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NBA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로 60명의 선수를 뽑는다. FA 계약을 맺는 선수까지 합한다면 약 100명가량이 입사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만큼 NBA에 입성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따라서 이 좁은 길을 뚫고 진입하는 것 자체가 인생 역전 드라마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꿈꾸는 많은 선수들이 매년 NBA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길고 가늘게’ 닉 칼리슨
모든 선수가 ‘길고 굵은’ 커리어를 이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자신의 역할이 있듯이 커리어의 길이도 모두 다르다. 스타 플레이어는 어디서든 대접받으며 거액의 연봉을 받는 반면, 벤치 선수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해고의 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자신만의 노하우를 살려 제 역할만 한다면 벤치 선수로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그중 한 명으로 닉 칼리슨(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키가 크지도,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화려한 기술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러나 2004-05시즌 시애틀 슈퍼소닉스 시절부터 올 시즌까지 매년 코트에 나서며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칼리슨은 누구보다 ‘길고 가늘게’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마음을 먹는다고 칼리슨 같은 커리어를 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커리어가 더욱 대단해 보인다.

칼리슨은 커리어 최고 평균 득점이 9.8점(2007-08시즌)에 그칠 정도다.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썬더에게 중요한 존재다. 샘 프레스티 단장은 칼리슨을 썬더의 창립 멤버라고 부를 정도. 또한 칼리슨은 매년 코트 안팎에서 오클라호마 지역에 헌신하면서 지역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는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한다. 공격자 파울 유도, 슈터들의 오픈 기회를 만들기 위한 스크린, 루즈볼을 따내는 열정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번 노력한다. 5분을 뛰든, 35분을 뛰든 불평불만이 없다. 주어진 시간 동안 온 힘을 쏟는다. 프레스티 단장은 “칼리슨은 우리 팀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수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는 아버지 데이브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데이브는 칼리슨의 고등학교 시절 감독이었다. 데이브는 칼리슨에게 농구의 모든 것을 가르쳤다. 특히 팀플레이에 대해 칼리슨에게 강조했다. 칼리슨은 아버지 덕분에 감독 입장에서 농구를 배울 수 있었고, 그 결과 패스와 스크린, 수비 등 궂은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든 선수가 그렇지만 칼리슨 역시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내로라하는 스타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맥도날드 올-아메리칸 대회에 참여했고, 캔자스 대학 시절에는 ‘Big 12’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칼리슨은 어깨 부상으로 루키 시즌인 2003-04시즌을 통째로 결장하게 됐다. 이때 칼리슨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나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이타적인 플레이를 되새겼다. 출전시간을 얻기 위해 모든 걸 헌신했다.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레이 알렌의 외곽슛을 살려주기 위해 터프한 스크린을 마다치 않았다.

이후 칼리슨은 발목 부상을 입은 뒤 다시 한번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기동력이 떨어지자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공격자 파울을 얻어내는 데 더욱 초점을 맞췄고, 리바운드를 좇기보다는 박스아웃에 더욱 치중했다. 자신의 능력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뿜어냈다.

“내 플레이가 인정받는다고 느낀다. 나 같은 선수에게는 드문 일이다. 팬들은 평균 4점, 4리바운드 정도를 기록하는 롤 플레이어에 많은 관심을 쏟지 않는다. 그렇기에 썬더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더욱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다.” 『NewsOk』와의 인터뷰에서 칼리슨이 남긴 말이다.

이어 칼리슨은 “NBA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실제로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끝까지 성공하려면 좋은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바다”라고 밝혔다.

칼리슨은 이번 시즌 총 20경기에 출전, 6.4분만 소화했다. 기록도 1.7점 1.5리바운드 0.6어시스트 FG 60.9%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만36세의 그가 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벤치와 코트 밖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만큼은 묵직했다.

칼리슨은 이번 여름 FA가 된다. 하지만 은퇴할 생각은 없다. 오클라호마시티 팬들도 그를 더 보고 싶어 한다. 칼리슨은 『Norman Transcript』를 통해 "내년 시즌에도 뛰고 싶다. 아직 경기에 뛰는 게 즐겁다. 우리 팀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즐겁다"라고 밝혔다.

칼리슨은 치열한 NBA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리자다. 10년 이상 코트에서 몸으로 터득한 노하우는 어느 것보다 값질 것이다. 커리어 초반에는 플레이로 도움을 준 그가 커리어 말년 들어 노하우 전수로 또 다른 이타적인 플레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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