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유타 재즈는 최근 몇 년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그러나 고든 헤이워드라는 에이스의 존재로 매년 성적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업적까지 쌓았다. 이를 이끈 ‘재즈 연주자’ 고든 헤이워드를 만나보자.

기술
헤이워드의 플레이는 부드럽다. 어렸을 때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연마한 기술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스몰포워드지만 포인트가드의 기술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기술 연마에 누구보다 힘쓴다. 경쟁심이 뛰어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려는 근성 덕분이었다.

지난 2015-16시즌, 헤이워드는 평균 19.7점 5.0리바운드 3.7어시스트 1.2스틸 FG 43.3% 3P 34.9%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 줄곧 평균 득점을 끌어올리는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2%가 부족했다. 더 채울 뭔가가 필요했다. 지난 2016년 여름은 ‘2%’를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는 퀸 스나이더 감독, 데니스 린지 단장의 말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헤이워드에게 ‘여름 훈련 루틴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라는 말을 했다. 헤이워드는 “나는 최근 몇 년간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 그러자 그들은 나에게 ‘네가 원하는 게 그 정도로 끝이야?’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 훈련이 더욱 힘들고, 도전적으로 바뀌길 바랐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소리였다”고 말했다.

헤이워드는 그동안 해왔던 여름 훈련 루틴을 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일단 복싱을 시작했다. 풋워크와 몸 밸런스를 잡기 위함이었다. 스피닝도 추가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여러 자세를 익혔다. 한 발로 타면서 넘어지지 않는 밸런스 잡기 훈련도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힘을 쏟았다.

몸만들기에 전념하면서 기술 발전에도 집중했다. 첫 번째 단계는 영상 분석이었다. “내 플레이를 보고 싶었다. ‘이때 이렇게 플레이하는 게 맞는 건가?’하면서 복기했다. 나는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했다. 매번 하던 훈련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나를 단련했다.”

조력자의 도움도 컸다. 어시스턴트 코치 조니 브라이언트와 트레이닝 코치 아이재아 라이트였다. 브라이언트는 “헤이워드는 투쟁심이 뛰어나다. 그는 매번 우리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같은 플레이도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그는 기술 향상에 목말라했다. 더 나아지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헤이워드는 매일 아침 7시 코트로 나섰다. 8시에 훈련이 시작하는데도 더 먼저 나갔다. 훈련에 대한 의지였다. 

그가 가장 집중한 기술은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헤이워드는 수준급의 득점력을 갖췄지만 아직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고자 했다. 먼저 그는 자신의 약점을 적어 훈련장 벽에 붙여놨다. ‘풋워크, 볼 핸들링, 왼손 활용도, 눈손협응(hand-eye coordination), 밸런스 잡기’ 등이었다.

풋워크 훈련은 이고르 코코스코브 코치와 함께했다. 밸런스를 잡기 위한 훈련을 주로 했다. 특히 레이업 연습을 많이 했다. 스티브 내쉬가 자주 한 ‘wrong foot layup’이 그것. 일반적으로 레이업을 올리는 손과 발은 반대다. 왼발로 점프하면 오른손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내쉬는 오른발로 점프해 오른손으로 놓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독특한 타이밍으로 상대의 수비 타이밍을 손쉽게 빼앗았다. 헤이워드는 돌파 과정에서 타이밍을 뺏기 위한 기술로 내쉬의 기술을 활용했다. 

헤이워드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만나기도 했다. LA 레이커스 레전드 코비는 다양한 기술로 코트를 휘저은 전설 중의 전설이다. 그는 헤이워드에 미드-레인지 게임을 전수했다. 헤이워드는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다”며 코비와 함께 한 시간이 값졌다고 말했다.

헤이워드는 오프시즌 시작부터 9월까지 5대5 훈련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많은 선수들은 5대5 혹은 3대3 훈련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한다. 그러나 헤이워드는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9월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5대5 훈련을 뛰었다. 헤이워드는 첫 훈련 때 발전했다는 걸 체감했다고 한다. 헤이워드는 “여름 동안 훈련만 한 뒤 5대5 연습 게임을 뛰었다. 더욱 득점하기 쉬웠다. 내가 원하는 걸 코트에서 할 수 있었다. 경기가 슬로비디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헤이워드는 올 시즌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평균 21.9점 5.4리바운드 3.5어시스트 1.0스틸 FG 47.1% 3P 39.8%를 기록했다.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 커리어-하이를 기록할 정도로 물오른 활약을 펼쳤다. 자신이 맡은 롤이 많아졌음에도 효율성은 떨어지지 않았다.

헤이워드가 지난여름 훈련장 벽에 붙여놓은 목표들은 대부분 성취했다. 그중 하나도 지난 2월 달성했다. 바로 ‘올스타 선정’이었다. 헤이워드는 “내 NBA 목표 중 하나가 올스타 출전이다. 여름 내내 달력에 이를 적어놨다. 매일 아침 목표를 읽으며 의지를 다졌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서부 컨퍼런스 올스타 리저브 멤버로 뽑혀 뉴올리언스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선수층이 두터운 서부 선수들과 경쟁해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헤어스타일
헤이워드는 인디애나의 작은 마을 출신이다. 현재 소속팀으로 뛰고 있는 유타도 작은 도시다. 헤이워드는 “인디애나폴리스나 유타 모두 작은 도시다. 대학 시절이나 현재 솔트레이크시티나 비슷하다”라고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는 시골 청년 같은 순박한 인상으로 코트를 누볐다.

그런 그가 변신했다. 이발사 앤써니 브라운을 만난 덕분이었다. 그동안 헤이워드의 머리 손질은 그의 아내 몫이었다. 소위 말하는 ‘더벅머리’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런 그가 이발사의 도움으로 최근 유행하는 헤어 스타일로 변신했다. 2014-15시즌부터 바뀐 헤어 스타일로 코트에 나서고 있다.

헤이워드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뜨거운 바람만 활용해서 머리를 잘 고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맨 처음 헤이워드가 새로운 헤어 스타일로 코트에 나섰을 때 동료들이 많이 놀렸다고 한다. 헤이워드는 “동료들이 정말 많이 웃었다. 그중 조 잉글스가 특히 심했다. 아마 나를 질투하는 게 아니었을까(웃음)”라고 말했다.

헤이워드의 멋진 헤어 스타일 덕분에 브라운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솔트레이크시티의 가장 유명한 이발사가 되었다고. 그럼에도 그는 이발 가격을 그대로 ‘35달러’로 유지하고 있다. 헤이워드도 같은 가격으로 머리를 자른다.

헤이워드는 바뀐 헤어 스타일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리그에서 내 헤어 스타일이 가장 나은 거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BOX | “우승팀에 관심 있다”
헤이워드는 플레이어 옵션을 가진 채 2017-18시즌 계약이 종료된다. 옵트-아웃을 선언하면 오는 2017년 여름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기량이 뛰어난 헤이워드가 FA 시장에 나갈 것은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헤이워드는 지난 12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자유계약 시장에서 팀을 고를 때 ‘우승’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한 것. 헤이워드는 “우승을 위해 경쟁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라며 “어디서 사는지는 상관이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우승을 위해 뛰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헤이워드는 데뷔 후 7시즌 동안 유타에서 활약했다. 그동안 헤이워드는 플레이오프를 딱 두 번 경험했다. 팀 경쟁력이 떨어져 봄 농구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헤이워드의 말은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터. 물론 헤이워드의 말은 유타 구단에 대한 ‘요구’라고도 볼 수 있다. 팀 운영에 더욱 힘을 써달라는 말이다.

그러나 헤이워드의 발언은 지난 3월에도 이어졌다. 헤이워드는 『FOX 13 솔트레이크시티』와 인터뷰에서 “선수에겐 각자가 처한 상황이 있다. 선수는 그 상황에 따라 잔류와 이적을 결정한다. FA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타인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다. FA가 잔류하든, 원소속 팀을 떠나든 그들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헤이워드가 시즌 이후 이적하지 않겠냐’라는 말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타는 2017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헤이워드는 에이스로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며 팀을 서부 컨퍼런스 5위로 올려놓는 데 공을 세웠다. 루디 고베어는 공수 양면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고, 새로 가세한 조지 힐의 역량도 훌륭했다. 전체적인 라인업의 밸런스가 최근 몇 년간 가장 뛰어났다.

그 결과 유타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만난 팀은 올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4연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유타 특유의 단단함을 보여줬다.

오는 2017년에는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블레이크 그리핀, 크리스 폴 등 대어 FA가 자유계약 시장에 나오게 된다. 헤이워드도 마찬가지다. 현재 헤이워드는 옵션을 사용할지, 아니면 FA 시장에 나갈지 선택하지 못했다고 한다. 과연 그가 우승을 위해 팀을 떠날지, 유타에 남아 우승을 이끌지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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