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언니에게 많은 짐을 주는 것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고 내 역할을 잘해내겠다."

청주 KB스타즈는 2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과의 경기에서 64-60으로 승리했다. 

WKBL 챔피언결정전이 연일 혈투로 흥미를 더하고 있다. 1차전에 우리은행이 역전승을 거두며 KB의 청주 홈 경기 전승을 끊었고, 2차전에서는 KB가 반격에 성공했다.

KB로선 2차전에 박지수가 다소 외로울 수 있는 싸움을 펼쳤지만 리그 최고의 선수답게 이겨냈다. 팀이 기록한 64점 중 37점을 책임지며 승리를 따냈다. 다른 선수들이 3차전부터 더 분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KB다. 특히 가드 허예은이 살아난다면 큰 탄력을 얻는다.

지난 시즌 팀 성적 추락 속에 부침을 겪었던 허예은은 이번 시즌 평균 11.2점 4.7리바운드 6.2어시스트를 기록,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다. 단순히 박지수의 복귀 효과만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했다. 

특히 새벽에 나가서 따로 훈련을 할 정도로 슈팅 부분에서 노력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3점 성공률 37.1%로 지난 시즌에 비해 13%가 넘게 향상됐다. 허예은은 시즌 전 "작은 가드가 슛이 없으면 어떻게 리그에서 살아남겠나. 새벽에도 슛을 던지고 있고 끌어올릴 자신도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허예은이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리은행의 질식 수비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신장 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는 선수들이 강하게 압박하니 정규리그보다 공격에서 훨씬 어려움이 많다. 강력한 무기인 박지수와의 2대2 게임 위력도 줄었다.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막히니 KB 공격 또한 정규리그보다 루트가 많이 줄어들었다. 박지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비에 위축된 허예은은 슛 찬스가 생겼음에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련 질문을 받은 허예은은 "정규리그 때는 그래도 팀에서 수비가 약한 편에 속하는 선수들이 나를 막아서 2대2를 자유롭게 했다. 지금은 (박)지현 언니가 나를 막아서 (박)지수 언니와의 2대2도 내가 잘 살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1차전과 2차전 모두 기대치에 비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2차전 후반 활약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3쿼터 팀이 어려운 시점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3점슛을 꽂았고, 4쿼터에는 날카로운 패스로 동료들의 3점슛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막판 결정적인 U-파울을 얻은 뒤 자유투를 모두 성공해 결승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박지수 또한 "승부처에 (허)예은이가 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 U-파울 얻어낸 것이나 속공 3점슛 같은 것에서 활로를 잘 뚫어줬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렇지만 본인의 활약상에 만족하지 못한 허예은은 기자회견에서 계속 박지수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그러면서 3차전은 달라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허예은은 "지수 언니가 잘해줬는데 옆에서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언니에게 많은 짐을 주는 것도 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고 내 역할을 잘해내겠다"는 굳은 다짐을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지수는 "예은이가 부진했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 같은데 1차전 때는 인정이지만 2차전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부담을 많이 줘서 미안하다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팀 운동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부담이 있을 것이다. 위축되지 말고 같이 힘내서 서로가 잘하는 걸 해냈으면 좋겠다"며 동생을 격려했다.

시리즈 스코어가 원점으로 돌아간 만큼 아산에서 열리는 3차전은 챔피언결정전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허예은은 다시 한 번 우리은행의 숨 막히는 수비 앞에 서야 하는 상황. 에이스의 격려를 받은 3차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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