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편집부 = 화려한 기술을 갖춘 포인트가드는 가장 인기 많은 포지션 중 하나다. 밥 쿠지부터 크리스 폴까지, 역대 정통파 포인트가드의 계보를 정리했다.

 

1부에서 계속...

 

◆ 존 스탁턴(1984~2003)

‘9년 연속 어시스트왕’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통산 어시스트, 가로채기 명단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신화적인(mythic)'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로터리 픽에도 들지 못한 무명 곤자가 대학교 출신의 백인 포인트가드가 이러한 역사를 남길 것이라곤 말이다. 198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6순위로 유타 재즈 유니폼을 입은 존 스탁턴(54)은 그렇게 전설이 됐다.

정글 같은 NBA에서 20년 동안 살아남았다. 통산 19,711점 15,806어시스트 3,265가로채기를 남겼다. 누적 어시스트, 가로채기 기록은 한동안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19시즌 동안 단 54경기만 결장하면서 평균 10.5어시스트 2.2가로채기를 거두며 세운 기록이기 때문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다. 그러나 스탁턴은 그걸 해냈다. 

우승 반지 하나 없고, 촌스러운 짧은 하의와 더티한 수비로 빈축도 많이 샀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패서였고, 스크린 세터였으며, 뛰어난 수비수이자 점프 슈터였다. 올-NBA 팀에 11번이나 뽑혔고, 5차례 올-수비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통산 야투 성공률 역시 50%가 넘는다(51.5%). 3점슛에 보정을 가한 eFG%는 54.6%에 이른다.

언론은 ‘영웅’과 ‘희생양’을 동시에 찾는다. 이 때문에 유타 선수들은 시카고 불스 왕조에 가린 비운의 2인자 이미지를 얻게 됐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면, 스탁턴만큼 위대한 지휘자는 NBA 70년 연감을 꼼꼼히 살펴도 찾기 힘들다.

 

◆ 제이슨 키드(1994~2013)

현역 시절 점프 슛을 제외한 모든 기술을 섭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산 17,529점 8,725리바운드 12,091어시스트 2,684가로채기를 거뒀다. 누적 어시스트와 가로채기 모두 존 스탁턴에 이어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트리플-더블도 통산 107회나 작성했다. 오스카 로버트슨, 매직 존슨에 이어 이 부문 3위다. 올-NBA 퍼스트 팀 5회, 올-수비 팀 9회, 이 주의 선수 17회, 이 달의 선수에 3회 선정된 바 있다. 올림픽 금메달도 2개나 수확했다. 키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플로어 리더였다.

빼어난 득점력 없이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선수였다. 소속 구단과 미국 대표팀 가릴 것 없이 그가 몸담은 팀은 늘 승승장구했다. 뉴저지 네츠(現 브루클린)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파이널 진출을 키드와 함께 이뤘다. 그가 ‘USA 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포인트가드로 나섰을 때 미국은 국제대회 56승 무패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키드는 밀워키 벅스의 수장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코트 위가 아닌 밖에서도 명감독이 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 크리스 폴(2005~)

NBA 정통파 포인트가드 계보를 대물림하고 있는 거물. 데뷔 시즌부터 완성형 1번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 팀에서 포인트가드가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 주는 선수다. 경기 조율과 앞선 수비, 공간창출능력, 정확한 야투, 지역방어 분쇄, 동료의 움직임을 살리는 엔트리 패스 등 야전사령관의 교본으로서 손색없는 기량을 갖췄다. 2015 플레이오프 1라운드 7차전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상대로 위닝샷을 터뜨렸던 것처럼, 리그에서 손꼽히는 ‘강심장’이기도 하다.

폴은 올-NBA 팀 8회, 올-수비 팀 8회, 어시스트왕 4회, 가로채기 1위 6회, 올스타 9회 선정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퓨어 포인트가드'다. 스테픈 커리, 러셀 웨스트브룩, 데미안 릴라드 등 공격형 1번의 홍수 시대에서도, 자신의 발자국을 뚜렷이 찍어왔다. 

폴은 11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평균 PER(개별 선수 분당 생산력) 25.7를 기록했다.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는 비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존 스탁턴(21.8), 밥 쿠지(20.0), 월트 프레이저(19.2), 제이슨 키드(18.8)보다 월등히 높다. 매직 존슨(24.1)도 폴에게 미치지 못한다. 어떤 지휘자도 그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폴은 이미 충분히 ‘위대한 전설'의 반열에 오른 마에스트로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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