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휴스턴 로케츠의 슈퍼스타 제임스 하든(27, 196cm)이 연일 폭발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하든은 2009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입단했다. 처음에는 벤치 멤버로 뛰며 리그 적응기를 거쳤다. 그는 곧 키 식스맨으로 발돋움하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면 하든은 과연 식스맨 시절 얼마나 잘했을까.

낭중지추

하든이 입단했을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에는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이라는 특급 유망주 듀오가 있었다. 1년 먼저 입단한 웨스트브룩과 역할이 겹쳤던 하든은 벤치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하든과 웨스트브룩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10살 때 캘리포니아 지역 유소년클럽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다. 그런데 웨스트브룩은 대기만성형 스타다. 어릴 때부터 유명했던 하든과는 달리, 웨스트브룩은 대학진학 당시 전미 유망주 랭킹 1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던(2006 ESPN 고교 선수랭킹 151위) 무명선수였다. UCLA 대학에 가서도 벤치 신세였는데, 2학년 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덕분에 NBA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든의 역할은, 벤치에서 출전해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을 보좌하는 것이었다. 당시 썬더 구단의 기대가 컸다. 하든은 ‘유망주’인 동시에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첫 시즌부터 뭔가를 보여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하든의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평균 9.9점 3.2리바운드 1.8어시스트 FG 40.3%는 분명 3순위 지명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지만 하든은 여전히 부진했다. 개막 첫 달이 지났지만 평균 9점을 넘기지 못했다. 야투 성공률도 4할이 채 안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스타 휴식기 이후, 하든의 경기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하든은 3월 한 달 동안 치른 16경기에서 평균 16.8점 FG 49.4%를 기록하며 키 식스맨 역할을 120% 수행했다. 하든 덕분에 썬더는 14승 2패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상승세는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하든은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평균 13.9점 4.7리바운드 4.1어시스트 FG 48.4%를 올렸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도 14.4점 6.0리바운드 3.4어시스트 FG 53.5%로 빼어난 활약을 했다.

최고의 식스맨

2011-12시즌, 3년차가 된 ‘송곳’ 하든은 드디어 주머니를 뚫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평균 16.8점 4.1리바운드 3.7어시스트 FG 49.1% 3점슛 39.0%(1.8개) FT 84.6%를 기록하며 ‘올해의 식스맨’ 상을 받았다. 말로만 벤치멤버였지, 사실 팀 내 핵심전력이었다. 4쿼터 마지막 순간에는 언제나 하든이 코트 위에 나와 있었다. 듀란트, 웨스트브룩, 하든이 동시에 코트에 서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든은 2012 올스타전에 나가지 못했는데, 선수들과 전문가들은 “하든은 이미 올스타 레벨”이라고 입을 모았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오클라호마시티는 승승장구하며 2년 연속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다. 상대는 리그 승률 1위 샌안토니오 스퍼스. 그런데 썬더의 젊음과 패기가 스퍼스 베테랑들의 노련미를 압도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4승 2패로 샌안토니오를 꺾고 파이널 무대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하든은 스퍼스를 상대로 평균 18.5점 3점슛 60.9%(2.3개)를 뽑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썬더는 마이애미 히트에게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의 감독이었던 스캇 브룩스는 하든에게 르브론 제임스를 막게 했는데, 이는 분명한 패착이었다. 애초에 미스매치이기 때문에 하든은 결코 르브론을 막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르브론을 막느라 체력이 떨어진 하든은 공격에서도 완전히 죽을 쑤고 말았다.

 

로켓단의 리더

2012-13시즌 개막 직전, 하든은 휴스턴 로케츠로 트레이드됐다. 이미 샐러리캡 압박을 받고 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하든 대신 서지 이바카와의 재계약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하든을 다른 팀으로 보냈던 것이다.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휴스턴에 합류한 하든은 팀 내 독보적인 에이스가 됐고, 마음껏 코트 위를 휘젓고 다녔다. 그는 곧 올스타가 됐고,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맥시멈 계약을 따냈음은 물론이다.

한편, 하든은 2016-17시즌 평균 27.4점 7.9리바운드 11.9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휴스턴 역시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자리 잡았다. 과연 하든이 로케츠를 이끌고 대업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 제공 = 아디다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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