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오세근의 이력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중앙대 시절 ‘괴물센터’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던 그는 2011-2012시즌 프로데뷔 첫해, 팀 우승과 더불어 챔피언 결정전 MVP와 신인왕까지 휩쓸었던 찬란하고 무서운 신인이었다.

하지만 대단했던 데뷔 시즌 이후 부상악령에 시달리며 우리가 기대 했던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오세근. ‘국가대표 센터’의 부활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올 시즌 그의 활약은 마치 거침없었던 데뷔 첫해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정규리그와 올스타전 MVP를 거머쥔 그는 소속팀 안양 KGC인삼공사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차지했다. 2016-2017시즌 돌아온 ‘라이언 킹’의 포효를 보여준 오세근을 만나봤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①편에 이어...

대단한 대학생, 중앙대 괴물센터
박지영(이하 지영): 자, 오세근의 중앙대 시절! 정말 주목을 많이 받았죠?
오세근(이하 세근): 좋은 말만 많이 들었죠. 신인 때부터 항상 이기는 농구를 했어요. 그런데 운동은 정말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때와는 비교 할 수도 없을만큼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1학년인데... 힘들어도 아파도 참고 농구했죠. 치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무작정 참았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 그랬을 거예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너무 재밌었어요. 대회 나가서 우승하고 뒤풀이도 하면 너무 신났죠. 힘든 것도 잊은 채로 운동했어요.

지영: 중앙대 라인으로 유명한 야구선수 유희관(두산 베어스)과의 친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얼마 전 경기장에도 찾아왔던데...
세근: 그 형은 ‘뻥’이 너무 심해요. (웃음) 한마디 해야겠어요! 글쎄 자기가 저한테 슛을 이길 수 있대요!
지영: 그러니까요. 자유투 대결 이길 수 있다고 인터뷰 했던 것 같은데...
세근: 아... 진짜... 당연히 제가 이기죠!
지영: 한번 대결 하실 의향 있나요?
세근: 하면 하죠. 아휴. 저도 희관이 형한테 한마디 해도 되요?
지영: 네!
세근: 제가 지금 공 던져도 희관이 형 보다 더 빨라요. 
지영: 하하하! 유희관 선수가 농구 보러 자주오더라고요.
세근: (김)선형이도 중앙대 출신이라 SK나 우리팀 경기를 많이 오더라고요. 
지영: 유희관 선수가 재미있고 언변도 상당하잖아요.
세근: 대학 때부터 원래 그랬어요.
지영: 중앙대가 유독 끈끈한 라인을 자랑하는 것 같아요.
세근: 야구부랑 친했어요. 특히 희관이 형이랑 친했죠. 숙소도 많이 놀러왔고, 경기장도 자주 오고요. 

지영: 그렇군요. 대학시절 오세근 모르면 간첩이었을 것 같아요. 쿼드러플 더블을 기록하기도 했잖아요. 솔직히 NBA 진출 같은 꿈은 없었나요?
세근: 어렸을 때 NBA는 아니지만 D리그에 대한 생각은 했었어요. 도전해 볼 생각이 없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조용히 무산되었죠. 
지영: 아쉽지는 않았나요?
세근: 전혀요. ‘여기서라도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거기 가서 잘한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영: 얘기를 하다 보니 책임감이 정말 강한 스타일 인 것 같다는 느낌이드네요.
세근: 네. 그런 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책임감도 강하고... 승부욕은 그보다 더 강하고... 하하...
지영: 선수로서는 자랑할 만한 조건이네요?
세근: 승부욕이 강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요. 승부욕 없는 운동선수는 없겠죠. 그런데 저는 유독 강해요. 지는 걸 너무 싫어해요.
지영: 김승기 감독님도 시즌 초 오세근 선수 부상을 염려했다고 하던데... 그 불타는 승부욕을 알았기 때문에 더 걱정하지 않았을까요?
세근: 준비를 많이 했어요. 지난 시즌 끝나고 바로 무릎수술하고, 또 바로 재활을 하면서 중간에 대표팀을 못 갔어요.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항간에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딴 선수가 뛸 수 있는데 안 간다’는 말도 들려왔어요. 속상했죠. 안 괜찮은데 어떻게 뛰어요? 제가 가서 팀에 플러스가 된다면 좋죠. 그런데 안 괜찮으니까요... 몸을 만들면서 재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걸 감수하면서 정말 몸을 많이 만들었어요. 이를 악물었죠. 고등학생,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열심히 했어요. 
지영: 정말 열심히 했네요. 
세근: 열심히 해야죠. 특히 팀 운동 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부족할 때도 있어요. 엄청 많이 뛸 때는 못 따라갈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혼자서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영: 중앙대하면 ‘2008 농구대잔치’때 전설의 52연승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당시 경희대한테 잡히면서 연승이 끝났죠. 기억나요?
세근: 네. 게임을 뛰면서도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그 경기 내내 우리가 계속 지고 있었거든요. 2분인가 남았을 때 저희가 파울 작전을 썼어요. 그런데 KT의 김우람 선수 있죠? 자유투를 다 넣는 거예요. 사실 딱 그 무렵에 저희가 운동이 잘 안됐어요. (박)성진이 형(전자랜드)도 교생실습을 다녀오고... 그 전 대회 때 제가 인터뷰에서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안지겠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 농구대잔치 때 깨져 버린거죠. 그때 제가 인터뷰 한 걸 듣고 상무에 있던 (양)동근이 형(울산 모비스)이 그 기록을 자기들이 깼어야 하는데 경희대한테 먼저 졌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그때 경희대한테 지고 상무한테도 졌거든요.

아름다운 아내, 토끼 같은 쌍둥이, 모든 걸 다가진 남자
지영: 얼마 전 쌍둥이가 태어났죠?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세근: 마냥 행복하죠. 힘들더라도 애기들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웃음 안 나오게 생겼어요?

오세근은 불쑥 휴대폰케이스를 보여줬는데 거기에는 쌍둥이들의 사진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너무너무 예뻤다. 원래 아기들은 모두 다 예쁘다고 하는 데 오세근의 쌍둥이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예뻤다!

세근: 벌써 91일이에요.
지영: 보고 싶죠?
세근: 그럼요. 매일 보고 싶죠. 그럴 때마다 영상통화하고 그래요. 집이 가까워서 매일 가고 싶은데, 팀 사정상 그건 못해요.
지영: 왜요?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 살짝 갔다 오면 안 되나? 가깝다면서요.
세근: 에이. (양)희종이 형이 미혼이잖아요.(웃음) 숙소생활을 하다보면 어디로 외출하는지 선배들이 알아야하니 얘기를 하잖아요. 매번 집에 간다고 하면 좋아하겠어요?(웃음) 팀 생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죠.
지영: 언제 가장 힘이 되나요?
세근: 매일요. 특히 경기 뛰기 전엔 항상 영상통화를 해요. 자고 있을 때도 비춰달라고 해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하는데 경기 뛰다보면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잖아요. 그래도 끝나고 나서 아기들 보면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해요.
지영: 영락없는 아들 딸 바보네요. 어떤 아빠에요?
세근: 집에 없는 아빠?(웃음) 휴~ 지금은 아빠도 아니에요. 아내도 항상 그래요. 결혼하고 잘 못 본다고요. 맞는 말이에요. 집에 갈 때마다 아이들이 이상할 정도로 많이 커있어요. 정말 신기해요. 조리원에서 신생아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엔 너무 잘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많이 컸어요. 태어날 때 유독 작아서 그런가? 신기할 정도로 많이 컸어요.
지영: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 아이들에게 뭘 제일 해주고 싶어요? 
세근: 운동을 하니까 쉽지가 않아요. 집에 잘 못 들어가니까요. 저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해 달라는 거 다해주고, 그러고 싶어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항상 바쁘셔서 함께하는 그런 시간을 잘 못 가졌었거든요. 여행도 잘 못 다니고요. 그래서 저는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저도 항상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시즌이 있잖아요. 그런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결혼한 형들이 그래요. 그럴 때라도 잘해줘야 한다고요.
지영: 누가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인가요?
세근: 동근이 형이랑 친해서 얘기 많이 듣고요, 같은 팀 (강)병현이 형도 그러고요. 결혼한 형들 많잖아요. 다들 그래요. 그런 조언들이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되겠죠. 
지영: 이제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나요? 특히 운동을 반대하셨던 이유도 이해가 갈 듯 싶은데.
세근: 사실 저희 아버지랑 어머니도 운동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 더 반대를 하지 않으셨나 싶어요. 아버지는 여러 가지 운동을 많이 하셨죠. 제가 듣기로는 럭비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합기도도 하시고... 키는 많이 안 커도 체격이 좋으세요. 아버지가 도장을 하셨거든요. 저도 그래서 태권도 했었고... 어머니는 육상을 하셨고요. 
지영: 와! 타고난 운동 DNA네요.
세근: 더 웃긴 건 제 와이프도 체대 출신이에요. 중대 체대요.
지영: 아~ 대학교 다니면서 만난 거예요?
세근: 아뇨. 비행기에서 만났어요. 아내가 승무원이었는데 대화를 하다 보니 중앙대 졸업생이었고 게다가 안양살고요. 얘기하다보니 신기하게 겹치는 것들이 많았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제가 상무에 있을 때 국가대표팀이 뉴질랜드하고 평가전을 했는데 제가 그 경기를 뛰었어요. 보러오라고 했는데, 또 그 경기를 제가 잘했고요.(웃음)
지영: 멋있는 모습을 잘 보여줬네요!
세근: 그런가 봐요.(웃음) 그 전에는 생각도 안했대요. 
지영: 원래 일찍 가정을 꾸려야겠다고 계획을 했었나요? 
세근: 아뇨.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 그런 부분이 버거울 때가 있어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또 아들로서 역할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겪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인생에서 안 해봤던 걸 해가는 중이니까요. 주변에서도 조언을 많이 해주시니 잘 헤쳐 나가야죠.

더 힘찬 포효를 앞두고
지영: 농구는 언제까지 하고 싶어요?
세근: 힘이 닿을 때 까지? 오래 하고 싶죠. 제 등번호가 41번이잖아요. 그래서 목표를 마흔 한 살까지 잡았어요. 마흔 살까지 계약하는 거예요. 그러면 마흔 한 살까지 뛸 수 있겠죠? 하하하.
지영: 그래서 등번호를 그렇게 정했군요?
세근: 그건 아니고요. 41번의 의미는 NBA에서 제가 좋아하는 선수인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 선수 번호에요. 원래는 ‘1번’을 달고 싶었어요. 최고, 넘버원! 그런 의미에서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그래서 11번이었어요. 7년 동안 11번을 달았어요. 그런데 프로에 오니 (김)태술이형이 1번, 희종이형이 11번이더라고요. 선택권이 없었죠.(웃음) 사실 41번도 달고 있던 선수가 있었는데 그 형이 딴 데로 가는 바람에 할 수 있었죠. 중간에 발목 다치고 나서 잘 안 풀릴 때 한번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오기로 지금까지 밀고 왔죠.
지영: 신인 첫 해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 여러 가지 화려한 이력 중 가장 잊지 못하는 커리어가 뭐에요?
세근: 데뷔 첫 우승이요. 2011-2012시즌은 잊을 수 가 없어요. 지금도 챔피언 결정전 한 게임 한 게임 모든 장면들이 생각나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힘든 일들도 많고 해서 ‘그런 일들을 이렇게 보상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들게 운동을 해왔으니까요. 눈물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아시안 게임 때도 금메달 따고 많이 기뻤는데 첫 우승 때가 더 눈물이 많이 났어요. 또 한 번 하고 싶어요. 정말. 
지영: 개인적으로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세근: ‘최고’가 되고 싶어요. 운동을 시작할 때도 아버지에게 최고가 된다고 약속하고 시작했잖아요. 아직 인정을 못 받았으니까요. 저도 인정할 수 없고요. 언젠가는 될 수 있겠죠. 
지영: 프로 6년차 오세근의 속마음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세근: 저는 농구를 하면서 늘 그런 생각을 해왔어요. ‘매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자!’ 그런데 오히려 더 안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서 속상해요. 하지만 지금은 몸 상태도 좋아졌으니까 이제부터라도 매년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아직 저 스스로는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공격이면 공격, 패스면 패스, 수비면 수비 전체적으로요. 다방면에서 잘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최고라고 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선수의 겸손하고도 다부진 각오였다. 이번 시즌 오세근이 원하는 넘버원 시즌이 되길 응원하며, 그는 이미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 = 이현수 기자 hsl_area@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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