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여자농구대표팀이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농구협회의 분위기는 초상집이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문규 감독의 운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는 선수 혹사논란, 그리고 전술 부재 등의 문제까지 확산됐다. 마침 이문규 감독의 임기가 2월까지로 전해지며, 올림픽 본선에서는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대한민국 농구협회는 이문규 감독에 대한 비판과 분노 수준으로 치달은 팬들의 분위기에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하며 화를 키웠다. 협회는 대표팀 입국 당일까지도 이문규 감독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문규 감독이 입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해 부정하며, 오히려 부상선수와 훈련부족 등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하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특히, 대표팀의 주축인 박지수(KB)가 작심 발언을 통해 이문규 감독이 스스로를 정당화한 발언과 농구협회의 부실했던 지원을 지적하며, 협회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협회가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은 도쿄 올림픽 본선을 이끌 수장을 결정하는 것이다. 

협회가 이문규 감독의 연임을 강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비난하는 여론은 이례적으로 거세다. 농구에서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은 대표팀 감독이 이토록 여론의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됐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 여자농구의 기본이자 근간인 WKBL의 구성원들은 이번 올림픽 감독 선임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루키 더 바스켓에서는 WKBL 각 구단의 감독, 코치(대표팀 스태프 2명 제외), 프런트, 여자농구 해설위원, 전 국가대표 및 농구관계자 등 총 38명에게 이문규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 감독 연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WKBL 현장에 항상 존재하는 인물들이며, 대한민국에서 대표팀 감독은 물론, 국가대표를 운영하는 협회의 그 어느 인사들보다도 한국 여자농구를 지척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응답자 중 32명(84.2%)이 이문규 감독의 연임을 반대했다. 혹사 논란 자체를 이유로 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그간의 대표팀 운영 모습과 대표팀 경기 내용, 구단 및 선수들과의 소통 등 누적된 문제가 이유로 지적됐다.

찬성은 4명(10.5%)이었다. 4명의 찬성자 중 대부분은 “이문규 감독이 변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서로 달았다. 변하지 않는다면 찬성할 수 없다는 말을 전제로 한 찬성이었다. 오히려 '변한다면 찬성이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기에 반대한다'는 의견과 큰 차이가 없는 의견이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모습의 이문규 감독이라면 대표팀을 맡기 힘들다며,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사실상 반대에 가까운 의견을 전했다.

2명은 기권했다.

이들이 이문규 감독의 연임을 찬성 혹은 반대한 주요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이문규 감독 연임 찬성
- 어쨌든 결과를 냈다. 내가 감독이었어도 티켓을 획득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쉬움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무리는 본인이 해야 하지 않나? 다만 코치진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 본인이 변화를 가져가고, 주변의 의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찬성이다. 전술 부족 같은 부분도 주변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선수들이 이문규 감독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면 힘들다.

- 올림픽 본선행을 이끈 것은 분명한 공로다. 문제가 많았지만, 만회할 기회도 필요하다. 이번 일로 느낀 바가 있을 테니, 달라지지 않겠나? 찬성이다. 단, 본인이 변하지 않는다면 반대다.

- 본인이 시작한 일이니 본인이 끝내야 한다. 이문규 감독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 본인이 끝까지 가서 책임을 져야한다. 결자해지하시라!

●이문규 감독 연임 반대 
- 12년만의 올림픽 진출은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 장기적으로 여자농구를 생각한다면, 소통과 현장 감각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흐름에도 이런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신다. 이문규 감독은 아니다.

- 지금 상황에서는 교체가 불가피하다. 단, 외부에서 새로운 감독이 팀을 맡는다면 전임 감독보다 잘 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가장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현역 WKBL감독 중에서 올림픽을 맡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 신뢰를 잃었다. 이번 일 때문이 아니라 누적된 결과다. 그리고 이번 일로는 내외부의 신망을 모두 잃었다. 회복이 안 된다.

- 이번 올림픽은 여자농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내용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체가 필수적이다. 지금의 문제를 야기한 이문규 감독이 그대로 간다는 건 농구팬들과 여자 농구에 대한 무책임이고, 기만이다.

- 감독이 내 선수를 믿지 못하고, 선수가 감독을 믿지 못한다면, 그때는 감독이 용단을 내리는 게 맞다.

- 이미 선수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이 상황에서 이문규 감독이 또 대표팀을 맡는다면, 선수들이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을까? 감독과 선수, 대표팀 모두 마이너스다.

- 대안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 찬성한다. 특히 WKBL감독 중에 올림픽을 이끌 감독이 나온다면 두 말 없이 찬성이다.

- 이번에 지적된 부분들을 보완하고 이문규 감독 스스로가 변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 주변과의 소통이 전혀 안 된다. 단순히 영국전 논란이 문제가 아니다. 그 동안 지속된 문제들이 더 크다.

- 과정의 문제를 생각해 봤을 때, 새로운 감독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수 선발, 훈련 소집, 선수 관리 등 많은 부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많았다.

- 이문규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 같다. 선수들의 신뢰가 이 정도라면, 큰 대회를 준비할 수 없다.

- 박지수의 발언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그런 마음이라면 현재 체제로는 어렵다.

- 경기를 보며, 이 팀은 감독 없이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12년만에 올림픽 무대에 올려놓으신 공로는 분명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 성과에 대한 보상이 꼭 올림픽 본선 감독자리를 보장해주는 것 만은 아닐 것이다. 올림픽 무대를 이끄는 자리에는 보상보다는 능력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혹사 논란보다는 전술적인 역량과 경기 운영 능력 전반의 문제점이 더 크다. 이번 최종예선 뿐 아니라, 감독 재임기간 내내 문제점이었고,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 감독 교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닌가?

- 혹사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데. 그동안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상황에 맞지 않는 전술과 한 박자 늦는 대응이 반복됐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이나 지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았다. 믿음을 주지 못했다.

- 지금까지 많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농구협회도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려면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않을까? 선임 과정부터 티켓확정 때까지 꾸준히 문제가 이어지지 않았나?

- 이문규 감독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래도 우리 대표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렵게 올림픽에도 나간 만큼, 현대 농구의 트랜드에 더 맞는 분이 맡았으면 한다.

사진 =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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