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적인 대패였다.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은 10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58-78로 무릎 꿇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경기 후, “너무 일방적인 게임이라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시리즈 전부터 KB의 우세가 점쳐진 것은 사실이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도 KB가 우위였고, 플레이오프 일정도 우리은행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은행이 일방적인 대패를 당할 것이라는 예측은 쉽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우리은행이 보여준 견고한 조직력, 그리고 쉽게 물러서지 않는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13시즌 이후, 우리은행은 지난 10년간 WKBL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20점차 이상 패배를 단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적은 많지만, 당한적은 거의 없었다. 지더라도 박빙의 승부가 많았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해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생각보다 빨리 승부가 갈렸지만, 그래도 20점차 이상으로 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챔프전 1차전은 달랐다.
2쿼터 중반부터 조금씩 분위기를 내준 우리은행은 3쿼터에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KB의 에이스 박지수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어도, 혹은 박지수가 벤치로 물러나있어도 우리은행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한때 26점차까지 리드를 내줬다.
KB를 이기기 위해 우리은행이 가져가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3점슛도 듣지 않았고, 속공도 상대보다 적었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리바운드도 뺏겼다.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박지수로부터 파생되는 나머지 4명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KB는 1쿼터에 강이슬과 김민정이 각각 9점씩을 득점했다. 박지수는 23분을 뛰며 8개의 어시스트를 뿌렸고, 코트에 나서는 선수들 대부분이 우리은행의 제어 범위 밖에 있었다.
위성우 감독은 결국 박혜진과 김정은을 이른 시간, 벤치로 불러들였다. 상대보다 열세인 체력을 조금이라도 안배하기 위한 조치였다.
4쿼터 막판, 양 팀 모두 어린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고, KB의 득점이 주춤하는 사이 박지현의 득점이 이어지며 우리은행이 점수차를 좁혔지만, 이윤미의 득점으로 KB는 결국 20점차를 유지했다.

58-78.
이번 20점차 패배는 우리은행 선수들이 대부분 경험해본 적 없는 결과다. 김정은과 홍보람은 하나원큐 시절에, 박혜진은 10년 전인 2011-12시즌에 20점차 이상으로 경기를 잃어 봤다.
우리은행에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이후 20점차 이상 패배는 없었다.
힘든 승부는 충분히 예측했지만, 우리은행으로서는 너무 낯선 경기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박혜진과 김정은이 어느 정도 쉴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 박지현이 첫 챔프전에서 긴장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점 등은 우리은행에게 희망적인 신호다.
하지만, 1차전을 대승으로 장식한 KB 역시 선수들을 충분히 돌려쓰며 컨디션 조절과 체력 안배를 했다. 25분 24초를 뛴 강이슬이 KB 선수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였다. 주전과 백업 가릴 것 없이 우리은행을 몰아쳤다.
우리은행은 2014-1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을 패한 후, 내리 3경기를 잡으며 통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때의 상대도 KB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대보다 체력적으로 확실한 우위에 있었고, 1차전을 이토록 무기력하게 내주지는 않았다.
궁지에 몰린 우리은행이 과연 2차전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대패의 충격을 딛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 우리은행 역대 15점차 이상 패배 (위성우 감독 부임 후)
2012년 10월 21일 삼성생명(춘천) 57-73
2012년 10월 27일 신한은행(춘천) 48-66
2015년 1월 12일 KB(청주) 55-71
2015년 2월 12일 KB(청주) 64-83
2015년 11월 25일 KB(청주) 54-70
2019년 2월 23일 KB(아산) 59-74
2020년 1월 1일 KB(청주) 58-74
2021년 3월 3일 삼성생명(아산) 47-64 *플레이오프
2022년 3월 27일 BNK(부산) 62-78
2022년 4월 11일 KB(청주) 58-78 *챔피언결정전
▲ 우리은행 20점차 이상 패배 경험자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신한은행 코치 시절)
2012년 1월 27일 KB(청주) 62-82 | 3727일 (만 10년2개월14일) 전
박혜진 (우리은행)
2012년 2월 4일 KB(춘천) 56-81 | 3719일 (만 10년2개월6일) 전
김정은 (하나원큐 시절)
2014년 3월 3일 삼성생명(용인) 49-73 | 2961일 (만 8년1개월7일) 전
*하나원큐는 이후에도 김정은이 뛰던 시즌에 20점차 이상 패배를 당한 적이 있지만, 해당 경기는 김정은이 모두 결장했음.
홍보람 (하나원큐 시절)
2016년 2월 21일 우리은행(춘천) 69-96 | 2241일 (만 6년1개월20일) 전
사진 = 이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