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2020 KBL 컵 대회가 마침내 막을 올린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군산월명체육관에서는 20일부터 27일까지 ‘2020 MG 새마을금고 KBL 컵 대회’가 열린다.

KBL 10개 구단에 상무까지 총 11개 팀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진행한 후, 각 조 1위가 4강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 팀을 가린다. 우승 팀에는 3,000만원, 준우승 팀에는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이번 컵 대회는 오는 10월 9일로 예정된 2020-2021 정규리그 개막을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 많은 팀들이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의 호흡을 테스트하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컵 대회를 앞두고 미리 알아두면 좋을 KBL 10개 구단의 관전 포인트를 지금부터 빠르게 짚어보자.(순서는 지난 시즌 순위순)

 

서울 SK: 김선형의 컨디션, 김형빈의 잠재력

이번 대회에서 SK는 2명의 핵심 선수가 빠진다. 최준용과 안영준이다.

8월 연습경기 중 발목을 다친 최준용은 이후 회복과 재활에 힘쓰고 있다. 목표로 잡고 있는 복귀 시점은 시즌 개막일. 때문에 이번 컵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안영준 역시 군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최근 무릎 인대에 부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당분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 시즌 개막전 출전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결국 SK는 장신 라인업의 핵심인 최준용과 안영준 없이 컵 대회를 치러야 하는 입장이 됐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SK는 김선형, 최성원, 배병준, 김형빈 등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과 호흡 점검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코로나 덕에(?) 데뷔 이래 가장 긴 비시즌을 보낸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의 경기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후 운동능력 감퇴 문제를 마주했던 김선형은 이번 비시즌을 통해 부상 이전의 탄력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선형 본인도 “다가오는 시즌에는 예전에 보여드렸던 덩크를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드러낼 정도. 시즌 개막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선형이 어느 정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렸을지 컵 대회를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던 김형빈의 플레이도  눈여겨볼만 하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김형빈은 201cm의 장신 유망주. 입단 후 다리 수술을 받고 체지방을 대폭 감량하며 몸을 아예 새로 만든 김형빈은 장기적으로 사이즈, 스피드, 볼 핸들링, 슈팅력을 고루 갖춘 장신 포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문경은 감독 역시 김형빈의 연습경기 플레이를 지켜보며 “나이를 고려하면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바 있다. 컵 대회에서 형님들을 상대로 김형빈은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

AND ONE+: 자밀 워니의 몸 상태

최근 SK 외국선수 상황에 큰 변수가 생겼다. 지난 8월 30일 입국 후 9월 중순부터 팀 훈련에 합류한 자밀 워니의 체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120kg 후반대까지 체중이 불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난 시즌 프로필 체중과 비교하면 10kg 안팎이 증가한 셈. 향후 워니는 경기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체중 감량을 통해 몸을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컵 대회에서 워니의 대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도 있다.

 

원주 DB: 나카무라 타이치, 얼마나 적응했을까

DB는 이번 비시즌에 뜻밖의 변수가 꽤 생겼던 팀이다. 김현호가 연습경기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불상사가 생겼고, 메인 외국선수는 치나누 오누아쿠에서 타이릭 존스로 급하게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선수들의 컨디션도 아직 고점으로 올라오지는 않다는 후문. 비시즌 중 발목 수술을 받고 회복과 재활에 집중했던 허웅은 9월 초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당장 이번 컵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주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김종규를 비롯한 다른 국내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정규리그에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DB는 이번 컵 대회에서 당장의 대단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보다는 정규리그 개막 이후를 위한 준비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외국선수 1명은 컵 대회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오누아쿠의 대체자인 타이릭 존스다. 그는 9월 18일에서야 자가격리가 풀려 팀에 합류했다. 컵 대회에서 곧바로 실전을 소화할 수가 없는 몸 상태다. 때문에 저스틴 녹스만이 컵 대회에서 기량과 경기 감각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선수는 KBL 최초의 아시아쿼터 선수 나카무라 타이치다. 지난 7월 중순 한국에 입국한 타이치는 이후 팀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꾸준히 몸을 만들고 한국 농구 적응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김현호가 새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91cm의 장신 가드인 타이치가 두경민과 허웅의 뒤를 받쳐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중요한 DB다.

이상범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농구는 많은 것이 다르다. 2대2만 해도 디테일에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 되던 것이 한국에서는 안 되고, 일본에서는 안 되던 것이 한국에서는 되는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 적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농구의 스타일은 이렇구나’라고 알고 적응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타이치의 비시즌 과제를 설명한 바 있다.

타이치는 한국 농구에 과연 얼마나 적응했을까. 이번 컵 대회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 얼 클락의 진짜 기량은?

KGC인삼공사는 새 외국선수 얼 클락과 라타비우스 윌리엄스가 9월 중순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한 바 있다. 둘 모두 이번 컵 대회에 정상 참가할 전망. 때문에 KGC인삼공사에게 이번 컵 대회에는 외국선수들의 컨디션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8cm의 얼 클락은 내외곽을 모두 흔들 수 있는 포워드형 외국선수. 외국선수 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팀의 관심을 받았을 정도로 주가가 높았던 선수다.

얼 클락과 계약을 맺을 당시 김승기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디오만 보고 클락과 계약을 맺었던 상황에 대해서 약간의 걱정을 토로한 바 있다. “아무래도 직접 보는 것과 비디오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수의 플레이 습관, 소통 능력, 성격 등은 입국해서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루키더바스켓과의 통화에서 김승기 감독은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주 자가격리로 인해 아무래도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그래도 옆에서 직접 지켜보니 고무적인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빅맨이 아닌 선수다 보니 다른 팀의 빅맨 외국선수들을 어떻게 막을지가 걱정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힘이 좋더라”라며 만족을 드러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도 얼 클락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에도 인상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8cm의 신장에 민첩성과 테크닉을 겸비한 모습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락이 이번 컵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의 컨디션과 기량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전주 KCC: 의욕 넘치는 라건아

KCC는 오는 시즌에 메인 외국선수를 가늠하기 힘든 팀으로 꼽힌다. 기존의 라건아에 ‘푸에르토리코 특급’ 타일러 데이비스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타일러 데이비스는 전창진 감독이 이전부터 꾸준히 눈여겨 봐왔던 선수다. 전 감독은 “골밑에서 힘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빅맨을 선호한다. 타일러 데이비스가 그런 선수다. 나이도 어려서 그런지(97년생) 열정도 넘친다. 기대가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이번 컵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 지난주에는 가벼운 발목 부상을 입어 훈련을 쉬기도 했다. 이번 주중에 치러진 세 차례 연습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대신 구단 트레이닝 룸에서 보강 운동을 진행하며 컨디셔닝에 집중했다.

데이비스는 지난 10월 중국리그에서 당한 무릎 부상 이후 1년 가까이 실전을 치르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KCC 구단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데이비스의 기량을 군산에서 확인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오히려 라건아의 컨디션과 경기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월부터 가족과 입국해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던 라건아는 현재 몸 상태가 매우 좋다는 후문이다. 타일러 데이비스와 내부 경쟁 상황에 놓였기 때문인지 본인도 의욕이 넘친다. 라건아는 종종 수비 적극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는데, 올해 비시즌에 진행된 연습경기에서는 이전까지 보기 힘들었던 적극적인 수비를 선보이곤 했다. 그리고 공격에서는 더 투쟁적이고 파워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만 3개월 동안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며 실전 투입을 기다렸던 만큼, 이번 컵대회에서 라건아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AND ONE+: KCC의 가드진 무한 경쟁

KCC는 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가드진 뎁스를 보유한 팀이기도 하다. 기존의 이정현, 정창영, 유현준에 김지완, 유병훈이 새로 합류했다. 팀의 주장이자 핵심인 이정현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은 출전시간을 놓고 비시즌 내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었다.

다행히 넷 모두 큰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이번 컵 대회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 김지완은 슈팅과 수비에, 정창영은 스피드를 활용한 트랜지션 게임에 강점이 있다. 유병훈은 사이즈와 스피드, 유현준은 패싱 센스가 좋은 선수들. KCC 가드들은 이번 컵 대회에서 각자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입지와 출전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인천 전자랜드: 체지방 감량 효과, 달라질 이대헌

이번 비시즌 전자랜드 선수단에는 유난히 체중과 체지방을 감량한 선수들이 많았다. 김낙현, 전현우, 홍경기 등의 선수들이 식단 관리와 많은 훈련을 통해 체지방을 줄이고 가벼운 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유도훈 감독의 권유가 있었던 덕분이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 선수들에게 “체중과 체지방을 줄여야 한다. 체중이 줄어들면 파워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걱정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몸이 무거운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일단 감량을 해보고, 파워 부족이 느껴지면 그때 체중을 다시 늘려도 된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김낙현, 전현우는 샐러드 중심의 식단과 많은 훈련을 통해 체중을 확 뺐다. 홍경기 역시 체지방이 10% 아래로 내려갈 정도로 혹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지난 8월 만난 전현우는 “제가 원래 파워로 농구를 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어서 그런지 정말 만족스럽다. 농구를 시작한 이래 이렇게 좋은 몸 상태는 처음”이라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몸을 만든 성과가 이번 컵 대회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편 지난해 발바닥과 손가락 부상으로 기대 이하의 시즌을 보낸 이대헌은 큰 책임감을 가지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유도훈 감독은 따로 이대헌과 미팅을 가지며 그에게 적극적인 플레이와 책임감 있는 시즌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예전에는 대헌이가 우리 팀의 중심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플레이가 안 되면 더 부딪히기보다는 일단 힘을 빼고 포기해버리는 모습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해주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러면 안 된다. 국내선수 라인의 득점력도 상대적으로 약하고 빅맨도 적다. 대헌이에게 악바리 같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네가 책임을 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연습경기에서 이대헌이 보여준 플레이는 상당히 좋았다. 부상도 전혀 없었고 특유의 파워 넘치는 플레이도 여전히 좋았다. 새 외국선수 헨리 심스, 에릭 탐슨과 함께 인사이드에서 호흡을 맞출 이대헌이 컵 대회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산 KT: 첫 선 보이는 데릭슨과 이그부누, 건강한 김민욱

KT는 이달 중순부터 함께 팀 훈련을 시작한 새 외국선수 마커스 데릭슨과 존 이그부누가 나란히 이번 컵 대회에 참가한다.

일단 출전 시간은 이그부누가 더 가져갈 전망이다. 이그부누에 비해 약 열흘 늦게 입국한 데릭슨의 몸 상태가 아직 정상적이지 못하기 때문.

이그부누는 컨디션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다. 본인도 “현재는 90% 정도 상태다. 감독님이 원하신다면 경기에는 얼마든지 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낼 정도. 18일 열린 현대모비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이그부누는 투쟁적이고 적극적인 골밑 플레이를 펼치며 18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1대1 득점력은 아직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지만 국내선수와의 2대2 게임 호흡, 트랜지션 공격 가담, 리바운드 장악은 상당히 좋아보였다. 미국에서도 뛰어난 높이와 파워로 주목받았던 이그부누가 KT의 골밑을 어떻게 이끌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컵 대회에서 이그부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출전 시간을 가져갈 데릭슨은 실전 감각 회복과 KBL 특유의 스피드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200.5cm의 데릭슨은 1대1에서는 포스트업과 양손 훅슛, 2대2에서는 외곽슛 능력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이 가능한 스코어러 타입.

서동철 감독은 “데릭슨은 인앤아웃이 모두 되는 선수다. 예전에 뛰었던 마커스 랜드리와 비교하면 외곽에서 1대1 플레이 빈도는 적고 대신 인사이드 플레이가 된다. 허훈과 2대2를 하면 픽앤롤과 픽앤팝이 모두 된다. 신장이 크지 않은 편이지만 파워가 좋아 사이즈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컵 대회에서 베스트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힘들겠지만, 이번 컵 대회에는 데릭슨의 플레이 스타일과 강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KT에서 주목할 선수가 또 한 명 있다. 건강한 몸 상태로 의욕적인 비시즌을 보낸 김민욱이다. 

발목 부상 여파로 지난 시즌을 정상적이지 못한 몸 상태로 보낸 김민욱은 줄어든 자신의 입지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독하게 올해 비시즌을 보냈다는 후문. 김민욱은 이미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현대모비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17분 41초 동안 3점슛 3개 포함 25점을 쏟아 부으며 내외곽에서 대단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2018-2019시즌을 통해 확인된 ‘건강한 김민욱’의 위력이 이번 컵 대회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서울 삼성: 포인트가드 무한 경쟁, 새 얼굴 배수용의 존재감

삼성은 이번 비시즌 내내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내부 경쟁을 진행해왔다. 상대적으로 약한 포지션으로 꼽히는 만큼 아직도 확실한 주전 1번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동엽, 김진영, 김광철, 이호현이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놓고 계속 경쟁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삼성에게 이번 컵 대회는 주전 포인트가드를 가리는 좋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관희가 버티고 있는 슈팅가드 포지션과 임동섭, 장민국, 배수용, 김동욱이 있는 포워드진은 무척 탄탄한 만큼 확실한 포인트가드만 발굴해낼 수 있다면 삼성은 2020-20201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함께 올릴 수 있는 입장이다.

물론 플랜 B도 있다. 시즌 개막까지 믿음직한 주전 포인트가드를 찾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삼성은 이관희가 순간적으로 포인트가드 역할을 보는 세트 오펜스 패턴도 준비해뒀다는 후문이다. 

이관희는 “트랜지션 상황에서 제가 코트를 크게 스윙하며 볼을 받은 후 볼을 받고 바로 공격을 전개하거나 제가 탑으로 올라가서 볼 배급을 맞는 패턴도 있다. 비시즌 훈련을 해보니 감독님께서 이전에 비해 그런 패턴을 준비하셨더라. 저도 계속 훈련하며 적응해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소 불안한 포인트가드 포지션 문제를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 타개해갈지가 이번 컵 대회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비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합류한 배수용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이미 임동섭, 장민국, 김동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포워드라인을 구축한 상황. 하지만 배수용은 이들과는 또 다른 강점을 가진 선수다. 수비에서 내외곽을 오가는 좋은 활동량을 보여줄 수 있고 스위치 수비로 상대 가드를 순간적으로 막는 것도 가능하다. 과감한 컷인,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 등 공수에서 특유의 적극적인 플레이도 보여줄 수 있다.

배수용에게 향후 관건은 매번 상대 수비에 새깅을 당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슈팅력을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배수용은 이번 비시즌 동안 팀 내 최고의 ‘연습벌레’ 이관희와 붙어다니며 많은 개인 훈련을 했다는 후문이다. 군산에서 배수용이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는 ‘브레이크아웃 시즌(breakout season)’의 조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울산 현대모비스: 가드진의 압박 능력, 첫 선 보이는 숀 롱

16년 만에 양동근 없이 시즌을 치르는 현대모비스는 비시즌 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한 가지 숙제를 안았다. 가드진의 수비력과 압박 능력이다.

이번 시즌 현대모비스는 이현민, 서명진, 김민구로 가드진을 운영할 계획. 그런데 이현민은 신장에 작은 편이고 김민구는 터프한 플레이를 다소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 탓에 앞선의 압박이 다소 약해진 모습이 연습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신장과 운동능력을 겸비한 서명진은 공수에서 경험이 부족해 앞선 수비에 대한 요령을 아직도 배워가는 상황. 양동근-이대성이 함께 뛰던 시절의 특유의 숨막히는 압박이 현재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컵 대회에서 현대모비스 가드진이 어떤 수비력과 압박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6월 1일 비시즌 훈련 첫 소집일부터 지속적으로 수비 훈련을 해온 덕분에 기본적인 팀 수비력 자체는 상당히 잘 갖춰진 상황. 관건은 상대의 공격 흐름을 순간적으로 죽이고, 상황에 따라 공을 건드리는 디플렉션을 통해 실책을 유발하는 수준까지 가드진의 수비력이 올라설 수 있을지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번 컵 대회에 새 외국선수 숀 롱과 자키넌 간트가 모두 출전한다. 최근 가벼운 발목 부상이 있었던 숀 롱은 지난 18일 KT와의 연습경기에 9분 20초 정도 출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숀 롱은 팀 훈련이나 연습경기가 끝나면 홀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로 더 할 정도로 의욕적이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양념이 된 음식을 피하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해서 식사를 할 정도로 식단 관리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10월 9일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는 입장인 만큼 이번 컵 대회는 숀 롱에게 중요한 준비 과정이 될 전망. 오는 시즌 새 외국선수 중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숀 롱이 컵 대회에서 맛보기로 보여줄 경기력이 어떨지 궁금하다.

 

창원 LG: 캥거루 감독의 스피드 농구

LG는 새 시즌 완전히 새로운 농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수비적이고 느린 템포의 농구는 더 이상 LG의 색깔이 아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조성원 감독은 빠르고 공격적인 색깔의 농구를 추구하고 있다.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빨리 연습경기 일정을 시작했다. 무려 6월 중순부터 대학, 프로 팀과 연습경기를 진행해왔다.

팀 훈련을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연습경기를 치르기 시작한 셈인데, 이때부터 조성원 감독은 스피드 농구의 핵심 요건이 될 수비 성공 이후의 빠른 볼 운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체크해왔다. 연습경기 중에 수비 코트의 골대 밑에 서서 리바운드 후 하프라인까지 볼이 운반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때문에 이번 컵 대회는 LG의 달라진 농구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조성원 감독은 “똑같은 야투율이라면 공격 횟수를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공격 횟수를 평균 80회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이고 빠른 볼 운반과 과감한 슛 시도를 강조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성원 감독의 지도 속에 베테랑 가드 김시래, 조성민, 강변현이 얼마나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이번 컵 대회를 통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케디 라렌과 리온 윌리엄스가 빠른 템포의 농구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낼지도 궁금한 부분. 한편 이병석 코치의 집중 코치 속에 스몰포워드로 포지션을 완전히 전향한 서민수는 이번 컵 대회를 통해 장신 포워드로서의 역량을 본격적으로 테스트할 예정이다.

 

고양 오리온: 갑옷 벗은 이대성, 공격적인 이승현

고양 오리온은 지난 5월 FA 시장에서 최대어 이대성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강을준 감독과 이대성의 만남 하나만으로 오리온은 오는 시즌 큰 관심을 받는 팀이다. 이번 컵 대회에서 강을준 감독과 함께 하는 이대성의 실전 플레이를 처음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단 비시즌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강 감독은 이대성에게 많은 자율과 자신감을 주는 모습이었다. 장신 가드 이대성의 포스트업 공격, 이대성과 이승현의 드래그 픽앤롤(트랜지션 상황에서 나오는 빠른 픽앤롤 공격)를 테스트하며 이대성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했던 바 있다.

이대성 본인은 이런 플레이 속에서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도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비시즌 중 “저는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보다 공격적으로 바뀔 이승현의 플레이도 지켜볼 부분이다. 그동안 외국선수와 자주 매치업되며 수비 부담이 컸던 이승현은 리그 최장신 빅맨 제프 위디(213cm)가 팀에 합류하며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지난 8월 이승현은 “사실 고려대 시절에 비해 5kg 정도 많은 체중을 그동안 유지해왔었다. 외국선수를 막으려면 체중을 줄일 수가 없었다. 제프 위디가 온 덕분에 이번엔 감량을 하고 있다. 그동안 수비에 에너지를 많이 쓰고 공격은 동료들에게 맡기는 식으로 체력 안배를 해왔는데 이번 시즌부터는 공격에도 힘을 많이 쓸 생각이다. 이전과는 다른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이번 비시즌 상황과 마음가짐을 전한 바 있다.

이승현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긴 비시즌을 보내며 스킬 트레이닝을 통해 공격 기술 향상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오는 시즌 이승현의 2대2 게임 파트너가 될 이대성은 “승현이는 20점 정도는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본인이 그런 재능이 있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승현이에게 경기당 20점씩 넣으라고 매번 말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양의 호랑이’ 이승현은 군산 컵 대회를 통해 한층 강력해진 발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KBL,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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