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이의 옆을 내가 따뜻하게 지켜주고 싶다.”
2016-2017시즌 이후 무려 5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 무대에 선 고양 오리온. 그 중심에 선 건 에이스 이대성과 슈퍼 루키 이정현이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공존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지만 지금은 코트 위에서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환상의 듀오다.
이대성과 이정현은 지난 13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0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을 합작했다. 머피 할로웨이(26점 21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 4블록슛)와 함께 삼각 편대를 이루며 강을준 감독에게 프로 감독 커리어 첫 4강 플레이오프를 선물했다.
과감한 아이솔레이션이 가능한 국내선수는 현재 KBL에 많지 않다. 그러나 오리온은 이대성과 이정현, 무려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 과감함과 노련미를 갖춘 이대성과 신인의 패기로 무장한 이정현의 공존 효과는 매우 크다.
이대성 역시 자신의 옆을 지키는 이정현에 대해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방송 인터뷰 중이었던 이정현에게 볼 뽀뽀를 하기도 했다. 이대성은 “정현이는 과거의 나보다 더 많이 성장한 선수다. 예전에 (양)동근이 형이 나를 끌어주고 도와준 것처럼 나 역시 정현이에게 많은 힘을 주려고 노력 중이다. 과거에 비해 나도 성장했다. 현대모비스에 있을 때 형들이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했는지 보고 배웠기 때문에 그대로 물려주려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군산고, 연세대 시절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뽐내지 못한 이정현은 점점 적응함에 따라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특히 3차전 막판, 김동준을 상대로 보여준 드리블과 자극하는 듯한 손짓은 과거 이대성을 보는 듯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시도만으로도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대성은 “마지막에 정현이가 드리블을 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것 같더라. 신인 드래프트 때 나를 롤 모델이라고 해서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현대모비스 시절 나랑 똑같았다”라며 웃음 지었다.
사실 한국농구의 특성상 이대성과 이정현과 같은 유형의 선수는 환영받기 쉽지 않다. 그들이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농구 역시 정해진 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대성은 이러한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신과 닮은 동생의 등장에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이대성은 “정현이가 가진 에너지, 그리고 플레이 성향은 나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너무 예쁘다. 옆에서 필요한 부분을 다 이야기해주고 싶다”라며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너의 농구는 농구가 아니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따뜻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10명 중 9명은 전자에 가까웠다. 정현이도 알게 모르게 이런저런 말들을 듣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 또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내가 필요로 했던 말들을 정현이에게 해주고 싶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정현에 대해서 말하는 그 순간 동안 이대성은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자신을 압박하는 무언가와 싸워왔던 그에게 있어 이정현의 등장은 자신의 길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과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에 이대성은 공감과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사진 = 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