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릭 로즈의 전성기와 함께 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로즈의 전성기가 너무나 빨리 끝나면서 시카고 역시 조금씩 위력을 잃기 시작했다. 로즈가 팀을 떠난 2016-2017시즌 이후 시카고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로즈 시대의 마감
2008년 드래프트에서 데릭 로즈를 1순위로 선발한 이후 시카고는 꽃길을 걸었다. 당시 1순위를 놓고 경쟁하던 마이클 비즐리 대신 로즈를 선발한 시카고의 선택은 제대로 적중했고 로즈는 데뷔 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자신을 선택한 시카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후 로즈와 시카고는 함께 성장했다. 로즈를 선발하기 직전 시즌 33승 49패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던 시카고는 로즈를 선발한 이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10-2011시즌에는 무려 62승 20패를 기록하면서 정규시즌 1위에 오른 시카고다. 로즈의 기량 역시 절정에 달해 있었다. 로즈는 평균 25.0점 7.7어시스트 4.1리바운드의 기록으로 역대 최연소 MVP 자리에 오르며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MVP 시즌 직후 로즈는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1시즌을 통째로 날리며 재활에 매달린 로즈는 다시 코트로 돌아왔지만 이미 예전의 기량을 잃은 후였다.

더 이상 20점 이상을 언제나 찍어대던 로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상 이후에는 80경기는커녕 70경기를 소화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로즈의 MVP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던 시카고는 이후에도 꾸준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갔으나 2라운드 이상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결국 시카고는 로즈와 이별을 고하면서 로즈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2015-2016시즌 42승 40패를 기록한 시카고는 8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곧바로 로즈와의 이별을 준비했다.

로즈 시대, 그 이후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시카고는 뉴욕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로즈를 내보냈다. 대신 시카고는 라존 론도, 드웨인 웨이드 등을 영입하며 다시 플레이오프 도전에 나섰다.
중하위권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던 시카고는 41승 41패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정확히 5할의 승률을 거두며 동부 8위를 기록한 시카고는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손에 넣으면서 플레이오프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시카고는 1라운드에서 만난 보스턴에게 6경기 만에 패하면서 또다시 탈락을 경험했다. 라존 론도가 2경기 만에 부상으로 시리즈 아웃된 가운데 지미 버틀러가 22.7점 7.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분전했으나 동부 1위 보스턴의 벽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시카고는 암흑기를 이어갔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시카고는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던 지미 버틀러를 트레이드했다. 미네소타와 딜을 성사시킨 시카고는 버틀러와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16순위 지명권을 보내고 대신 잭 라빈과 크리스 던, 2017년 1라운드 7순위 지명권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 7순위 지명권은 라우리 마카넨으로 치환된다.
당시에도 시카고의 이 트레이드는 많은 의문을 낳았다. 직전 시즌 ALL-NBA 써드 팀에 올랐던 버틀러를 넘기면서 제대로 된 1라운드 지명권 한 장조차 챙기지 못했다.

당시 시카고로 합류한 라빈과 던 역시 버틀러의 트레이드 상대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라빈은 루키 계약 이후 FA를 눈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고 심지어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인해 재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또한 많은 팀들이 관심을 드러냈던 던은 이미 루키 시즌 최악의 활약을 보이면서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 상태였다.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버틀러라는 팀의 코어를 넘긴 시카고의 결정은 많은 비난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시카고 프런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계속됐다.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가드만 무려 9명을 모으기도 했고 NBA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 딱히 없는 크리스티아노 펠리시오에게 팀 내 연봉 3위에 해당하는 계약을 안기기도 했다.
거기다 시즌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바비 포티스가 팀 동료인 니콜라 미로티치와 싸움을 벌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실제로 두 선수 사이에는 주먹이 오갔고 미로티치는 안면골절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시카고의 분위기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였다. 예상대로 시카고는 개막 직후 빠르게 추락했다. 시즌 중반 갑자기 연승을 달리는 모습도 보였으나 결국 시카고는 최종 27승 55패에 그치면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듬해 시카고는 제한적 FA가 된 라빈을 잡았고 자바리 파커를 영입하면서 로스터를 꾸렸다. 그러나 여전히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로스터였다. 시즌 중반 파커와 포티스를 트레이드하고 오토 포터 주니어를 영입하기도 했으나 성적의 큰 상승효과는 없었다. 시카고는 22승 60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또다시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라빈의 시대
라빈이 엘리트 스코어러로 조금씩 성장하면서 시카고는 라빈에게 에이스 자리를 맡겼다. 그러나 여전히 프런트는 다른 팀들의 좋은 일만 시키는 호구 노릇을 자처했고 부상이라는 불운까지 겹친 시카고의 로스터는 계속해서 표류했다.
2019-2020시즌 22승 43패를 기록하고 있던 도중 코로나19로 인해서 리그가 중단됐다. 이후 다시 리그가 재개되기는 했지만 하위 8개 팀으로 분류되어 있던 시카고는 그대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리그가 중단이 된 사이 시카고는 부사장과 단장 등을 새롭게 교체하면서 변화를 노렸다. 또한 시즌이 종료된 후에는 빌리 도노반을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반등을 노린 시카고다.
그러나 시카고는 여전했다. 에이스 라빈은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올스타에도 뽑혔다. 2020-2021시즌 라빈은 평균 27.4점 5.0리바운드 4.9어시스트라는 엘리트 스윙맨의 스탯을 찍었다.
문제는 라빈 외의 나머지 선수들은 경쟁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라빈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시카고의 프런트는 올랜도와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웬델 카터 주니어와 오토 포터 주니어를 보내는 대신 엘리트 빅맨이었던 니콜라 부세비치를 영입한 것.
그러나 부세비치 영입 이후에도 시카고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결국 시카고는 31승 41패의 성적에 그치면서 또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시카고는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또 하나의 슈퍼스타를 로스터에 추가한다. 더마 드로잔을 영입하면서 라빈-부세비치-드로잔으로 이어지는 BIG3를 구성했다.
드로잔이 합류한 시카고는 달라졌다. 전반기에만 38승 21패를 기록하면서 직전 시즌 거뒀던 승수를 이미 뛰어넘었다. 그러나 시카고는 후반기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전반기 벌어둔 승수 덕분에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다. 최종 46승 36패의 성적을 기록한 시카고는 동부 6위에 오르면서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나들이에 나섰다.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나선 시카고의 상대는 밀워키였다. 정규시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 천적을 만난 시카고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시카고는 5차전 만에 4번째 패배를 당하면서 플레이오프 무대를 허무하게 마쳤다.
이후에도 시카고는 실패를 거듭했다. 2022-2023시즌 40승 42패를 기록한 시카고는 플레이인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마이애미에 막히면서 플레이오프에는 오르지 못했다.
2023-2024시즌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빈까지 25경기 출전에 그친 채 부상으로 시즌아웃이 된 시카고는 아쉬운 행보를 이어갔다. 39승 43패를 기록하며 이번에도 플레이인 토너먼트에는 진출했으나 다시 한 번 마이애미에게 발목이 잡히면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지 못한 시카고다.
라빈과 부세비치, 드로잔으로 구성된 로스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이 몇 시즌을 통해서 충분히 증명됐다. 그러나 시카고 프런트는 이들을 향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그 결과 리빌딩 타이밍을 놓친 시카고는 계속해서 표류하며 어정쩡한 성적을 거두는 팀이 되고 말았다.
2024-2025시즌을 앞두고는 드디어 드로잔과 이별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시카고다. 여전히 이번 시즌에 대한 전망이 밝지는 않다. 그러나 고집을 내려두고 변화를 가져갔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로즈의 시대가 끝난 이후 시카고는 강팀의 지위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리그 중위권의 어정쩡한 팀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 시카고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강팀으로 발돋움할 시점은 언제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