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다. 양대지구 결승을 앞둔 지금, 다소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스턴, 마이애미(이상 동부), 골든스테이트, 댈러스(이상 서부)가 지구 결승 무대를 밟은 가운데, 정규시즌 성적 상위 2개 팀(피닉스, 멤피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디펜딩 챔피언 밀워키 역시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했다. 예상도 어렵고 이변도 많은 플레이오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22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와 2라운드를 관통하는 세 가지 이슈를 살펴보자.

 

이슈 1. 80년대생 스타들의 대거 탈락, 세대교체의 전장

현재까지 치러진 플레이오프 결과를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세대교체다. 2010년대 들어 NBA를 지배해오던 80년대생 슈퍼스타들이 대부분 일찌감치 짐을 쌌다. 정규시즌만 치르고 시즌을 마감한 르브론 제임스, 러셀 웨스트브룩(이상 레이커스)는 물론 크리스 폴(피닉스),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제임스 하든(필라델피아) 같은 선수들이 모두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신 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어린 선수들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팀들이 살아남았다.

보스턴(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 댈러스(루카 돈치치, 제일런 브런슨)는 특히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팀이다. 테이텀과 돈치치는 정규시즌 활약상만으로 이미 올-NBA 팀 입성이 유력한 선수들인데, 플레이오프에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소속 팀의 시리즈 2연승을 이끌어냈다.

제이슨 테이텀의 경우 사실 밀워키를 만난 동부 준결승 시리즈에서 다소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채 맞이한 원정 6차전에서 4쿼터 클러치 타임 득점 폭격을 포함해 46점을 쏟아 부으며 보스턴의 기사회생을 이끄는 등 결과적으로 에이스로서 팀을 2년 만에 다시 동부 결승 무대에 올려놓았다. 6차전에서 테이텀이 기록한 46점은 보스턴 프랜차이즈 역사상 플레이오프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 게임에서 나온 두 번째로 높은 득점 기록이었다.

보스턴 역대 PO 일리미네이션 게임 최다 득점 기록
1. 샘 존스(1963): 47득점
2. 제이슨 테이텀(2022): 46득점
2. 폴 피어스(2002): 46득점
4. 폴 피어스(2008): 41득점
5. 조 조 화이트(1977): 40득점

루카 돈치치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며 1라운드에서 유타를, 2라운드에서 피닉스를 무너뜨렸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을 입고 1라운드 첫 2경기에 결장했던 돈치치는 복귀 후 서서히 폼을 끌어올리더니 리그 1위 피닉스(64승 18패)를 만난 2라운드에서는 평균 32.6점 9.9리바운드 7.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5위 댈러스의 업셋을 이끌었다. 특히 돈치치는 가장 중요했던 7차전에서 전반에만 홀로 27점을 기록, 피닉스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피닉스의 급격한 경기력 하락은 크리스 폴을 비롯한 피닉스 주요 선수들이 돈치치를 막다가 체력이 고갈된 결과였다.

 

반면 선배인 80년대생 선수들은 일찌감치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짐을 쌌다.

크리스 폴은 정규시즌에 피닉스를 1위로 이끌고도 2라운드에서 부상, 체력 저하로 시리즈 중반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제임스 하든은 마이애미를 만난 동부 준결승 시리즈 6차전에서 후반에 무득점에 그치는 충격적인 침묵을 보여주며 필라델피아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브루클린의 케빈 듀란트는 1라운드에서 보스턴의 올-스위치 수비와 미드레인지 구역 집중 견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4전 전패를 당하며 굴욕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0년대에 리그를 지배했던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 러셀 웨스트브룩이 모두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분명 크다. NBA의 중심이 80년대생에서 90년대생으로 완전히 옮겨갔음이 확연히 보인다. 다음 시즌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슈 2. 수비 농구의 부활

2022년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팀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2010년 중반 이후 적게는 110점, 많게는 120점 이상을 쏟아 붓는 공격적인 팀들이 등장하면서 플레이오프에서 나오는 전반적인 득점대도 높아져 있었다. 뜨거운 공격력을 앞세운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도 그만큼 많아졌다. 빠른 템포의 화끈한 공격 농구가 득세했다.

하지만 올해 플레이오프는 다르다. 끈적끈적하고 숨 막히는 수비 농구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팀들이 시리즈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 수비가 불안한 팀들, 공수 밸런스가 흔들린 팀들은 예외 없이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2020년 파이널 준우승 후 다시 동부 결승 무대에 복귀한 마이애미 히트가 대표적이다.

마이애미는 ‘위대한 감독 15인’에 선정된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어떤 NBA 팀에서도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팀 디펜스 능력을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고 있다. 상대 드리블러의 돌파 동선을 기습적으로 점유하며 턴오버와 공격 흐름 붕괴를 유도하는 트랩 수비, 앞선 선수의 유형이 바뀌는 2가지 형태의 2-3 매치업 존 디펜스, 박스 앤드 원(box and one)과 1-3-1 존 디펜스의 경계선 사이에 있는 변형 수비, 상대의 강력한 외곽 공격수를 틀어막는 올-스위치 수비 등 시리즈 전개 상황에 맞춰 새로운 수비 카드를 보여주며 애틀랜타, 필라델피아를 잇따라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지미 버틀러, 카일 라우리, PJ 터커 같은 베테랑 자원들이 수비의 앵커로 활약하며 팀 디펜스의 끈적함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스턴과 댈러스도 수비하면 아쉬울 게 없는 팀이다. 보스턴은 2022년 들어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수비력을 보여준 팀이었다. 마커스 스마트, 알 호포드, 로버트 윌리엄스의 놀라운 미스매치 대처 능력을 앞세운 올-스위치 수비, 상대 턴오버 유발 이후의 강력한 역습을 통해 승리를 끊임없이 수확했다. 특히 ‘올해의 수비수’ 마커스 스마트는 자신보다 20-30cm 큰 빅맨들을 상대로도 1대1 포스트업 수비, 박스아웃 대처까지 해내면서 보스턴 수비의 앵커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농구 IQ와 경험을 앞세운 알 호포드의 수비 역시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2022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팀들의 정규시즌 수비효율 지수
마이애미: 108.4(리그 4위)
보스턴: 106.2(리그 1위)
골든스테이트: 106.6(리그 2위)
댈러스: 109.1(리그 7위)

댈러스는 제이슨 키드 감독을 앞세워 끈끈한 수비 팀으로 거듭났다. 특히 피닉스와의 2라운드 시리즈에서는 크리스 폴, 데빈 부커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트랩 수비, 스위치 이후의 리턴 수비 등을 활용해 피닉스의 2대2 공격 리듬을 무너뜨렸다.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 트레이드도 댈러스의 수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포르징기스보다 순수 높이는 낮지만 2대2 수비 시의 가로 움직임과 대처 능력이 좋은 드와이트 파웰, 막시 클리바가 더 많은 출전시간을 가져가면서 댈러스의 팀 디펜스 레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제이슨 키드 감독을 비롯한 댈러스 코칭스태프의 수비 설계도 훌륭했다.

정규시즌에 수비효율지수(defensive ratings) 2위를 기록한 골든스테이트 역시 인상적인 수비력으로 3년 만에 서부 결승 무대를 밟았다. 1라운드에서는 니콜라 요키치를 제외한 나머지 자원들의 득점을 효과적으로 봉쇄해냈다. 리그 2위 멤피스를 만난 서부 준결승 무대에서도 자 모란트를 상대로 1-2-2 존 디펜스와 과감한 스위치 수비 등을 활용하며 멤피스의 공격 효율을 낮췄다. 6차전에서는 케본 루니를 과감하게 선발로 투입해 리바운드 경합 판도를 바꾸는 모습도 있었다. 게리 페이튼 2세의 중도 부상 이탈은 아쉽지만 드레이먼드 그린, 앤드류 위긴스를 보유한 골든스테이트도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를 훌륭히 치러낸 팀이었다.

 

이슈3. 돌아온 센터의 시대? 플레이오프는 NO!

2021-2022 정규시즌은 ‘센터 시대의 컴백’이라고 부를 만 했다. 니콜라 요키치(덴버),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가 치열한 MVP 레이스를 펼쳤고 또 다른 빅맨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역시 시즌 막판까지 MVP 후보로 거론됐다. 심지어 조엘 엠비드는 평균 30.6득점을 기록, 득점왕을 차지하며 2000년 샤킬 오닐(29.7점) 이후 22년 만에 센터 출신으로 득점 1위로 오르기도 했다.

현대농구가 슈팅, 트랜지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센터를 비롯한 빅맨들이 도태되는 듯한 현상이 계속 됐지만, 올 시즌은 니콜라 요키치, 조엘 엠비드, 야니스 아데토쿤보처럼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한 빅맨들이 리그를 지배하는 괴물로 거듭나면서 새로운 빅맨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은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요키치가 이끄는 덴버는 1라운드에서 골든스테이트에 1승 4패로 탈락했고 엠비드의 필라델피아와 아데토쿤보의 밀워키 역시 2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실 이들에겐 ‘변명거리’가 있다. 요키치는 동료들의 지원 사격이 너무 부족했고, 엠비드는 토론토를 만난 1라운드 시리즈에서 입은 안면 골절 부상으로 2라운드 첫 2경기를 결장했다. 복귀 후에도 엠비드는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정규시즌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데토쿤보는 크리스 미들턴의 부재 속에서 보스턴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고 40-10 경기 두 차례, 40-20 경기를 한 차례 해내며 그리스 괴물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디테일한 경기 내용을 보면 단기전에서 빅맨의 시대가 부활했다고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특히 엠비드의 경우 45도와 로우포스트에서 이뤄지는 공격이 마이애미의 집중 견제에 의해 효율이 급감했고, 아데토쿤보도 체력 저하와 보스턴의 거미줄 수비에 막혀 특유의 킥아웃 패스 기반 파생 공격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에서도 빅맨은 공략 대상이었다. 특히 요키치는 특유의 드랍백(drop back) 수비가 골든스테이트의 노골적인 2대2 공격에 공략당했으며, 아데토쿤보 역시 3점 라인 밖으로 계속 끌려다니면서 림 근처에서의 도움 수비 지배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물론 그럼에도 아데토쿤보의 수비는 대단했다.) 정규시즌부터 공격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비 지배력이 감소했던 엠비드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반복했다.

반면 스테픈 커리, 지미 버틀러, 제이슨 테이텀, 루카 돈치치처럼 뛰어난 포워드와 가드를 보유한 팀들은 모두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 진출했다. 이 팀들의 핵심 빅맨(드레이먼드 그린, 뱀 아데바요, 알 호포드, 드와이트 파웰 등)은 모두 210cm가 되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는 사이즈가 작아도 수비에서 기여도가 높은 빅맨을 갖춘 팀들이 가드-포워드 자원들을 앞세워 승리를 거둔 경우가 많았다. 진화한 빅맨의 시대가 플레이오프에서는 아직 열리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BONUS: 2022 플레이오프 1R-2R MVP는?

컨퍼런스 파이널을 앞둔 시점에서 플레이오프 1라운드와 2라운드 기간의 MVP를 꼽는다면 누가 거론될 수 있을까?

일단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선수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루카 돈치치다. 돈치치는 2라운드까지 총 10경기에 출전해 31.5점 10.1리바운드 6.6어시스트 야투율 47.4%를 기록했다. 1라운드 첫 2경기를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하는 등 컨디션 이슈가 있었음에도 빠르게 원래의 경기력을 회복했고, 특히 피닉스를 상대로는 경이로운 득점을 뽐내며 크리스 폴과 데빈 부커를 좌절시켰다. 돈치치는 현재 플레이오프 득점 2위, 리바운드 8위, 어시스트 8위를 달리고 있고 평균 온코트 마진도 +9.1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5번 시드 댈러스가 2011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는 상징성가지 돈치치에겐 있다.

또 언급될 수 있는 선수는 마이애미의 지미 버틀러다. 정규시즌까지만 해도 다시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실망시켰던 버틀러.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10경기에서 28.7점 7.6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야투율은 52.5%에 육박한다. 필라델피아를 만난 동부 준결승 시리즈에서도 27.5점을 기록하며 마이애미의 동부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특유의 림 어택이 효과를 거두고 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3점슛 생산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 외에도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역시 MVP 후보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탈락 팀 선수 중에는 야니스 아데토쿤보(12경기 31.7점 14.2리바운드 6.8어시스트)가 꼽힐 만 하다. 아데토쿤보는 보스턴과의 동부 준결승 시리즈 6차전에서 44점 20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네 번째 40-20-5 기록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디펜딩 챔피언 밀워키는 예상보다 일찍 시즌을 마감했지만, 그리스 괴물 아데토쿤보의 활약은 여전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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