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의 반란이 끝났다. 시즌 전 6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영건들의 동반 성장 덕분이었다. 리빌딩에 성적, 마케팅까지. 한 시즌에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현대모비스는 이제 더 밝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13일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패했다.
이 패배로 시리즈 전적 0승 3패를 기록한 현대모비스는 다사다난했던 2021-2022시즌을 마감했다.
객관적 전력에 고려했을 때 승리가 쉽지 않은 시리즈였다. 외국선수 라숀 토마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외국선수진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에이스 이우석까지 1차전 이후 종아리 근육 파열로 이탈했다. 원투 펀치를 잃은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었다. 2차전의 분전이 오히려 경이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현대모비스의 2021-2022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을 만 하다.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모비스는 6강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난 시즌 팀의 절대적인 에이스였던 숀 롱까지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서명진, 이우석 등 젊은 자원이 많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유재학 감독조차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은 성적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며 기대치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상황이 쉽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개막 첫 7경기에서 1승 6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젊은 팀다운 에너지 레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대2 수비까지 흔들렸다. 10월 24일 KCC전에서 패한 현대모비스는 리그 꼴찌로 순위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강팀 KT를 원정에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LG, 한국가스공사를 누르며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한 것. 10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현대모비스는 8승 3패를 기록하며 리그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5라운드에도 폭주를 이어간 현대모비스는 1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약 두 달 동안 리그 3위를 마크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된 이우석,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겨낸 라숀 토마스를 중심으로 스피드와 높이가 가미된 '벌떼 농구'가 효과를 발휘한 덕이다.
실제로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속공 득점 3위(9.6점), 상대 턴오버 기반 득점 1위(13.2점)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역습 팀으로 거듭났다. 공격 리바운드 4위(11.4개), 세컨드 찬스 득점 5위(13.1점)에 오르며 공격 찬스 추가 확보를 통한 득점 생산에서도 리그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17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양동근 코치의 은퇴 이후에도 암흑기를 전혀 겪지 않고 봄 농구에 초대받고 있는 셈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온 탄탄하고 안정적인 코칭-훈련 시스템, 성공적인 선수 수급이 바탕이 된 결과물이다.
마케팅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99즈' 이우석, 서명진, 신민석, 김동준을 비롯한 새로운 선수단의 신선하고 젊은 에너지가 기존의 현대모비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신규 팬들까지 유입시켰다. 현대모비스 구단부터 젊은 선수들을 앞세운 마케팅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선수 본인들도 매우 수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팬 서비스와 다양한 행사에 임했다. 덕분에 현대모비스 구단도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우석, 서명진 같은 선수들은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며 "좋은 의미로 관종(관심종자의 준말)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팬 서비스 요청에도 열심히 임하고, 본인들을 스스로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덕분에 팬들은 물론이고 협력 업체의 관계자 분들도 이 선수들을 정말 좋아한다.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울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현대모비스는 이제 더 밝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지난 2년 동안 팀의 기둥이 될 유망주들을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봄 농구 경험까지 쌓은 덕분이다. 유재학 감독 역시 13일 오리온전이 끝난 이후 "다음 시즌에는 봄 농구를 끝까지 하겠다"며 목표치 상향 조정을 암시했다.
2021-2022시즌을 마무리한 현대모비스는 휴식기 이후 팀을 재소집해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할 전망이다.
사진 = 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