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대현 기자] 이쯤되면 헷갈린다. '배신자 여론' 무마용인지, 평소 성격에서 우러나온 진심인지 갈피 잡기가 어렵다. 케빈 듀란트(29,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다 해도 인생이라는 큰 레이더에서 보면 그저 (잠시) 깜빡이는 신호일 뿐"이라며 현재 심경을 차분하게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8일(이하 한국시간) "듀란트가 기쁨을 크게 표현하지 않고 있다. 4년 만의 파이널 진출을 확정 지은 지난 23일에도 차분했다. 그는 다소 실망스러운 미소로 '(경기 준비하느라 못 먹었던) 샌드위치와 음료들을 실컷 먹고 싶다'는 무미건조한 반응만 보였다"고 말했다.

오직 하나였다. 많은 비판을 받으며 라이벌 구단으로 새 둥지를 튼 이유는 단 1가지, 우승이었다. 그러나 좀체 기쁜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12연승으로 완벽하게 시작한 플레이오프임에도 불구하고 듀란트는 자기 감정을 애써 조절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어느 해보다 타이틀 획득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표정 관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팀 동료 드레이먼드 그린도 듀란트의 '미묘한 분위기'를 언급했다. 그린은 "그는 분명 크게 기뻐하거나 반색하지 않고 있다. 아직 (파이널 우승이라는) 목표 달성이 이뤄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지난해 여름 자신이 한 결정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삶에서 누구보다 'No.1'이 되고 싶어 하는 선수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논란을 빚을 만한) 결심을 했다. 그 결심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듯보인다"고 설명했다.  

11개월 가까이 거센 비판과 마주했다. 지난해 7월 골든스테이트 이적을 발표한 뒤 "맹목적 반지 추종자(ring chaser)" "배신자(sellout)" 소리를 달고 살았다. 이번 파이널에서 준우승에 그칠 경우 '반(反) 듀란트 여론'이 폭발할 수 있다. 리그 최강 팀으로 이적했음에도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하는 데에 따른 반작용이다. 

커리어 두 번째 서부 우승을 이룬 지난 23일, 듀란트는 "마음 속에 더 큰 목표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해서 행복할 순 없다. 원래 삶이 그런 거 아닌가.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바랐던 일(우승 반지)을 이뤘다 해도 (인생이라는) 레이더 보드에 뜬 작은 반짝임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우승 축포가 터지는 그 순간까지 마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한편으론, 차분한 언론 대응을 통해 자신을 향한 '잠재적 불만' 여론을 누그러뜨리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듀란트의 인터뷰 내용에서 곁가지를 모두 걷어 내면 결국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결과물, '환영 받는 우승 트로피'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