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강하니 = 세상은 돌고 돈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한 팀에서만 감독 생활을 이어가는 이는 극소수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팀을 옮겨 다닌다. 올여름 4명의 감독이 NBA로 돌아왔다. 스캇 브룩스(워싱턴), 탐 티보도(미네소타), 네이트 맥밀란(인디애나), 마이크 댄토니(휴스턴)다. 이들 모두 이전 팀과의 인연이 끝난 뒤 공백기를 가졌던 감독이다. ‘야인 탈출’을 선언한 감독 4인방을 살펴보자.
# ‘마법사 군단의 수장으로’ 스캇 브룩스 감독
스캇 브룩스가 돌아왔다. 이번엔 오클라호마시티가 아닌 워싱턴의 감독이다. 브룩스는 감독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8년 동안의 어시스턴트 코치 생활을 끝내고 첫 지휘봉을 잡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굉장히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감독 데뷔 두 번째 시즌에 오클라호마시티를 50승 팀으로 만들었으며, 이 시즌에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2년에는 NBA 파이널 무대를 밟으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올스타전 감독도 두 차례나 경험했다.
하지만 브룩스에겐 전술 부재에 대한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7시즌 동안 338승 207패 승률 62.0%를 기록하는 훌륭한 성적을 냈지만, 이것이 브룩스의 힘으로 이룬 성과라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의 팀이었으며, 스캇 브룩스가 둘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 전술을 고집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스캇 브룩스의 오클라호마시티는 철저히 선수의 재능에 의존하는 ‘탤런트 농구’를 펼쳤다.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를 보유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과한 수준의 아이솔레이션 게임 비중과 종종 나오는 의아한 선수기용으로 인해 브룩스는 호평보다는 혹평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무전술 감독’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때문에 오클라호마시티에서의 7년은 브룩스에겐 큰 영광인 동시에 상처이기도 했다. 팀을 꾸준히 승리로 이끈 덕에 감독 커리어가 탄탄해졌지만, 감독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비판도 많이 받았던 시간이었다.
그런 브룩스가 1년의 야인 생활을 끝내고 NBA에 돌아왔다. 그가 이끌 워싱턴은 7년 전의 오클라호마시티를 생각나게 한다. 상당히 젊고 역동적이지만, 아직은 그 잠재력을 완전히 만개하지 못한 팀이라는 점이 흡사하다.
워싱턴은 오프시즌을 나름대로 바쁘게 보냈다. 논란 속에 브래들리 빌과 거액의 재계약을 체결했고 이안 마힌미, 앤드류 니콜슨, 트레이 버크, 제이슨 스미스를 영입하며 벤치를 보강했다. 지난 시즌 워싱턴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빠른 농구로의 변화에 성공했다. 2014-15 시즌 평균 이하의 경기 페이스를 가진 팀이었던 워싱턴은 2015-16 시즌에는 리그에서 5번째로 빠른 팀으로 변모했다. 향후에도 워싱턴은 존 월 중심의 빠른 농구의 색깔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팀 색깔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이다. 2014-15시즌 워싱턴은 수비 효율 지수 5위를 기록한 탄탄한 수비 팀이었다. 경기 페이스를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않고 세트 오펜스를 지향한 농구를 펼치며 상대의 빠른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대신 속공 기회가 오면 존 월, 브래들리 빌 등 소수의 선수로 빠르게 득점을 올렸다. 그 결과 2014-15시즌 워싱턴은 속공 실점이 리그에서 7번째로 적은 팀이었지만, 속공 득점은 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굉장히 효율적인 속공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공수 양면에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탄탄했던 수비가 눈에 띄게 헐거워졌다. 속공 득점은 골든스테이트에 이은 리그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팀 전체가 빠른 공격에 힘을 쏟다 보니 수비에서 실수가 많아졌다. 지난 시즌 워싱턴은 야투 허용률 8위, 3점슛 허용률 4위를 기록하며 상대에게 높은 확률로 야투를 내줬다. 2014-15시즌 110점 이상 실점한 경기가 전체의 13.4%, 100점 이상 실점한 경기가 40.2%였던 워싱턴은 2015-16 시즌엔 110점 이상 실점한 경기가 전체의 34.1%, 100점 이상 실점한 경기가 전체의 60.9%로 폭등했다. 수비 불안은 플레이오프 티켓 싸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워싱턴은 정규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105.4점을 내줬으며 결국 시즌을 일찍 마감해야 했다.
스캇 브룩스의 오클라호마시티는 늘 평균 이상의 경기 페이스를 가져가는 팀이었다. 로스터 구성상 기본적으로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긴 했지만, 브룩스 감독도 의도적으로 경기 페이스를 늦추는 식으로 시즌을 운영한 적은 없었다. 특히 2012-13시즌과 2013-14시즌에는 리그 상위권의 경기 페이스를 기록하면서도 수비 효율 지수 4위, 6위를 각각 기록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기도. 워싱턴이 브룩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로 빠른 페이스에 좋은 수비력까지 갖췄던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의 모습일 것이다.
워싱턴에서의 생활은 스캇 브룩스 감독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겪었던 전술 부재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 논란을 다시 만들 수도 있는 위기이기 하다. 결국 모든 것은 브룩스의 손에 달렸다. 브룩스의 워싱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BOX ? 스캇 브룩스 감독의 훈련론(?)
스캇 브룩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훈련 방식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던 바 있다.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훈련의 효율이었다. 브룩스는 “감독 경험을 쌓으면서 팀 훈련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효율적인 훈련 시간과 무의미한 슛 어라운드 시간을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브룩스는 샌안토니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훈련을 참관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포포비치 감독의 훈련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훈련의 요점과 목표가 분명했고 효율적이었으며 경쟁적이었다. 그걸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뒤로 나는 훈련 시간을 줄이는 데 굉장히 신경 썼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마 다음 시즌 워싱턴 선수들은 긴 훈련 시간 때문에 힘이 빠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 유망주 군단 미네소타의 지휘자, 탐 티보도 감독
탐 티보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감독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소개한 스캇 브룩스와 흡사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감독으로서 티보도의 역량은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 티보도는 미국 대표팀 코치로 꾸준히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오랜 수비 어시스턴트 코치 경험에서 나오는 탄탄한 수비 전술은 현역 감독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 전술에 비해 불안한 공격 전술, 주전들의 혹사 논란은 티보도가 결코 피할 수 없었던 비판이다. 그래서 티보도 역시 브룩스와 마찬가지로 오는 시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되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은 없애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네소타를 복귀 팀으로 고른 것은 굉장히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미네소타는 공격에 재능 있는 유망주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의 리빌딩 덕분에 로스터의 깊이도 뛰어나다. 보다 다양한 공격 전술을 시도할 수 있으며, 벤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수 있는 팀이다. 미네소타의 지휘봉을 잡은 티보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미네소타의 지난 12년은 악몽에 가까웠다. 미네소타는 현재 리그 30개 팀 중 가장 오랜 기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2위 새크라멘토) 리키 루비오, 케빈 러브를 주축으로 플레이오프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늘 5할 승률 미안이었다. 미네소타는 44승을 거두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2004-05 시즌 이후 11년 연속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0승도 못 거둔 시즌이 세 차례나 있었다. 아직도 미네소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만년 약체 팀이다.
특히 케빈 러브가 떠난 후 지난 2년 동안 미네소타는 리그 최악의 수비 팀이었다. 수비 효율 지수에서 2014-15 시즌에 리그 30위, 2015-16 시즌에는 리그28위에 그쳤다. 특히 3점 수비는 압도적인 꼴찌였다. 상대 팀이 많은 3점슛을 던지도록 내버려뒀고, 높은 확률로 3점슛을 얻어맞았다. 반대로 자신들은 공격에서 최악의 3점슛 팀이었다. 시도, 성공, 성공률 모든 부문에서 리그 최하위권을 전전했다. 3점슛의 가치가 올라간 시대에 이런 경기를 하니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탐 티보도가 미네소타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무너진 로테이션 수비를 제대로 개선하면서 불안한 3점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티보도가 지휘봉을 잡은 동안 시카고는 한 시즌도 빠짐없이 3점 수비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달렸다. 상대의 3점슛 시도를 철저히 제어했으며 3점슛 시도를 내주더라도 빠른 로테이션 수비와 슛 방해로 성공률을 최대한 떨어뜨렸다. 선수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1대1 수비와 달리 로테이션 수비는 감독의 역량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감독이 어떻게 선수들의 수비 동선을 짜느냐에 따라 로테이션 수비의 안정감이 달라진다. 때문에 티보도가 이끄는 미네소타의 수비가 얼마나 달라질지 지켜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한편 공격에서의 변화도 기대된다. 향후 미네소타의 공격의 축은 ‘신인왕 콤비’ 앤드류 위긴스와 칼 앤써니 타운스다. 위긴스의 경우 지난 두 시즌 동안 철저히 오프 스크린에 이은 점프슛에 의존한 공격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나름 효율성을 높였으나 공격 방식이 단순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한계에 봉착했다. 그래서일까? 올여름 위긴스는 드리블 능력을 향상 시키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볼 핸들러로서의 활약을 위해서다.
위긴스의 이 같은 변화는 티보도에겐 반가울 수밖에 없다. 시카고 시절 티보도는 모션 오펜스보다는 볼 핸들러의 2대2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오펜스에 높은 비중을 두는 감독이었다. 물론 1년 동안 코트를 떠나 있었지만, 볼 핸들러의 역량을 중시하는 티보도의 오펜스 방식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위긴스가 티보도의 미네소타에서 공격의 핵을 담당하기 위해선 볼 핸들러로서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높은 타점에 기반한 점프슛 능력을 갖춘 위긴스가 드리블 능력까지 업그레이드한다면 티보도 공격 시스템의 1인자로 활약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크리스 던, 잭 라빈은 티보도 감독 밑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형의 선수들이다. 던은 굉장히 역동적인 드리블 기술과 돌파 능력을 지닌 선수. 라빈 역시 이 부분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던과 라빈이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수비를 교란할 수 있다면, 팀 공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타운스는 지난 시즌처럼 페인트존 득점원과 하이포스트에서 패스 게임을 이끄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카고 시절 카를로스 부저, 조아킴 노아가 2대2 게임에서 보여줬던 컨트롤 타워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타운스의 새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최근 ESPN이 발표한 시즌 예상에서 미네소타는 다음 시즌 가장 기대되는 팀으로 꼽혔다. 기본적으로 미네소타는 잠재력이 풍부한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네소타가 이런 평가를 받은 데에는 탐 티보도의 존재도 영향을 끼쳤다. 미네소타 구단은 티보도를 감독 겸 구단 사장으로 임명하며 그에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늑대군단의 수장이 된 티보도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네소타의 악몽을 끝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BOX ? 조화와 협력을 강조한 탐 티보도
탐 티보도 감독은 현재 미네소타의 사장직과 감독직을 겸임하고 있다. 현재 리그를 통틀어도 구단 운영에 대한 권한을 가진 감독은 많지 않다. 스탠 밴 건디(디트로이트), 닥 리버스(LA 클리퍼스), 마이크 부덴홀저(애틀랜타) 정도뿐이다. 하지만 탐 티보도는 이에 대해 “프런트의 구성이 바뀐 것이 구단 내부의 알력 싸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구단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지지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미네소타에 부임한 스캇 레이든 단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티보도는 “스캇 레이든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이고 꾸준히 농구 철학을 공유해왔다. 레이든은 내가 늘 곁에 두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레이든 단장은 감독직과 사장직을 겸하게 된 터보도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전망. 미네소타가 구단 운영에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4년 만에 잡은 지휘봉’ 네이트 맥밀란 감독
냉정하게 말하면 네이트 맥밀란은 야인에서 돌아온 감독은 아니다. 맥밀란은 2012년 포틀랜드 감독에서 물러난 뒤 인디애나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로 꾸준히 일해 왔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미국 대표팀의 코치로 일했다. 다만 헤드코치로서의 경력에 4년의 공백이 있었을 뿐이다.
올여름 인디애나의 래리 버드 사장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인디애나를 6년 동안 이끌어온 프랭크 보겔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맥밀란을 감독직에 앉힌 것이다. 보겔은 6년 동안 인디애나를 플레이오프를 5번이나 이끌었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연이어 지구 결승 무대를 밟기도 했다. 또한 지난 시즌에는 중하위권 전력으로 이끌던 인디애나를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2007년부터 인디애나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일해왔던 보겔은 래리 버드 사장과 1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 보겔과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한 것은, 버드 사장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겔의 대안으로 맥밀란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인디애나 지역 기자들 역시 보겔을 포기하고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맥밀란을 감독으로 승격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 사실 그럴 만했다. 일단 보겔을 포기할 명분 자체가 부족했다. 보통 감독을 해임하는 데에는 성적 부진, 선수단 혹은 프런트와의 갈등과 같은 명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겔은 이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리빌딩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버드 사장은 “인디애나를 보다 공격력이 뛰어난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르게 해석하면 보겔이 인디애나에서 보여준 공격 전술에 한계를 느꼈다는 말이 된다. 버드 사장은 3점슛과 속공 중심의 리그 트렌드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인물이다. 2015-16시즌 초 폴 조지를 스몰라인업의 파워포워드로 기용하는 시도를 한 것도 빅맨 중심의 농구를 펼치던 인디애나를 리그 트렌드에 맞는 빠르고 공격적인 팀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인디애나는 지난해 여름 데이비드 웨스트, 로이 히버트를 모두 떠나보내고 몬테 엘리스를 영입하며 로스터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 프랭크 보겔도 버드 사장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 결과 인디애나는 리그에서 11번째로 빠른 팀으로 변모했다. 이전까지 경기 페이스가 꾸준히 리그 20위권 안팎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공격 효율까지 높이는 일이었다. 보겔은 이 점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인디애나의 공격 효율은 리그 25위에 불과했으며, 팀 어시스트도 22위에 그치는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보겔에 대한 버드 사장의 신뢰가 무너진 것은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디애나의 새 수장이 된 맥밀란 감독은 과거 빠른 농구와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시애틀에서의 첫 시즌(2000-01)과 포틀랜드에서의 마지막 시즌(2011-12)을 제외하면, 맥밀란이 이끌었던 팀은 경기 페이스에서 리그 20위권 안에 진입한 적이 없었다. 맥밀란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2000년대 중후반 포틀랜드는 경기 페이스가 리그에서 가장 느린 팀이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맥밀란이 느린 경기 템포에서도 공격 효율을 끌어올리는 능력이 뛰어난 감독이었다는 점이다. 2008-09시즌 맥밀란의 포틀랜드는 경기 페이스 리그 꼴찌를 기록하면서도 공격 효율 지수에서는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포틀랜드는 이후에도 꾸준히 공격 효율 리그 상위권에 랭크됐다. 맥밀란은 공격 시스템을 설계하는 능력만큼은 이미 검증된 인물이라고 봐도 된다.
문제는 맥밀란이 인디애나를 지난 시즌보다 더 빠른 팀으로 만들면서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던 공격 효율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단 맥밀란을 도울 선수들은 있다.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인디애나에 합류한 제프 티그는 리그에서 과소평가된 돌격 대장이다. 지난 시즌 티그는 5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 중 3번째로 돌파 횟수가 많은 선수였으며, 돌파를 통한 야투 성공도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슈팅 중심의 조지 힐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인 셈이다. 이런 티그의 존재는 맥밀란이 빠른 템포의 농구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지금 맥밀란은 여러모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인디애나가 리빌딩 첫 시즌에 이미 플레이오프에 진출에 성공하면서 기대치를 높여둔 데다, 보겔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맥밀란은 지난 시즌 인디애나가 거둔 것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면서 래리 버드 사장이 언급한 공격력 향상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과연 맥밀란이 인디애나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BOX ? 네이트 맥밀란, 격세지감을 느끼다?
네이트 맥밀란은 감독 부임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달라진 리그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맥밀란은 “2005년만 해도 스페이싱을 중시하는 라인업에 대해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센터들에게 3점슛 연습을 지시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모든 팀이 센터들이 3점슛을 연습한다. 농구과 10년 전에 비해 너무나 달라졌다”고 했다. 맥밀란 감독은 자신의 이끌 인디애나 농구의 지향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맥밀란은 빠른 농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수비의 성공이 공격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고 싶다. 보다 공격적인 농구를 지향할 것이고 수비력도 향상 시킬 것이다. 2년 전 인디애나는 지금보다 더 뛰어난 수비력을 지닌 팀이었다. 그때 수준으로 수비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다. 수비력의 향상은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맥밀란의 이 생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루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 ‘돌아온 선구자?’ 마이크 댄토니 감독
2000년대 중반 피닉스의 농구에 열광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시 피닉스는 스티브 내쉬, 숀 매리언,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3인방을 앞세운 런앤건 농구로 리그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결국 ‘가드 중심의 농구는 우승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지는 못했지만, 공격적인 농구로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NBA 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피닉스의 감독이었던 마이크 댄토니는 감독으로 NBA 팀을 이끈 경기가 50경기에 불과한 초짜 감독이었다. 2003-04시즌 중 갑작스레 피닉스의 지휘봉을 잡은 댄토니는 NBA 감독으로서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04-05시즌에 피닉스를 62승 20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댄토니의 농구 색깔은 극단적인 공격 농구다. 7초 이내에 공격을 끝낸다는 ‘7 Seconds Or Less’는 댄토니 농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캐치프레이즈다. 2008년 피닉스 감독에서 물러날 때까지 댄토니는 피닉스을 매년 공격 1위 팀으로 이끌었으며, 이 같은 공격력을 바탕으로 피닉스는 서부지구 강호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닉스를 떠난 뒤 댄토니의 여정은 순탄치 못했다. 뉴욕에서 네 시즌, 레이커스에서 두 시즌 감독을 맡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2010-11시즌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레이먼드 펠튼, 다닐로 갈리날리, 윌슨 챈들러를 중심으로 피닉스에서의 공격 농구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시즌 중반 프런트가 카멜로 앤써니 영입을 위해 애써 키운 기존 선수들을 덴버로 대거 보내면서 뉴욕에 가까스로 자리 잡은 댄토니의 농구는 다시 흔들렸다. 결국 2011-12시즌 중 프런트와 트레이드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 끝에 댄토니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012-13시즌 초 댄토니는 우승 도전을 선택한 레이커스에 부임한다. 당시 레이커스는 스티브 내쉬, 드와이트 하워드를 영입, 판타스틱 4를 구성하며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댄토니의 레이커스 생활은 실패였다. 스티브 내쉬, 파우 가솔이 모두 부상 문제로 50경기 정도 출전하는 데 그쳤고, 코비와 하워드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코트 안팎이 시끄러웠다. 2013년 여름 하워드는 휴스턴으로 이적했고, 젊은 동력을 잃은 레이커스는 2013-14시즌 댄토니 아래에서 27승 55패라는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레이커스를 떠난 뒤 공백기를 가진 댄토니는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의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댄토니는 휴스턴의 새 감독으로 깜짝 임명되면서 2년 만에 NBA 감독으로 돌아왔다.
일단 댄토니와 휴스턴은 잘 맞는 조합이다. 휴스턴은 대릴 모리 단장 부임 이후 3점슛 중심의 ‘모리볼’을 구사해왔다. 그리고 댄토니는 이런 휴스턴의 농구 색깔을 잘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다. 3점슛이 바탕이 된 공간 활용과 빠른 공격을 중시하는 댄토니의 농구는 그간 휴스턴이 추구해온 농구와 흡사하다. 또한 스티브 내쉬, 레이먼드 펠튼의 사례에서 보았듯 댄토니는 볼 핸들러의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볼 핸들링 실력과 득점 창출 능력을 지닌 에이스 제임스 하든의 존재는 댄토니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걱정거리도 있다. 바로 수비 문제다. 댄토니의 계약이 발표될 때 많은 이들은 휴스턴의 수비 문제를 우려했다. 지난 시즌 휴스턴은 리그 최악의 수비력을 보였고, 이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공격 농구를 추구하고 NBA에서 수비 전술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댄토니가 이런 휴스턴의 수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마이크 댄토니의 부임은 대릴 모리 단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도박이다. 지난 시즌 모리 단장은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구단 오너 측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농구 철학을 더 극단적으로 이행할 댄토니를 감독으로 데려온 것은 모리 단장이 승부수를 던졌음을 의미한다. 과연 댄토니는 추락한 휴스턴을 다시 강팀으로 바꿀 수 있을까?
BOX ? 수비도 공격부터? 마이크 댄토니의 수비 철학
마이크 댄토니는 부임 후 기자 회견에서 “이번이 NBA에서의 감독을 맡을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번 기회를 살리고 싶다. 휴스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며 절실한 심정을 드러냈던 바 있다. 한편 이날 댄토니는 휴스턴의 수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다운 답변을 내놓아 흥미를 끌기도 했다. 댄토니는 “선수들이 공격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게 되면 에너지 레벨이 올라가 수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수비에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 열정과 투지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수비에서 열정과 투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선수들이 공격에서 자신의 역할에 불만족하거나 불편을 느끼면 수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걸 막는 것이 감독인 나의 역할이다”라고 얘기했다. 과연 댄토니의 독특한 수비 철학(?)은 휴스턴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강하니 기자(cutehani93@gmail.com)
저작권자 ⓒ 루키.-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