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민재 기자] 2017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84-75로 리드하고 있었다. 당시 샌안토니오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상황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를 저지할 카운터가 필요했다.
 
마이크 브라운 코치는 드레이먼드 그린 대신 데이비드 웨스트를 내보냈다. 이후 케빈 듀란트와 웨스트는 5번 연속 2대2 게임을 펼친다. 듀란트가 스크린을 받아 직접 득점하거나, 돌파 이후 웨스트에게 공을 건넨 뒤 컷인 득점을 노렸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골든스테이트 쪽으로 넘어왔다. 코트에 같이 나섰던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은 코트 스페이싱만 도왔다. 듀란트는 이때 13점을 몰아넣었고, 점수 역시 98-80으로 18점차로 벌렸다.
 
브라운 코치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볼 흐름과 이타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스티브 커 감독이었으면 이 당시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성향 차이
커 감독은 허리 통증으로 2017 플레이오프 1라운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3차전 경기부터 결장 중이다. 오는 2017 NBA 파이널에도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 브라운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설 전망이다.
 
브라운은 풍부한 감독 경력을 자랑한다. 어시스턴트 코치로 NBA에 입성한 이후 2005년부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감독으로 활약했다. 이후 LA 레이커스, 다시 클리블랜드를 거쳐 골든스테이트 코치로 왔다. 2009년 당시에는 올해의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통산 정규시즌 563경기를 지도했다.
 
커는 2014년부터 골든스테이트 사령탑에 앉았다. 1번의 NBA 챔피언십, 올해의 감독상, 3년 연속 파이널 진출이란 업적을 세웠다. 통산 246경기를 지도했다.
 
두 지도자의 성향 차이는 과거 어떤 팀을 맡았느냐로 알 수 있다. 브라운은 그동안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를 지도했다. 양 선수 모두 NBA 역사상 최고의 득점 기계 중 하나. 공을 맡겨 놓으면 어떻게든 득점 혹은 패싱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에이스 의존도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브라운은 『Mercury News』를 통해 "에이스의 활약으로 경기 전략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상대의 전략이 좋아도 에이스 혼자서 이를 뚫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슈퍼스타의 재능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커 감독은 그렇지 않다. 원활한 볼 흐름과 움직임을 중시한다. 커리와 탐슨이란 뛰어난 공격수가 있음에도 두 선수에게 모든 역할을 맡기지 않는다. 스크린, 움직임, 패싱 게임으로 완벽한 공격 기회를 만들기 원한다. 이를 통해 에이스뿐만 아니라 롤 플레이어에게도 좋은 기회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5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인 결과, 생산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어떤 농구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브라운의 철학인 에이스 의존도 높이기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에이스가 지쳤을 때 플랜B가 없다. 상대가 에이스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
 
커의 철학도 단점이 있다. 에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상대 전략에 휘둘릴 수도 있다. 지난 2016 파이널, 해리슨 반즈(現 댈러스 매버릭스)가 코너에서 여러 오픈 기회를 얻었음에도 넣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달라질 점
ESPN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운 코치가 커 감독에게 미스매치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리와 듀란트라는 훌륭한 픽앤롤 콤비를 좀 더 기민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언급했듯 브라운은 에이스 의존도가 높다. 당연히 에이스 간의 2대2 게임을 선호한다. 실제로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 들어 픽앤롤시 볼 핸들러와 롤맨의 공격 비중이 각각 12.8%와 3.9%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각각 10.9%, 4.0%를 기록했던 것보다 높아졌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에이스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이를 감안하면 픽앤롤 비중 차이가 눈에 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브라운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에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017 플레이오프 2라운드 유타 재즈와의 시리즈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브라운은 커에게 2대2 상황에서 듀란트가 루디 고베어 수비를 상대로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스매치 상황에서 고베어를 밖으로 끌어내서 득점을 올리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의견이었다. 브라운은 이를 실현했다. 성공적이었다. 듀란트는 고베어를 상대로 풀업 점프슛을 연달아 성공하며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렸다.
 
지난 2라운드와 최근 인터뷰를 보면 브라운은 2대2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듀란트에게 5번 연속 픽앤롤을 주문한 것처럼 커리와 듀란트가 간결한 움직임으로 득점에 가담할 전망이다. 개인기에 의한 득점도 많아질 것이다.
 
이에 대해 커리는 "픽앤롤을 하든, 스페이싱을 통해 공격하든 상관없다. 어느 곳이든 훌륭한 슈터가 있고,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볼 핸들러의 경기 리딩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골든스테이트의 전체적인 전략은 커와 브라운이 함께 짠다. 그러나 경기 내에서 작전 타임, 전술 변화를 이끌 인물은 브라운이다. 실제로 커는 "나는 경기 중 사이드라인에 없다. 따라서 그가 그의 팀인 것처럼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경기 이후에는 내 조언과 충고를 듣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브라운의 철학이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 듀란트와 커리의 의존도를 높이면서 상대의 수비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 커 감독이 지난 2015, 2016 파이널 때 펼쳤던 것보다 더 많은 아이솔레이션, 2대2 게임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골든스테이트의 감독 부재는 이번 시리즈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연 커의 빈자리를 브라운이 잘 메울 수 있을까. 브라운의 ‘에이스 농구’ 철학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을까. 골든스테이트의 변화된 모습에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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