜미를 잡혔고, 더군다나 이 경기에서 볼이 드래프트 경쟁자인 켄터키의 포인트가드 디에런 폭스를 전혀 수비하지 못하고 무려 39득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볼 자신도 10점에 8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실책을 4개나 범하는 등 완전히 밀렸다. 볼은 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NBA 진출을 선언했고, 결국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캔자스 역시 실망스런 시즌 결말을 맛보았다. 68강 토너먼트 팀들 가운데 1번 시드를 받으면서 중서부 지구에 배정된 캔자스. 16강과 8강전을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캔자스시티에서 치르는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레건에게 일격을 맞으면서 파이널 포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AP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프랭크 메이슨 주니어를 비롯해 드래프트 Top 3 유망주 신입생 스몰포워드 조쉬 잭슨까지 보유한 캔자스였기에 더욱 뼈아팠다. 빌 셀프 감독의 세 번째 파이널 포 진출도 무산됐다.

잭슨 역시 만약 토너먼트에서 팀을 파이널 포까지 견인했다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까지 노려볼만한 기세였다. 잭슨은 이번 시즌 내내 캔자스 선배인 앤드류 위긴스를 연상시키는 폭발적인 득점력과 운동능력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고교 시절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외곽슛 능력의 신장도 보여줬다. 여기에 돌파력과 패스, 높은 바스켓볼 아이큐, 그리고 팀 전체의 플레이를 우선 생각하는 이타심까지 갖췄다.

그러나 종종 파울 트러블에 걸리는 약점을 노출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오레건과의 8강전에서도 파울 트러블로 인해 10점에 그쳤다. 토너먼트 미시건 주립과의 32강전에서 23점, 퍼듀와의 16강전에서 15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잭슨의 부진으로 인해 캔자스는 8강전을 끝으로 탈락했고, 잭슨 역시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부터 멀어져 버렸다.    

※ ②부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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