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삼성생명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무리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잇따라 기적을 일으키며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맛본 것. 시즌이 끝나고 삼성생명은 즉시 변화에 나섰다. 우승의 짜릿함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었다. 과감한 움직임으로 유망주를 보강하며 즉시 리빌딩에 돌입했다. 삼성생명에 지난 시즌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시간이었다.

 

과감한 트레이드 그리고 신인 수급

삼성생명은 2020-2021시즌을 드라마틱하게 마무리했다. 4위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했을 때만 해도 삼성생명의 반란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거치면서 삼성생명은 절묘한 조직력과 단기전 강세를 드러내며 우승이라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WKBL 역사에 남을 대이변이었다.

하지만 정작 삼성생명은 우승의 기쁨에 도취돼 있지 않았다. 시즌이 끝나자 곧바로 ‘넥스트 스텝’을 밟았다. 우승의 핵심 자원들을 그대로 지키며 또 다른 우승을 기대하기보다는 변화를 통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시작은 베테랑 김한별 트레이드였다. 하나원큐, BNK와 삼각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김한별을 내주고 강유림, 1라운드 우선 지명권 2장(from 하나원큐), 1라운드 지명권 1장(from BNK)를 확보했다. 유망주 수급과 드래프트 지명권 확보를 목적으로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한별을 포기한 것이다.

과감했던 만큼 얻은 것도 확실했다. 신인왕 출신의 스윙맨 강유림이 합류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수피아여고 출신의 장신 포워드 이해란을 영입했다. 182cm의 신장에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겸비한 이해란은 팀의 미래로 낙점되기에 충분한 자원이었다.

그렇게 삼성생명은 윤예빈, 강유림, 이해란, 이주연 등 젊고 에너지 넘치는 선수들이 로스터 곳곳에 포진한 젊은 팀으로 거듭났다. 어차피 당장의 성과를 바라보고 만든 로스터는 아니었다. 이전 시즌 우승을 통해 경험과 자신감을 쌓은 유망주들, 이제 막 새 출발을 시작한 신인급 유망주들이 어우러진, 철저히 미래를 기대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리빌딩으로 노선을 잡은 만큼, 정규시즌 삼성생명은 선수단의 경험치 쌓기에 주력했다. 배혜윤, 윤예빈, 김단비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히 프로 무대에서 출전시간을 안정적으로 가져갔던 선수가 없었다.

베테랑 배혜윤이 중심을 잡아주는 상황에서 젊은 자원들이 번갈아가며 꾸준히 코트로 나섰다. 앞서 언급한 강유림, 이해란은 물론 박혜미, 이명관, 신이슬, 조수아 등도 코트에서 꾸준히 공수 경험을 쌓아나갔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젊은 자원의 경험 쌓기에 주력하면서도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는 것. 삼성생명은 시즌 막판까지 BNK와 4위 경쟁을 벌였다. BNK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패하고 BNK가 막판 스퍼트에 성공하면서 결국 삼성생명은 5위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삼성생명의 무게 중심은 어차피 현재보다는 미래에 있었다. 아쉬움이 남긴 해도 수확이 확실했던 시즌이었다.

 

최대 과제는 공격력

리빌딩 시즌을 보내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확실한 벽을 느낀 부분이 있었다. 바로 공격력이었다.

올 시즌 삼성생명은 평균 득점, 2점 성공률, 3점 성공률에서 모두 리그 꼴찌에 머물렀다. 득점 생산, 야투 성공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저득점에 머물며 지는 경기가 많았다. 김한별(트레이드), 김보미(은퇴)의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졌던 부분. 베테랑 배혜윤이 1대1 공격, 하이포스트에서 피딩을 통해 공격의 중추 역할을 최대한 수행했지만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이런 공격 패턴 역시 벽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아쉬운 것은 삼성생명이 뛰어난 실책 유발 능력이 기민한 속공과 얼리 오펜스로 연결 짓는 효과를 생각만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경기당 평균 스틸 1위(7.7개)에 올랐지만 이를 많은 역습 득점 파생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여기에 세트 오펜스에서 배혜윤을 안정적으로 받쳐줄 자원이 부족했던 것도 아쉬웠다.

믿음직한 공격 옵션 부재와 트랜지션 공격 불안은 시즌 중에 그대로 기록으로 이어졌다. 지난 2월 27일 BNK전에서는 38-59로 패하면서 지난 시즌 리그 최소 득점 및 구단 역대 최소 득점 기록을 동시에 썼다.

이날 경기에서도 삼성생명은 BNK에 22개의 실책을 유발시키고도 이를 효과적인 얼리 오펜스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완패했다. 상대 실책을 득점으로 쉽게 연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긴박한 속도전 상황에서 선수들의 대처 능력과 메이드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공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곧 선수 개개인의 기본적인 얼리 오펜스 공격 능력, 팀 차원의 얼리 오펜스 세팅과도 모두 연관이 있다.

때문에 삼성생명의 다음 시즌 숙제는 확실하다. 공격력 업그레이드, 더 디테일하게는 역습을 통한 득점력을 살리는 것이다. 이 부분만 확실히 해결해도 올 시즌 내내 아쉬웠던 공격력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유망주는 자란다

앞서 언급했듯 삼성생명의 지난 시즌 목표는 확실했다. 유망주 수급 그리고 리빌딩이었다.

이는 곧 이해란, 강유림, 이주연 등 젊은 자원들의 경험치 확보와 기량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즌이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신인 이해란은 유의미한 성장을 보여줬다. 182cm의 큰 신장에도 센터가 아닌 3~4번을 오가는 장신 포워드로서 성장을 거듭했다. 상대 에이스급 베테랑 포워드들을 직접 전담 마크하고, 수비 리바운드를 쟁취하고, 속공에 가담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열매는 확실했다. 이해란은 28경기에 평균 16분 51초 출전해 5.8리바운드 3.1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그대로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신인으로서 14년 만에 1군 개막전에 출전하는 역사적인 일도 일으켰다. 이해란이 2003년생의 어린 고졸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사건이었다.

이해란 본인도, 삼성생명도 이해란을 장신 포워드로 성장시킬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4번에 가까운 3.5번이 이해란이 가진 향후 방향성이다.

다만 보완점도 확실히 보였다. 크고 긴 몸을 가졌지만 웨이트가 부족하고 슈팅 능력이 떨어져 고비에서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 자주 반복됐다. 이해란 역시 신인상 수상 후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언니들에 비해 제가 힘이 약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슛과 웨이트는 앞으로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다짐을 드러냈다.

이주연은 임근배 감독이 직접 선정한 팀 내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였다. 수 년 전부터 삼성생명에서 꾸준히 기회를 받은 젊은 가드 이주연은 다소 부족한 공수 BQ, 그리고 기복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던 선수. 

하지만 지난 시즌은 달랐다. 임근배 감독은 “주연이가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이제는 주연이가 우리 팀에서 MIP를 받을 만 하다고 본다”고 호평했다.

이 밖에도 앞서 언급했던 강유림, 박혜미, 이명관, 신이슬, 조수아도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시즌을 보낸 선수였다. 아쉬운 장면, 좋은 장면이 뒤섞여 있었지만 유망주의 성장이라는 기대를 분명히 충족해간 시즌이었다. 다음 시즌 삼성생명은 또 다시 1순위 신인이 합류한다. 더 풍부해질 유망주층을 통해 삼성생명이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팀 MVP | 배혜윤

그래도 배혜윤은 배혜윤이었다. 올 시즌 배혜윤은 26경기에 출전해 15.54점 8.0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리빌딩 팀으로 변모한 삼성생명에서 노련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로 중심을 잡아주는 확실한 기둥으로 역할했다.

특히 하이포스트에서 보여주는 피딩은 배혜윤 본인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팀 전체 오펜스에 활기를 더하는 옵션이 됐다. 올 시즌 배혜윤이 기록한 5.12개의 어시스트는 그의 커리어-하이 기록이었다. 패싱에도 확실히 눈을 뜬 모습이었다.

팀 RISING STAR | 이해란

1순위 신인 이해란은 루키 시즌부터 인상적은 모습을 보여주며 블루밍스의 미래가 될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 28경기에서 5.79점 3.1리바운드로 2003년생의 어린 신인으로서는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까지 휩쓸었다.

고무적인 것은 이해란이 공수 겸장이 될 수 있는 장신 포워드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리그를 통해 수비에서 확실히 경험을 쌓은 이해란이 공격에서 1대1 능력, 슈팅력까지 겸비한다면 그는 머지않은 시간 내에 WKBL을 대표하는 포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영상 제작 = 이학철 기자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