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NBA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로 60명의 선수를 뽑는다. FA 계약을 맺는 선수까지 합한다면 약 100명가량이 입사의 꿈을 이루게 된다. 그만큼 NBA에 입성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따라서 이 좁은 길을 뚫고 진입하는 것 자체가 인생 역전 드라마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꿈꾸는 많은 선수들이 매년 NBA 문을 두드리고 있다.

10일 계약
10일 계약은 말 그대로 팀이 선수와 10일 동안 계약을 맺는 것이다. NBA에 있는 독특한 계약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10일 계약은 3경기 정도를 치르게 된다. 부상자가 많거나 전력 보강이 필요할 때 선수를 충원하는 시스템이다.

10일 계약 뜻에서도 알 수 있듯 10일 계약자는 NBA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팀의 공백을 잠시 메우고 떠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주전뿐만 아니라 식스맨보다 출전시간이 적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특히 팀 전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기적인 팀플레이에 녹아들기도 쉽지 않다.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성급한 플레이도 나올 수 있다.

지난 2010~2014년까지 10일 계약자 중 8%가량만이 이듬해 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100명 중 단 8명에 그치는 수치. 그중 대부분의 계약이 비보장 계약이었다는 걸 본다면 NBA 입성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수치는 이듬해 계약을 따낸 8%의 선수 중 단 1%만 2년 이상 뛰었다는 점이다. 10일 계약으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쓰는 듯싶었으나 모두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2016-17시즌의 역전 드라마' 요기 페럴
NBA 역사상 신인 선수의 3점슛 최다 성공 공동 1위(9개), 드래프트 되지 않은 선수가 커리어 첫 15경기 이내에 30점 이상 기록한 3번째 선수. 바로 요기 페럴의 이력이다. 리그 최약체 브루클린 네츠에서 방출된 페럴이 댈러스 매버릭스와 10일 계약을 통해 풀타임 NBA 리거로 올라서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페럴은 사실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브루클린에서 방출된 뒤 터키 프로팀 감독 데이비드 블렛(前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을 포함해 여러 팀에게 연락이 왔다. 그러나 페럴은 유럽 진출을 선택하지 않았다. ‘계속 NBA에 도전하겠다’라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유럽 팀들의 러브콜을 모두 거절했다.

그런 뒤 몇 시간 후, 갑자기 연락이 왔다. 매버릭스의 단장 도니 넬슨의 10일 계약 제안이었다. 페럴은 “정말 계약이 순식간에 이뤄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계약처럼 페럴의 NBA 활약도 순식간이었다. 바로 훈련에 참여한 페럴은 릭 칼라일 감독에게 20개의 매버릭스 패턴 플레이를 배웠다. 포인트가드로서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1월 30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 투입됐다. 무려 주전으로 나섰다. 그는 35분을 뛰며 9점 2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 FG 33.3%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가 잘 버텨준 덕분에 댈러스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샌안토니오 원정에서 승리를 맛봤다.

이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전에서 19점 활약과 함께 카이리 어빙의 야투 성공률을 33.3%(7/21)로 묶었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전에서는 무려 32점 3P 81.8%(9/11)로 펄펄 날았다. 연장 계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퍼지자 네츠의 케니 앳킨스 감독이 페럴에게 축하의 내용을 담아 문자를 보냈다. 대학 시절 스승인 탐 크린 감독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참고로 탐 크린 감독은 인디애나 대학을 맡기 전 마켓 대학의 감독이었다. 이 당시 그의 제자 중 한 명이 웨슬리 매튜스였는데, 그 역시 언드래프티 출신이다. 두 명의 언드래프티 출신이 크린 감독 밑에서 배운 뒤 댈러스에서 나란히 뛰고 있다).

“나는 지금 두려움 따위는 없다. 그저 코트에 나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뿐이다. 내가 슛을 실패하든 성공하든 걱정하지 않는다.” 페럴이 성공한 원인은 ‘당당함’이라고 볼 수 있다.

칼라일 감독은 “페럴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는 특유의 에너지를 활용, 덕 노비츠키나 여러 선수들과 픽-앤-롤을 통해 공격을 펼친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정확히 살렸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페럴의 기세는 시즌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2월 들어 '이달의 신인상'을 받으며 펄펄 날았으나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역할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댈러스에서 총 36경기를 뛰며 29.0분을 소화, 11.3점 2.8리바운드 4.3어시스트 1.1스틸 FG 41.2% 3P 40.3%로 출중한 실력을 과시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살아남기다. 그가 댈러스와 2년 계약을 맺었지만 내년 시즌 계약은 비보장 계약이다. 언제든지 댈러스가 그와 작별할 수 있다. 

하지만 페럴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누구보다 잘 사용하며 NBA 무대에서 살아남았다. 이런 노하우를 내년 시즌, 그 다음 시즌까지 보여준다면 그의 커리어도 순탄할 것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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