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후보. 2021-2022 시즌을 앞둔 하나원큐에게 주어졌던 평가다. 비시즌 많은 변화를 가져갔던 하나원큐지만 에이스였던 강이슬의 이적 여파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아쉽게도 하나원큐를 향한 전망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비시즌 가장 야심차게 영입했던 구슬이 단 2경기 만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며 흔들리기 시작한 하나원큐는 끝없이 무너졌다. 결국 하나원큐는 단 5승만을 거둔 채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에이스의 이탈, 그리고 변화

지난 비시즌, 하나원큐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데뷔 이후 하나원큐의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강이슬이 FA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 이에 지난 비시즌 하나원큐의 모든 초점은 ‘강이슬 잡기’에 맞춰졌다. 

그러나 하나원큐의 비시즌 플랜은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강이슬이 새로운 도전을 선언하며 KB스타즈로 이적했기 때문. 여기에 여러 사정이 겹치며 하나원큐는 KB스타즈로부터 보상 선수가 아닌 보상금을 지급받기로 했다. 즉, 에이스가 완전히 사라졌고 그를 대체할 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면서 하나원큐는 재빨리 플랜B를 가동해야 했다. 

그렇게 하나원큐는 트레이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삼성생명-BNK가 포함된 삼각 트레이드를 성사시켰으며, 신한은행과도 트레이드 협상에 나섰다. 그 결과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들이 구슬과 김이슬, 김하나였다. 

비시즌 하나원큐가 단행한 트레이드의 핵심은 단연 구슬이었다. 강이슬이 떠나면서 공백이 생길 공격력을 채워줄 자원으로 주목을 받은 구슬이다. 이를 위해 하나원큐는 신인왕이었던 강유림과 더불어 신인 우선 지명권도 2장이나 포기했다. 그만큼 구슬이 팀에 절실히 필요한 자원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하나원큐의 유니폼을 입게 된 구슬은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비시즌에 임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부여받으며 비시즌 연습경기 기간에도 연일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또한 하나원큐 선수단은 주장 고아라를 필두로 ‘최하위 후보’라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똘똘 뭉쳤다. 

그렇게 맞이한 시즌 개막전. 하나원큐는 강호 우리은행을 상대로 전반까지 32-35의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 비록 후반 들어 흐름을 넘겨주며 14점차로 패하긴 했으나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첫 경기였다. 특히 이적생 듀오인 구슬과 김이슬이 나란히 13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하나원큐의 시즌 플랜은 개막 2번째 경기였던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팀의 에이스로 낙점 받은 구슬이 4쿼터 리바운드를 잡는 과정에서 코트에 쓰러진 것. 

부상 직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구슬은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직후, 이훈재 감독은 구슬의 큰 부상을 걱정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병원 검진 결과 구슬은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시즌 아웃. 하나원큐가 비시즌 내내 준비했던 공격 플랜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신지현과 양인영, 그러나 그 뒤는?

구슬이 이탈한 후 하나원큐는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지며 개막 5연패 늪에 빠졌다. 개막 이후 6번째 경기에서 최하위 경쟁을 펼치던 BNK를 연장 접전 끝에 잡으면서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하나원큐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첫 승을 신고한 하나원큐가 2번째 승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무려 8경기가 필요했다. 완전히 침체된 하나원큐는 이후에도 승리보다 패배를 더 많이 경험했다. 그렇게 받아든 시즌 성적표는 5승 25패.

구슬의 이탈 이후 신지현과 양인영의 활약에 너무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했다. 그 결과 하나원큐는 신지현과 양인영이 막히면 다른 해결법이 전무한 팀으로 전락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팀들의 초점은 신지현과 양인영에 대한 수비에 맞춰졌다. 

이러한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에도 신지현과 양인영은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가드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신지현은 이번 시즌 30경기 전 경기에 나서 평균 17.7점 5.2어시스트 3.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새로 썼다. 평균 득점은 리그 4위, 어시스트로 3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정상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양인영 역시 평균 13.2점 7.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특히 득점의 경우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한 양인영이다. 또한 양인영은 블록슛 1.7개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두 원투펀치가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고군분투한 하나원큐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뒤를 받칠 선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의 활약만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는 없는 법. 이훈재 감독 역시 다양한 라인업을 활용해 신지현과 양인영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갈수록 둘의 부담은 커져만 갔다. 

그나마 시즌을 거듭할수록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미연과 김지영, 정예림 등이 더디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막바지에는 김하나가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다른 팀들에게 위협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지난 시즌 6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던 모습도 이번 시즌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 경기에서 삼성생명을 꺾으며 시즌을 마무리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수비 문제 역시 하나원큐의 발목을 잡은 요소 중 하나였다. 비시즌 이훈재 감독이 가장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적극적인 수비였다. 공격에서는 강이슬의 빈자리를 100% 메우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하나원큐가 준비한 수비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나원큐가 기록한 시즌 평균 실점은 78.8점. 리그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예상대로 공격에서 평균 69.0점으로 리그 5위에 그친 상황에서 수비마저 무너지니 리그 최하위의 성적표는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또 다시 맞이한 중대한 비시즌

이처럼 아쉬운 시즌을 보낸 하나원큐는 시즌 종료 후 변화를 단행했다. 팀을 이끌어 오던 이훈재 감독과 이별을 택한 것. 새롭게 하나원큐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는 삼성생명의 코치로 있던 김도완 감독이었다. 

김도완 감독은 아마추어 지도자 시절 탄탄한 기본기를 강조하며 수많은 유망주를 지도한 숨은 보석이었다. 삼일중과 마산동중에서 코치 생활을 했고 이후 용인 삼성생명에서 프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훈련 때는 기본기를 강조하며 실전에선 때에 따라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아마추어 지도자 시절 김도완 감독은 ‘타짜’로 불리는 등 승부처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결정적인 순간 줄곧 무너진 하나원큐에 가장 필요한 지도자이기도 했다.

새롭게 하나원큐의 지휘봉을 잡게 된 김도완 감독은 “지금보다 더 밝고 에너지 넘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선수들끼리 더욱 끈끈해질 수 있다. 수비를 중심으로 어느 팀보다 단단한 하나원큐를 만들고 싶다.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실수를 두려워하는 그런 팀이 아니라 농구를 더욱 즐겁게 하는 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또한 하나원큐에게 주어졌던 이번 비시즌의 또 다른 과제는 바로 팀의 에이스인 신지현과의 재계약이었다. 지난 시즌 강이슬을 놓쳤던 하나원큐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지현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하나원큐는 신지현과의 재계약에 성공하며 비시즌 최우선 과제를 해결했다.

 

팀 MVP 신지현

비록 팀 성적은 아쉬웠지만 신지현은 또 한 번의 성장을 거듭한 시즌이었다. 2시즌 연속 전 경기 출전에 성공하며 건강에 대한 우려 역시 날려 보낸 신지현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책임감까지 더해지며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득점 4위, 어시스트 3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만약 신지현의 활약마저 없었다면 하나원큐가 어디까지 추락했을지 모를 일이다. FA를 앞둔 시즌, 신지현은 자신의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팀 RISING STAR 김미연

삼천포여고를 졸업한 후 2017년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2라운드 6순위로 하나원큐의 지명을 받은 김미연이다. 그러나 데뷔 후 김미연은 1군 무대에서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시즌 22경기를 뛰었지만 평균 출전 시간은 8분 23초로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그런 김미연이 이번 시즌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에서 기회를 잡았다. 29경기에 나선 김미연의 출전 시간은 평균 23분 58초로 크게 뛰었다. 그리고 김미연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냈다. 이번 시즌 김미연은 평균 6.8점 3.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영상 제작 = 이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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