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네가 제임스 하든이구나 ^^ ....그래서 어쩌라고?"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토니 알렌이 완벽한 공수 존재감을 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 NBA 미디어 센트럴

 

[루키] 이승기 기자 = '올해의 수비수'는 이 선수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14일(한국시간)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휴스턴 로케츠를 110-105로 제압했다.

멤피스는 전반 종료 1분 30초 전, 46-62, 16점차로 뒤졌다. 하지만 후반 들어 골밑을 걸어잠그고, 집요하게 상대의 페인트존을 공략하며 결국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이날 멤피스의 역전승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페인트존을 압도하고, 휴스턴의 속공을 억제했으며, 픽앤롤과 3점슛 등 전형적인 '마이크 댄토니 표' 농구를 못하게 막은 덕분이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지옥에서 온 수비수' 토니 알렌(35, 193cm)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알렌은 이날 공수 양면에서 100점 만점에 56,127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선발 슈팅가드로 출전한 알렌은 25분밖에 뛰지 못했다. 파울 트러블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코트 위에 올라와 있는 25분 동안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먼저 공격을 보자. 알렌은 결코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기회가 오면 확실하게 주워 먹는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슛 기회를 착실하게 성공시키며 22점(4리바운드 3어시스트)을 뽑아냈다. 심지어 10개의 야투 중 9개를 넣었다.

수비에서의 에너지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 글로는 표현이 안 된다. 동네농구를 하다 저런 사람을 만난다면 진심으로 짜증이 날 것 같았다. 그만큼 무시무시했고, 끈질기면서도 집요했다.

알렌의 매치업 상대였던 제임스 하든은 이날 27점 9어시스트를 올렸다. 기록만 보면 잘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날 올린 득점의 대부분이 '꼼수'에서 나온 자유투(13/14)였고, 7개의 실책을 범했다. 야투도 14개 중 8개를 놓쳤다. 특히 알렌과의 매치업에서는 영 재미를 못봤다.

하든은 지난 19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날 그 행진이 끊겼다. 멤피스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수비 때문이었다.

4쿼터 활약도 형편없었다. 자꾸 귀찮게 하는 알렌 때문에 야투 시도(3개 시도, 1개 성공) 자체에 애를 먹었다. 7점을 올렸지만 그중 4점은 알렌이 6반칙 퇴장(4쿼터 종료 3분 35초 전) 당한 이후 나왔다. 이날 하든은 승부처 에이스 역할을 못해줬다.

사실 멤피스는 휴스턴의 모든 픽앤롤 경로를 읽고 있었다. 하든에게서 파생되는 루트를 알아차리고 차단했다. 알렌은 마이크 콘리와 협력하며, 휴스턴의 픽앤롤 볼 핸들러(하든, 에릭 고든)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신기한 것은 알렌이 벌써 만 35세의 노장이라는 것이다. NBA 역사상 만 35세의 가드가 이 정도의 수비 에너지를 보여준 예는 마이클 조던밖에 없었다.

한편, 알렌은 수비 퍼스트 팀 3회(2012, 2013, 2015), 수비 세컨드 팀 2회(2011, 2016)에 선정된 리그 최고의 수비수다. 과연 올해에도 수상경력에 한 줄을 추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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