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기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KGC를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수원 KT 소닉붐과의 4차전 경기에서 81-79로 이겼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던 KGC는 우승에 절대적인 공을 세웠던 외국선수 제러드 설린저와 주전 포인트가드 이재도를 떠나보낸 뒤 이번 시즌을 맞이했다. "제러드 설린저가 없으니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이번 시즌 내내 KGC를 따라다닌 말이었다.
실제로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설린저 대신 새롭게 KGC의 1옵션 외국선수 자리를 꿰찬 오마리 스펠맨은 파괴력은 있었지만, 경기 중에 흥분하는 일이 잦았다. 부상으로 빠지는 경기도 적지 않았다. 그외에도 비교적 얇은 로스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KGC다.
저력을 발휘하며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으나, 플레이오프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줬어야 할 스펠맨이 정규리그 막판에 당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여기에 변준형마저 한국가스공사와의 6강 1차전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들의 자신감은 그대로 경기에서 드러났고, '단기전의 귀재' 김승기 감독이 던지는 수들은 족집게처럼 계속해서 적중했다. 노련한 대릴 먼로가 스펠맨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준 것도 컸다.
6강을 3연승으로 통과한 김승기 감독의 변화무쌍한 지략은 4강에서도 등장했다. 1차전에서 변준형을 선발에서 빼는 장신 라인업으로 KT를 압박하는가 하면 2차전에서는 2명의 가드 박지훈과 변준형을 나란히 선발로 내보냈다. KT 맞춤형 트랩 수비는 시리즈 내내 큰 효과를 봤다.
결국 4강 플레이오프 시작 전 일방적인 열세로 평가받던 KGC는 예상을 깨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게 됐다. 김승기 감독이 또다시 승부사 기질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을 제외하면 KBL 역사에서 30승 11패(73.2%)의 김 감독보다 플레이오프 승률이 높은 감독은 없다.
2015-2016시즌 KGC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직전 두 시즌 연속 6강에 오르지 못했던 팀을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순항을 이어간 KGC는 1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봄 농구를 즐겼고, 이번 시즌을 포함해 3시즌이나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나서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10전 전승으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김 감독의 임기 동안 KGC는 이정현과 이재도 등 간판스타들의 이적을 경험했다. 김 감독은 4차전 종료 후 "7년째 감독을 맡으면서 1억 넘는 선수를 한 번도 보강한 적이 없다. 나머지 선수들로 잘 꾸려서 작년에 우승했다. 그러고 또 이탈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기량이나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승승장구의 원동력은 탄탄한 내부 육성이었다. 선수들 사이의 믿음을 강조한 김 감독은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을 국가대표로 키워내며 탁월한 육성 능력을 발휘했다. 전성현은 리그 최고의 슈터가 됐고, 문성곤은 3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을 차지했으며, 변준형은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이끄는 메인 포인트가드가 됐다.
이제는 KGC의 상징이 된 '뺏는 수비'도 성공에 일조했다. 6강과 4강에서 만난 한국가스공사와 KT 모두 KGC의 강한 압박 수비에 고전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지키는 수비를 해서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뺏는 수비를 선택했고, 선수들도 재미를 붙이면서 자리를 잡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전 드라마를 쓴 KGC의 다음 목표는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때 우리가 많이 이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SK는 1위고 약점이 없는 팀"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까지 KGC의 행보를 살펴본다면 쉽사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1옵션 외국선수가 빠지는 악재까지 극복해낸 김승기 감독의 KGC가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SK와 KGC의 1차전은 5월 2일에 열린다.
사진 = 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