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쾌속 7연승!"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달라졌다. 시즌 초반 빌빌대던 당시의 경기력과는 천지차이다.

7일(이하 한국시간) 인디애나폴리스 뱅커스 라이프 필드하우스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정규리그 경기에서 인디애나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93-90으로 제압했다.

페이서스는 이로써 7연승을 질주, 동부 컨퍼런스 6위를 지켰다. 1월 초까지만 해도 승률 5할이 채 안 됐던 인디애나는 현재 29승 22패를 기록,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디애나가 갑자기 잘나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살펴보자.

1. 안정된 팀 수비

무엇보다도 안정세에 접어든 팀 수비를 꼽을 수 있다. 인디애나의 수비는 상당히 불안했다. 개막 첫 세 경기에서는 평균 114.0점을 내줬고, 11, 12월 두 달 동안 평균 105.1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1월에는 평균 실점이 무려 108.8점까지 치솟았다. 네 경기 연속 120점 이상 빼앗기기도 했고, 심지어 덴버 너게츠와의 경기에서는 140점이나 내주고 완패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덴버와의 경기가 오히려 약이 됐다. 그 경기를 기점으로 인디애나 선수들의 수비 집중력이 달라졌다. 페이서스는 이후 12경기에서 상대를 평균 99.6점으로 막아냈다.

최근 7연승 기간만 놓고 보면 더욱 대단하다. 평균 실점이 96.3점에 불과하다. 이는 시즌 평균 실점(105.6점)에 비해 확연히 낮은 점수다. 같은 기간 득실마진도 +10.3점이나 된다.

뿐만 아니라 인디애나는 지난 7경기에서 상대의 야투를 42.1%로 억제했다. 이는 같은 기간 3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좋은 기록이다.

2. 깔끔한 교통정리

인디애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테디어스 영, 알 제퍼슨, 제프 티그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당연히 이에 따른 역할 분배가 화두가 됐다.

시즌 초에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티그와 몬테 엘리스의 동선이 너무나 겹쳤고, 선수들 역시 우왕좌왕했다. 네이트 맥밀란 감독 또한 공격농구를 시도하다가 팀 수비 붕괴를 초래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엘리스가 벤치로 내려가면서 티그가 확실히 살아났다. 또, 덕분에 선발 출장 기회를 부여받은 글렌 로빈슨 3세가 꾸준한 생산력을 보여주며 활력소 역할을 했다.

어느 정도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조지 또한 슬럼프에서 탈출, 빼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운영을 티그에게 일임한 것도 도움이 됐다. 조지는 "선수들의 케미스트리가 좋아졌다. 나와 티그의 관계도 개선됐다"며 페이서스의 상승세 원인을 설명하기도 했다.

 

3. 에이스의 품격

'고-투 가이' 조지의 뛰어난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7경기에서 평균 24.6점 6.6리바운드 3.6어시스트 1.4스틸 3점슛 2.0개 FG 45.9% FT 90.0%를 올리며 팀의 7연승 행진을 주도했다.

무엇보다도 최근 들어 승부처 해결사로서의 본능을 되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날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에서도 21점 중 15점을 후반에 집중시키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또, 경기 막판 깔끔한 클러치샷까지 터뜨리며 영웅이 됐다.

또, 그 어떤 에이스와의 대결에서도 밀리는 법이 없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에서는 33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제임스 하든을 15점 FG 17.6%(3/17) 8실책으로 꽁꽁 묶어버렸다. 덕분에 인디애나는 120-101로 완승했다.

조지는 스스로 "난 공수 양쪽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한다. 본인의 경기력에 대한 자부심이자 자신감이다. 이러한 믿음은 조지가 큰 부상에서 돌아와 부활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됐다.

★ 죽음의 2월

그런데 최근 7연승을 거뒀다고 해서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 인디애나의 2월 일정이 대단히 험난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는 무사히 넘겼지만, 앞으로 강팀들과의 대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9일 인디애나는 디펜딩 챔피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상대해야 한다. 이틀 뒤에는 악명 높은 '워싱턴 원정'을 떠나야 한다. 또, 밀워키 벅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만난 뒤 다시 클리블랜드, 워싱턴과 격돌한다. 그 뒤에는 멤피스 그리즐리스, 11연승의 상승세를 탄 마이애미 히트, 휴스턴, 샌안토니오와 경기해야 한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다.

페이서스가 과연 향후 10경기에서 몇 승이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밀워키나 마이애미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인디애나보다 강력한 전력을 보유한 팀들이다. 2월 일정은 인디애나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간이 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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