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CONFERENCE WITH ADAM SILVER

NBA는 매년 메가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아담 실버 총재의 미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올스타전, NBA 파이널 등 기자들이 몰리는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팬들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총재의 기자회견은 NBA 기자들 뿐 아니라 산업 관계자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시간이기도 하다. 향후 NBA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고한 데이비드 스턴 전 총재도 그랬듯이, 아담 실버 총재 또한 그 어떤 질문에도 거리낌 없이 직접 답을 내놓는다. 기자들의 질문도 다채롭다. 때로는 공격적이고, 때로는 미래지향적이다.

취임 직후 실버 총재는 여러 어려운 과제를 맞아야 했다. 도널드 스털링 전 LA 클리퍼스 구단주 퇴출, 템퍼링(사전접촉), 탱킹(고의패배), 페이컷, 인종차별, 그리고 코로나19까지….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실버 총재는 스턴 전 총재가 겪은 것 이상의 이슈들을 온 몸으로 받아냈다. 그때마다 기자회견에서 느낀 것은 총재로서 그가 즉각적으로 선택하는 단어들이 굉장히 조심스러우면서도 품위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피닉스 선즈와 밀워키 벅스의 2021년 NBA 파이널 1차전이 열린 2021년 7월 6일(미국시간). 경기를 앞두고 실버 총재는 2021년 두 번째 미디어 컨퍼런스를 가졌다. 파이널 시작 무렵 방송가에서 이슈가 됐던 ESPN 레이철 니콜스 사건부터 시작해 수많은 질문이 오고 갔는데, 그 속기록 분량이 무려 A4 7페이지가 넘었다. 그 중 리그의 현재와 내일을 예측할 수 있을 만한 몇 가지 질의응답을 정리, 분석해 소개한다.

Q1. 랩터스는 다시 토론토에서 뛸 수 있을까?

2020-2021시즌,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본 팀은 토론토 랩터스였다. 연고지 토론토는 미국이 아닌 캐나다의 도시다. 같은 북미이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이기에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지침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20-2021시즌이 개막할 무렵은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기는 위험 요소가 많았다. 그렇다고 바쁜 시즌 일정에 일일이 자가 격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캐나다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소속팀으로 잘 알려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로저스 센터 사용이 허락되지 않아 플로리다와 뉴욕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가 8월부터 홈 경기를 허락해, 어렵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지 1년 6개월 만에, 새 팀의 진짜 홈 구장에 설 수 있었다.

랩터스도 블루제이스와 같은 처지였기에 한동안 플로리다주 탬파의 아말리 아레나에서 홈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처럼 랩터스는 1년 내내 고생했다. 한 시즌 전체를 원정으로 보낸 셈이다. 선수들은 익숙한 집 대신 호텔에서 시간을 보냈고, 가족과의 만남도 수월치 않았다. 이 가운데 코칭스태프까지 확진자가 되면서 시즌 운영도 수월치 않았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이런 이슈가 겹치다보니 랩터스는 시즌 내내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토론토는 27승 45패, 승률 37.5%로 동부 12위에 그쳤다. 불과 한 시즌 전, 승률 73.6%를 기록하며 동부 2위로 마쳤다는 것이 상상이 안 갈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력이었다.

이 때문일까. 취재진의 첫 질문은 바로 랩터스와 관련된 것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정부 방역 지침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아무리 NBA 총재라고 해도 정확한 정보를 주기는 어려웠다. 실버 총재는 “구단주이자 NBA 이사회 일원인 래리 타넨바움도 온타리오가 토론토 복귀를 허용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넨바움은 토론토 랩터스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메이플 리프 스포츠 & 엔터테인먼트사의 대주주 중 한 명이다. 메이저리그, 아이스하키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2026년 열릴 토론토 FIFA 월드컵의 책임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버 총재가 굳이 기자회견에서 그를 언급한 것은 이유가 있다. 앞서 밝혔 듯, 캐나다 정부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로저스 센터 복귀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랩터스도 상황에 따라 오는 겨울, 복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며, 그 협상에는 실버 총재만큼이나 타넨바움도 역할이 필요하다. 실버 총재는 “토론토 복귀는 정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다른 연고지에서 뛰는 것은 랩터스에게 부가적인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Q2. NBA의 재정 상태는 어떠한가?

지난달 기사에서 나는 NBA가 팬데믹으로 입은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굳이 72경기 시즌을 치르고, 올스타전을 개최하고, 플레이-인 토너먼트까지 개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6,000명이 넘는 근로자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에, 단순히 ‘돈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버 총재는 재정 상태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티켓이나 구장 내 판매 활동과 관련된 수입 대부분이 사라지면서 우리 평소 수입의 40% 이상의 손실이 있었다. 다행히 플레이오프 들어 팬들이 복귀한 덕분에 조금이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NBA는 2년 간 큰 손실을 입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구단주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선수들의 양보도 있었다. 선수들은 버블 이후 쉴 틈 없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시스템을 지탱하는 스태프들의 도움도 있었다. 실버 총재는 이와 관련한 이들의 노력을 ‘희생’이라 표현하며 고마움을 대신 전했다. 동시에 “다음 시즌은 일상(normal)에 좀 더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기에 더 나아진 상황을 맞을 것이라 본다. NBA는 계속해서 선수단, 코치, 심판,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가져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각오도 전했다.

한편 중국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원론적이지만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예의 있고, 필요한 답을 내놓았다. NBA의 수입이 줄어든 이유에는 중국과의 비즈니스 관계가 틀어진 것도 있다.

대릴 모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단장이 휴스턴 로케츠 단장 시절 남긴 트윗 하나가 NBA를 국제 이슈의 중심에 서게 했다. 당시 중국은 CCTV를 비롯해 모든 방송에서 한동안 휴스턴 경기를 방영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NBA에 대한 중국 기업의 광고, 투자 역시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 총재도 중국농구협회 야오밍 회장과 관계 개선을 위해 애썼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중 관계를 본다면 NBA는 그저 ‘공놀이’일 뿐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사이가 썩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버 총재도 이 때문에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실버 총재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인 이슈들을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두 정부 사이의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며, “우리도 미국 정부의 법을 따라야 하는 미국 기업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NBA 경기를 중국에 배급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국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의 인류이기에 공통점이 많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이 이슈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Q3. 플레이-인 토너먼트는 계속될 것인가?

NBA는 2019-2020시즌 재개와 함께 플레이오프 시스템에 변화를 주었다.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도입해 마지막 시드 결정에 긴장감을 더한 것이다. 올 시즌도 7위부터 10위까지는 살얼음판을 걷는 경쟁을 치러야 했다. 팬들은 단판 승부가 주는 긴장감에 즐거워했다. 마침 LA 레이커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라는 불세출의 스타들이 맞붙으며 시청률도 쏠쏠하게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은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지친 상황에서 이런 경기를 치르니 힘들 수밖에 없다. 레이커스는 부상 이슈까지 있었다. 르브론 제임스는 볼멘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에서도 “플레이-인 토너먼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르브론은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던데?”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실버 총재는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플레이-인 토너먼트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협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17일(한국시간) 여러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NBA와 선수협회는 이 포맷을 2021-2022시즌에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실버 총재는 미셀 로버츠에게 고마움부터 전했다. 미첼 로버츠는 NBA 선수협회 사무총장이다. 선수협회 회장 및 임원들과 함께 주요사항을 토의하고, 협상한다. 사무국과의 가교 역할도 맡는다.

실버 총재는 “로버츠의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450명이 넘는 선수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 중 몇 명은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아마도 르브론 말고도 다른 선수들, 혹은 다른 팀들 중에도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안 좋아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플레이-인 토너먼트는 리그와 선수 모두에게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구단주와 선수협회 간의 소통을 통해 개선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칼럼은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칼럼을 추가/각색했습니다.

②편에 계속...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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