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달라졌다.

골든스테이트는 5일(한국시간)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6-17시즌 NBA 정규리그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홈경기에서 125-117로 이겼다.

최근 골든스테이트의 화두는 ‘2대2 게임’이었다. 크리스마스 매치 이후 스테픈 커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내용을 밝힌 것. 커리는 “픽-앤-롤 플레이의 비중을 늘렸으면 한다. 내가 공격을 전개하는 것과 슛을 쏘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진 것이 우리팀의 강점이다”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브 커 감독은 커리의 말에 즉각 반응했다. 커 감독은 지난달 29일 "커리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2대2 게임을 앞으로 더 많이 할 것이다. 여러 실험을 하는 중이다"며 "커리가 공을 들고 있으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밸런스와 좋은 공격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후 골든스테이트는 포틀랜드전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2대2 게임으로 공격을 펼쳤다. 특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커리와 케빈 듀란트의 2대2 게임으로 상대 수비를 뚫는 모습을 보였다. 골든스테이트가 펼친 2대2 게임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픽-앤-롤
커리가 탑에서 공을 잡고 듀란트가 스크린을 하기 위해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사실 듀란트는 포워드임에도 커리어 내내 스크린을 자주 쓰는 편은 아니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시절에도 듀란트가 볼 핸들러로 나서고, 러셀 웨스트브룩의 스크린을 받아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스위치 디펜스를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스크린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듀란트는 스크리너로서 적극성을 보였다. 커리에게 스크린을 시도한 뒤 밖으로 혹은 안쪽으로 움직이며 공격 기회를 찾았다.

커리와 듀란트는 리그 최고의 득점원이다. 혼자서 언제든지 득점을 올릴 수 있다. 그런 2명의 선수가 2대2 게임을 펼치면 상대 입장에서는 곤란할 터. 포틀랜드는 여러 선수들을 붙이며 커리와 듀란트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다. 

골든스테이트는 2대2 게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페이싱에 중점을 두었다. 모든 선수가 3점슛 라인 밖에 서는 5-Out 세팅에서 공격을 시작했다. 커리와 듀란트가 2대2 게임을 펼치고, 클레이 탐슨과 드레이먼드 그린이 외곽에서 킥-아웃 패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그 최고의 3점슛 팀을 막기 위한 포틀랜드의 수비가 무너진 것은 당연했다. 

슬라이드 하이 픽-앤-롤(Slide High Pick-And-Roll)
듀란트에게 슬라이드 하이 픽-앤-롤은 익숙하다. 오클라호마시티 시절 러셀 웨스트브룩과 함께 펼친 전술이기 때문이다.

슬라이드(slide)의 사전적 의미는 ‘미끄러지다’다. 이 전술은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하는 척 이동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동작을 말한다. 수비수는 스크리너가 볼 핸들러에게 다가서면 픽-앤-롤을 펼친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스크린 이후 움직임을 대비하게 된다. 그러나 스크리너가 스크린 대신 밖으로 빠진다면 순간적으로 그를 놓치게 될 터. 이러한 허점을 노리는 게 슬라이드 하이 픽-앤-롤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이 전술을 2016 플레이오프에서 자주 활용했다. 커리가 공을 들고 있을 때 탐슨이 스크린 거는 척 슬라이드 동작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순간적으로 오픈 기회를 맞이한 탐슨이 외곽슛을 터뜨렸다.

▲ 슬라이드 픽-앤-롤의 핵심은 스크리너의 움직임이다. 스크린을 하는 척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먼저 X3(듀란트)는 스크린을 위해 다가선다. 그러나 X3(듀란트)는 스크린을 거는 척 외곽으로 빠지고, O1(커리)의 공을 받아 3점슛을 던진다. 상황에 따라 돌파에 이은 득점,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로 여러 옵션을 노릴 수 있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무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커리와 탐슨이 슬라이드 픽-앤-롤의 파트너였다. 올 시즌에는 커리와 듀란트로 바뀌었다. 듀란트가 탐슨보다 더욱 뛰어난 골밑 마무리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커리와 듀란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램 스크린(Ram Screen)
최근 NBA의 트렌드는 ‘2대2 게임’이다. 많은 팀들이 2대2 게임을 펼치는 만큼 수비법도 생겨났다. 탐 티보도(現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감독)가 보스턴 셀틱스 코치 시절 고안한 아이스 디펜스부터 헷지 디펜스, 블리츠 등까지 여러 수비법이 생겼다.

따라서 이를 뚫기 위한 옵션이 필요할 터. 최근에는 몇몇 팀이 강력한 2대2 수비를 뚫는 카운터 작전으로 램 스크린이 사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받고 나와 펼치는 2대2 게임이다. 

▲ O1(커리)이 O3(듀란트)와의 2대2 게임을 기다린다. 평소 같으면 O3(듀란트)가 그냥 밖으로 나와 스크린 플레이를 펼칠 터. 그러나 O3(듀란트)가 O4(그린)의 램 스크린을 받고 나온다. 그렇게 되면 O3(듀란트)의 수비수는 스크린에 걸려 뒤늦게 수비 범위로 들어오게 된다. 이 틈을 노리는 게 램 스크린 작전이다. 실제로 O4(그린)의 램 스크린에 타이밍을 빼앗긴 X3는 끝까지 O3(듀란트)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램 스크린의 장점은 상대 수비수가 헷지 디펜스나 아이스 디펜스를 펼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수비수가 스크린을 당하며 이미 타이밍이 빼앗겼기 때문에 로테이션 수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도 커리와 듀란트가 함께 플레이를 펼치며 생산성을 더욱 높였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와 듀란트의 여러 움직임을 통해 2대2 게임을 노렸다. 현지 해설진도 두 선수의 높아진 픽-앤-롤 빈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커 감독이 언급한 ‘실험’이 점점 하나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과연 골든스테이트의 경기는 얼마나 더 발전하게 될까. 커 감독과 선수들이 만든 최종 결과물이 어떤 것일지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 제공 = 언더아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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