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첫 챔피언의 꿈을 이룬 KB스타즈의 강이슬이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WNBA 워싱턴 미스틱스와 트레이닝 캠프 계약을 맺은 강이슬은 17일 오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만약 강이슬이 트레이닝 캠프를 통과해 2022 WNBA 시즌을 뛰게 되면, 정선민 여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시애틀), 박지수(라스베이거스)에 이어 한국인 3호 WNBA 리거가 된다.
강이슬이 출국한 인천국제공항 제2청사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김완수 KB스타즈 감독과 KB스태프, 하나원큐의 김지영, 그리고 지인들과 많은 팬들이 찾아 강이슬의 도전을 응원했다. 한편, 진경석 KB 코치는 길을 잘 못 들어, 현장에 늦게 도착해 영상통화로 강이슬을 배웅했다.
다음은 강이슬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적 후, 첫 목표였던 우승을 달성하고 떠나게 됐다.
- 일단 우승을 해서 너무 좋았다. 우승 소감은 정말 많이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인터뷰 때 (선)가희 이야기를 못했던 거 같다. 팀을 이번에 옮겨서 함께 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희는 워낙 밝고, 성격이 너무 좋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정이 많이 들었다. 우리 선수들이 시즌 중에 다들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잘 이겨내서 우승까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 박지수가 인터뷰 때, ‘이적한 강이슬의 부담감’을 종종 언급했는데, 정작 본인은 시즌 중, 부담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아꼈었다.
- ‘즐기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온전히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다. 부담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즐기기만 하기에는 확실히 부담이 크더라. 처음 느껴보는 부담이었다. 막상 우승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입장에서는 우승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적 전보다 못하면 '묻어가려고 옮겼다'는 소리밖에 못 듣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내 몫을 해내면서 우승을 하고 싶었다. 사실, 올림픽 때부터 힘들었다. 올림픽도 부담이 컸는데, 팀을 옮기고 나서 잘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부상도 당하면서 여러 가지로 안고 가는 게 많았다. 우승을 하면서 이제야 좀 내려놓은 것 같다.
▲ 플레이오프 이후 3점슛이 기대만큼 터지지는 않았는데,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는 정말 원없이 장점을 다 보여줬다.
- 플레이오프 때는 슛 감이 크게 좋지는 않았다. 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왜 이러지’ 싶을만큼 슛이 안들어갔다. 챔프전 때는 그래도 감은 괜찮았다. 연습 때 너무 잘 들어갔고, 경기에서도 던질 때 느낌은 괜찮은데 자꾸 볼이 돌아 나와서 답답했다. 1-2차전에서 이긴 건 좋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3차전때는 경기 전에 ‘잘해야지’보다 ‘오늘 끝낼거야’라는 마음이 컸다. 다음 경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강하게 먹고 들어갔다.
▲ 3차전에서 승리를 예감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 사실 1,2차전을 하면서 우리은행 선수들의 발이 무겁다는 게 느껴졌다. 체력적으로 우리보다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기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3쿼터에 (박)지수가 또 앨리웁으로 득점을 했을 때,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패스를 주면서도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했는데, 지수가 그걸 앨리웁으로 성공하더라. ‘쟤 정말 대단한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들면서,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다가왔다.
▲ 경기 종료 직전부터 눈물을 보이더니, 시상식 내내 많이 울었다.
- 막판에 점수가 좀 벌어졌고, 끝나기 2분 전쯤부터 살짝 울컥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울 줄은 몰랐다. (염)윤아 언니한테 “분량 좀 챙겨야 하니까 눈물 좀 장전 할게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 진짜 우승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 이적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 그런 부담감들이 한 번에 다 떠올랐다. 그 기분은 정말 말로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 그 모든 걸 다 보상받는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많이 운 줄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눈이 다 부어 있더라.

▲ 허예은을 비롯해서 많은 선수들이 ‘우는 강이슬’을 놀렸는데?
- 와... 진짜 걔네는 모른다. 입단할 때부터 우승팀, 강팀에 있었지 않나? “처음 우승해봐서 그렇다”고 한 (김)민정이도 진짜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거다. 물론 윤아 언니가 “난 이적 와서 우승했을 때 너처럼 안 울었다”고 하긴 했다. 그냥 내가 윤아 언니보다는 감수성이 예민한 걸로 하겠다. 언니는 조금 메말랐다.(웃음) 허예은은 약속한대로 나 미국에 있는 동안, 이틀에 한 번 씩 연락 안하면 손절할 거다.
▲ 프로에서 첫 우승을 했는데, 우승 행사나 팬 미팅 등을 하지 못하고 출국길에 오른다.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 우승이 너무 간절했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우승하고 나니 현장에서도 이것저것 바쁜 것들이 많았다. 팬들을 못 보고 가는 것도 아쉽다. 우리는 결국 팬들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건데...
▲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않나?
- 그 부분이 걱정이기는 하다. 피로가 누적된 부분도 있고, 플레이오프 준비 과정에서 다친 발목이 조금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는 것 같다.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면서 트레이닝 캠프를 소화해야 한다. 나는 시즌이 목표가 아니라,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인 상황이다. 단기전이라고 생각하고 3주 동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보여주는 데에 집중하겠다.
▲ 만약 챔프전이 더 길어졌다면 아직까지 시리즈가 진행중이었을 수도 있다. 워싱턴의 트레이닝 캠프도 도중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을 텐데?
- 그래서 선수들한테 도와 달라는 농담도 했다.(웃음) 우승도 정말 하고 싶은데, 만약 5차전까지 가면 내가 미국 관광만 두 주 하고 돌아오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3차전에 꼭 끝내자고 했다.
▲ 오늘이 4월 17일이다. 1년 전 오늘, 강이슬은 KB로 이적을 확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만에 미국 도전에 나선다. 본인에게 4월 17일은 상당히 특별한 날인 것 같다.
- 그러고 보니 작년에 내가 이날 계약을 했다. 그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만약 미국에 가서 목표를 이루게 되면, 정말 4월 17일은 나한테 정말 특별한 날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 지난 해 FA시장 최대어였던 입장에서, 이번 FA 빅3인 김단비, 최이샘, 신지현에게 뭐라고 해주고 싶나?
- 선수한테 큰 기회가 되는 FA지만, 선수에게도 마냥 좋은 시간이 아니다. 쉬면서 천천히 여유있게 생각해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는다. 그냥, 소신 있게 계약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미있는 FA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작년에 FA를 했고, 올해 우승도 했으니 편안하게 소식을 들으며, 지켜보겠다.
▲ 작년에 FA 계약을 했지만, 기간이 길지 않아, 어차피 내년에 다시 FA다. 내년이면 본인도 생각이 다시 많아지는 것 아닌가?
- 그럴 수도 있다. 또, 나는 KB에서 이제 1년만 뛴 선수기 때문에 지금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단 1년이었지만 팀에 대한 애정이 정말 많이 생겼다.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팀에서 사소한 것도 잘 챙겨줬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파악하고 피드백 해주는 것도 정말 빨랐다.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우승도 했다. 부담은 컸지만 행복한 시즌이었다.

▲ 워싱턴 미스틱스라는 팀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
- 캠프 계약을 하고 난 시점부터는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하나원큐에서 같이 뛰었던 마이샤 하인즈 알렌도 있고, WKBL에서 뛰었던 티아나 하킨스도 있다. 우승 후, 지난 두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엘레나 델레던도 없었고 정상 전력이 아닌 상황이었던 걸로 안다. 이번 시즌은 나쁘지 않은 걸로 안다. 일단 엔트리에 들어서 그 팀 선수로 소속되는 게 우선이다.
▲ WNBA 진출 선배인 박지수가 건넨 조언이 있다면?
- 적응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며, 농구할 때 겁내지 말라는 말을 해줬다. 우리나라에서 하던대로만 하면 정말 잘할 거 같다고 좋은 말을 해줬다.
▲ 이제 출국인데, 떠나는 마음은 어떤가?
- 원래는 정말 설렜다. 재미있을 거 같고... 그런데 막상 떠날 때가 되니까 겁도 조금 난다. 하지만 하루 이틀 적응하면 괜찮아 질 거 같다. 아무래도 운동을 같이 해봐야 분위기를 알 수 있으니까...
▲ 동료들과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 팀 동료들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게 됐다. 한 시즌 동안 정말 고생했고, 함께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또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을 하니까 가희가 또 너무 보고 싶다. 또, 팀을 옮기면서 힘든 점이 많았는데, 팬들에게 응원을 정말 많이 받았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팬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농구든,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든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다 해드리고 싶다. 정말 감사드린다.
사진 = 박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