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내가 본 골든스테이트 경기 중 최고였다.” 타이론 루 감독이 1차전 패배 이후 남긴 말이다.
 
그만큼 대단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2일(한국시간)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7 NBA 파이널 1차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113-91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수비에서 갈렸다. 골든스테이트는 단단한 수비 이후 펼치는 속공, 볼 흐름을 떨어뜨리는 로테이션 수비 등이 돋보였다. 시즌 내내 잘 돌아간 수비 조직력이 파이널 들어 더욱 불을 뿜었다.
 
수비 조직력
워리어스의 론 아담스 수비 코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대감(connectedness)’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팀이 하나로 묶여 펼치는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골든스테이트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수비를 펼친다. 콘서트 공연을 보는 듯하다. 정말 멋지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골든스테이트의 수비 전략은 크게 보면 ‘스위치 디펜스’다. 선수들의 기동력, 잘 짜인 수비 패턴 등을 통해 빈틈을 주지 않는다. 상대에게 순간적으로 압박 수비를 펼쳐 턴오버를 이끄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러한 수비가 불을 뿜는 시기는 스몰라인업을 활용할 때다. 지난해, 골든스테이트의 스몰라인업을 두고 ‘데스 라인업’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공수 생산성이 뛰어났다. 그중 한 명인 해리슨 반즈 대신 케빈 듀란트가 들어갔으니 그 위력이 올라간 건 당연한 일이다.
 
이와 함께 앤드류 보거트 대신 자자 파출리아가 가세했다. 보거트는 림 프로텍팅 능력이 뛰어나지만 파출리아는 그렇지 않다. 이는 곧 압박 여부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상대가 골밑 안쪽에 들어와도 보거트의 수비를 믿어도 됐다. 그러나 올 시즌은 그렇지 않다. 파출리아 혼자서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펼치는 압박 강도를 높인 이유다. 
 
이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15-16시즌 정규리그, 골든스테이트는 상대의 턴오버를 유도하는 비율이 14.0%로 리그 18위였다. 압박 능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5.0%로 리그 6위에 올랐다. 끊임없이 압박 플레이를 펼쳐 상대에게 빈틈을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스위치 디펜스
클리블랜드를 만나는 팀은 스위치 디펜스를 펼칠 수밖에 없다.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스위치 디펜스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미스매치의 우위를 살리기 위한 전략이다. 2017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클리블랜드 주요 패턴 중 하나였다. 이번 파이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클리블랜드는 수비가 약한 스테픈 커리를 타깃으로 삼는다. 커리를 상대로 르브론 제임스, 카이리 어빙이 공격을 펼치면 득점하기 조금 더 수월하다. 이를 통해 커리의 파울 트러블, 체력 부담을 안긴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6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의 가장 중요한 공격 전략 중 하나였다.
 
그러나 클리블랜드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골든스테이트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리지 못한 탓이었다. 골든스테이트의 수비는 완벽 그 자체였다. 캐벌리어스의 루 감독 역시 골든스테이트를 칭찬한 이유다.
 

▲ 경기 내내 나온 스테픈 커리의 수비 장면이다. 쇼 혹은 헷지 디펜스 이후 리커버리 하는 동작이다. 공을 가진 볼 핸들러가 스크린을 받으면 곧장 커리가 헷지 디펜스를 펼친다. 이때 O1는 순간적으로 비어있는 O3에게 패스하게 된다. 그러나 그 순간 X3가 패스를 쉽게 내주지 않으려고 이동 경로를 가로막는다. 이때 커리가 다시 자신의 수비수로 돌아온다. 외곽슛을 내주더라도 르브론의 돌파를 막아서겠다는 골든스테이트의 전략이었다.
 
토론토 랩터스의 드웨인 케이시 감독은 "골든스테이트에는 커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모두 안다. 특히 약점을 보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라고 말하며 수비 전략에 대해 칭찬한 바 있다.
 
헷지 디펜스는 대부분 빅맨이 많이 펼치는 움직임이다. 가드가 자주 하는 플레이는 아니다. 그러나 커리는 지난 2016 파이널부터 이 수비를 해오면서 익숙해졌다. 3년 연속 만난 르브론의 습관까지 파악했다. 헷지 디펜스 이후 리커버리가 더욱 수월해진 이유다. 결국 커리는 상대가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하기 전에 미리 움직이면서 대응한 결과 수비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베이스라인 수비
골든스테이트는 베이스라인 수비도 좋았다. 베이스라인 쪽에서 도움 수비를 펼치는 수비를 레드(Red)라고 하는데, 이러한 수비 범위에서 조직력이 불을 뿜었다. 
 
골든스테이트는 베이스라인에서 순간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턴오버를 이끌었다. 정규시즌보다 압박 수준이 더욱 높아졌다. 어빙과 르브론 등 개인기가 뛰어난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공격 시도 자체를 차단하려는 방법이었다.
 

▲ 1차전 3쿼터 8분 50여 초에 나온 플레이다. 어빙(O1)은 O2의 공을 받아 공격을 준비했다. 수비수는 커리(X1)였다. 어빙이 공을 잡은 순간, 골든스테이트는 자자 파출리아(X5)가 어빙에게 순간적으로 더블팀에 붙었다. 베이스라인 부근에서 더블팀은 위력적이다. 베이스라인이 또 하나의 수비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드레이먼드 그린(X4)은 골밑으로 들어온 트리스탄 탐슨(X5)을 적극적으로 박스아웃한다. 어빙의 패싱 경로를 차단한 것. 이후 어빙이 수비수를 겨우 뚫고 골밑 안쪽에 들어왔으나 그린 수비에 막히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이러한 베이스라인, 순간적인 더블팀 수비에서 공헌을 한 선수는 드레이먼드 그린이다. 그는 코트 곳곳을 누비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이후 브라운 코치는 “그린은 11리바운드를 거뒀다.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만약 그가 리바운드를 잡지 않아도 박스아웃으로 동료들의 공간을 확보했다. 수비에서 그가 펼친 디플렉션, 스틸 등은 팀 승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라며 극찬했다.
 
아담스 코치가 언급한 수비 조직력이 불을 뿜었다. 빈틈없이 움직이는 골든스테이트의 수비는 마치 톱니바퀴 같았다. 르브론에게 더블팀을 가지 않으면서 이외의 선수들에게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친 게 효과를 봤다. 
 
커리는 "1차전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수비였다. 48분 내내 수비 조직력이 돋보였다"라면서 "클리블랜드는 두 명의 리그 최고 득점원이 있는데, 경기 내내 압박했다. 경기 플랜을 잘 소화했다"라며 자축했다.
 
과연 2차전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골든스테이트가 물오른 수비 조직력으로 클리블랜드의 화력을 잠재울까. 아니면 클리블랜드가 이에 대한 카운터 작전을 들고나올까. 과연 두 팀이 어떤 전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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