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토론토 랩터스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16일(한국시간) 열린 2015-16시즌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세미파이널 7차전에서 토론토는 마이애미 히트를 116-89로 완파,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현지 해설위원은 "랩터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토론토는 정규리그에서도 프랜차이즈 최다인 56승(26패)을 따내기도 했다. 게다가 창단 이래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다.

랩터스는 그간 데이먼 스타더마이어, 크리스 보쉬 등 여러 스타를 발굴해냈다. 그렇다면 구단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누렸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단연코 2000년대 초반이다.

빈스 카터를 빼놓고는 이 팀을 논할 수 없다. 1998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토론토에 지명된 카터는 데뷔와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압도적인 운동능력과 환상적인 슬램덩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년 하위권이던 랩터스도 카터와 함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9-2000시즌에는 창단 이후 최초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기도 했다. 1라운드에서 3연패하며 탈락했지만, 미래를 기약하기에는 충분했다.


영광의 순간

2000-01시즌은 토론토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47승(37패)으로 당시 기준 구단 최다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후 랩터스는 2015-16시즌 전까지 한 번도 2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발돋움했던 시즌이기도 했다. 카터의 폭발적인 활약과 랩터스의 호성적에 힘입어 해당시즌 관중동원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터는 2년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오르는 등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토론토는 2001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뉴욕 닉스를 만났다. 닉스는 전년도 플레이오프에서 랩터스에게 '스윕패(0승 3패)'의 악몽을 선사했던 상대.

랩터스는 이번에도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4, 5차전을 모두 잡아내며 1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었다.

(※ 과거에는 1라운드가 5전 3선승제로 운영됐다. 현재와 같이 1라운드도 7전 4선승제로 바뀐 것은 2002-03시즌부터였다.)


카터의 시대가 저물고
사상 최고의 일기토(?)

당시 토론토는 '빈스 카터의 원맨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해당시즌 올스타에 선정된 안토니오 데이비스, 베테랑 찰스 오클리, 알짜배기 앨빈 윌리엄스, 슈터 모리스 피터슨 등이 있었지만 모두 무게감이 떨어졌다.

랩터스의 2라운드 상대는 필라델피아 76ers. '정규리그 MVP' 알렌 아이버슨이 이끌던 원맨팀이었다. 두 팀 모두 독보적인 '더 맨' 외에 수비형 선수들로 구성된 것이 비슷했다.

이 때문일까. 사상 최고의 '고-투 가이' 쇼다운이 펼쳐졌다. 마치 삼국지 장수들이 일기토를 펼치는 것 같았다. 카터와 아이버슨은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플레이오프를 수놓았다.

1차전에서 토론토가 96-93으로 먼저 웃었다. 카터는 35점 7어시스트를 기록, 36점 8리바운드 7스틸을 올린 아이버슨에 판정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는 필라델피아가 97-92로 승리했다. 아이버슨은 무려 54점을 폭발시키며 정규리그 MVP의 위엄을 보여줬다. 아이버슨 외에 팀 내 최다득점자는 10점을 올린 에릭 스노우였다. 아이버슨 홀로 이끈 승리라고 봐도 무방했다.

홈으로 돌아온 토론토는 3차전에서 102-78로 대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카터가 타올랐다. 3점슛 9개(플레이오프 타이 기록) 포함, 50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4블록을 기록한 것.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퍼포먼스였다.

4차전에서는 지옥의 수비전 끝에 필라델피아가 84-79로 살아남았다. 아이버슨은 30점 5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다. 카터 역시 25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맞섰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5차전은 필라델피아 홈에서 열렸다. 경기 직전 아이버슨은 MVP 트로피 수여식을 가졌다. 이에 고무된 것일까. 아이버슨은 3점슛 8방 포함, 52점 7어시스트 4스틸을 뽑았다. 필라델피아 또한 121-88로 완승했다. 아이버슨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림이 바다만큼 넓어보였다"는 소감을 남겼다.

카터도 가만 있지 않았다. 6차전에서 39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 3점슛 4개를 기록하며 랩터스의 101-89 승리를 견인했다. 양 팀은 3승 3패로 동률을 이뤘고, 승부는 대망의 7차전까지 미뤄졌다.

역시 7차전은 매우 치열했다. 두 선수 모두 상대 수비에 막혀 부진했다. 필라델피아가 88-87로 앞섰던 경기 종료 직전, 토론토가 최후의 공격을 시도했다. 카터는 왼쪽 코너에서 펌프 페이크로 수비수를 날려보낸 뒤, 마지막 점프슛을 던졌다.

그러나 공은 림을 벗어났다. 그대로 경기 종료. 필라델피아는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고, 토론토는 3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희대의 명승부였다.

https://youtu.be/S-ZwFWAx0hk 

 


카터의 시대가 저물고

이후 토론토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2001-02시즌 도중 카터가 부상으로 시즌-아웃 당하면서 일년 농사를 망쳤다. 카터는 2002-03시즌에도 부상으로 39경기에 결장하는 등 하락세를 걸었다.

2003-04시즌 카터가 건강을 찾았지만, 팀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카터는 2004-05시즌 도중 태업논란에 휘말리며 뉴저지 네츠(現 브루클린)로 트레이드됐다. '빈스 카터 시대'의 종말이었다.

팀의 새로운 간판은 크리스 보쉬였다. 보쉬는 올스타 빅맨으로 성장하며 팀을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 인도했으나,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등 큰 반향은 없었다. 보쉬 또한 곧 팀을 떠났다. 그는 2010년 여름, 재능을 마이애미로 가져갔다.

토론토는 한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다 카일 라우리의 영입, 더마 드로잔의 성장이 맞물리며 다시 광명이 깃들기 시작했다. 저력을 갖춘 랩터스는 서서히 상위권으로 올라왔고, 2015-16시즌에는 동부 컨퍼런스 2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토론토는 '카터 시대' 이후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이번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만난다. 과연 랩터스는 창단 이후 최초로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을까. 공룡군단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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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동영상 캡처 = Youtube.com/N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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