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세계대회에 NBA 스타들이 총출동하면 무조건 다 우승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원조 드림팀'이 출범한 후 벌써 24년이 흘렀다. 그간의 미국 대표팀이 겪은 영욕의 세월을 찬찬히 회상해봤다. 일곱 번째 시간에서는 2006 일본 세계선수권대회 미국 대표팀을 소개한다.


2006 일본 세계선수권대회
드림팀 7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 엘튼 브랜드, 브래드 밀러
파워포워드 카멜로 앤써니, 크리스 보쉬, 앤트완 재이미슨
스몰포워드 르브론 제임스, 셰인 베티에
슈팅가드 드웨인 웨이드, 조 존슨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 커크 하인릭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


착실한 준비

지난 두 메이저대회에서 실패를 맛본 미국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NBA의 유망주들을 주축으로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를 도입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표팀을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또, 감독 전임제를 실시해 대표팀 전력의 안정화를 꾀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2006 일본 세계선수권대회를 거쳐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까지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원대한 꿈을 실현시켜줄 감독으로는 듀크 대학의 마이크 슈셉스키 이상 가는 인물이 없었다.

미국농구협회 제리 콜란젤로 단장의 진두지휘 아래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슈셉스키 감독을 필두로, ‘2-3 지역방어’의 세계 최고 권위자 짐 뵈하임(시라큐스 대학), 공격농구의 달인 마이크 댄토니, 모션 오펜스에 능한 네이트 맥밀란이 어시스턴트 코치로 합류했다.

평가전도 잊지 않았다. 미국은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며칠 앞두고 잠시 한국에 들렀다. ‘2006 월드바스켓볼챌린지’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가볍게 4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이벤트성 친선대회였기에 승리에 큰 의미는 없지만, 컨디션을 점검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미국에게 63-116, 53점차로 완패했다. 한국은 이탈리아, 터키, 리투아니아에게도 모두 지며 4전 전패로 대회를 마쳤다.)

이제 미국은 정상 탈환을 위한 모든 채비를 마쳤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더없이 좋았다.



허무한 패배

2006 일본 세계선수권대회가 시작됐다. D조에 소속된 미국은 예선 5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우승을 향해 산뜻한 출발을 했다. 9점차로 이겼던 이탈리아와의 경기처럼 접전도 있었지만, 어쨌든 미국은 계속해서 승수를 쌓았다. 16강에서는 호주를 40점차로 완파했고, 8강에서는 독일을 20점차로 무찔렀다.

카멜로 앤써니, 드웨인 웨이드, 르브론 제임스 등 2004 아테네 올림픽 멤버들은 2006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한층 성숙해진 기량으로 팀을 잘 이끌었다. 미국은 거칠 것이 없어보였고, 이제 우승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승에 실패하고 말았다. 4강전에서 그리스에 95-101로 패하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미국은 전반에 이미 41-45로 끌려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반 들어서는 ‘그리스의 샤킬 오닐’ 소포클리스 쇼르차니티스의 맹공을 막지 못해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미국은 끝내 빈약한 센터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드와이트 하워드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센터가 없었다. 급한 대로 엘튼 브랜드를 센터로 기용했으나, 브랜드는 203cm의 단신으로 한계가 있었다. 크리스 보쉬는 정통 빅맨이 아닌지라 골밑 몸싸움에 약했고, 브래드 밀러와 앤트완 재이미슨은 일찌감치 주요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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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복수

준결승에서 패한 미국 선수들은 화가 잔뜩 났다. 반드시 우승한다는 각오로 왔기 때문이다. 이제 동메달이라도 따야 했다. 3-4위전 상대는 2002 세계선수권대회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각각 한 번씩, 미국에게 두 번이나 패배의 아픔을 안겨줬던 아르헨티나였다.

미국은 복수심에 불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국은 1쿼터에 21-27로 뒤지는 등 고전했다. 이게 약이 된 것인지, 미국은 이후 정신을 차렸다. 결국 미국이 96-81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땄다. 웨이드는 홀로 32점을 퍼부으며 아르헨티나를 폭격했다. 르브론은 22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기록을 냈다. 미국에게 패한 아르헨티나는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두 번의 패배에 대한 미국의 완벽한 복수전이었다.

한편, 미국 대표팀은 평균 20.5점차의 득실마진을 내며 8승 1패를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이전 두 번의 대회에 비하면 분명 나아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 BOX | 미국을 이긴 후

미국은 200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르헨티나, 유고슬라비아, 스페인에게 패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팀이 돌아가며 향후 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는 것이다.

유고슬라비아는 2002 세계선수권대회의 챔피언이 됐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아르헨티나가 금메달을 따냈다. 2006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스페인이 9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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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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