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의 활약이 패배에도 빛났다.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은 26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청주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60-64로 패했다.

챔피언결정전이 열리기 전 KB의 우세를 점치는 시선이 많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예측이었다. 정규리그에서 3패밖에 당하지 않았고, 홈에서는 1번도 지지 않았다. 우리은행과의 상대 전적 또한 KB의 우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은행은 역시 우리은행이었다. 열세라는 평가에도 1차전에 10점 차를 뒤집고 역전승을 따내며 KB의 청주불패를 무너트렸고, 패한 2차전에서도 4쿼터 끌려가던 흐름에서 뒤집기까지 성공하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우리은행의 중심에는 역시 에이스 김단비가 있다. 2차전에서 64점 중 37점을 넣은 KB 박지수의 활약이 워낙 두드러지긴 했지만 김단비 또한 팀 60점 중 25점을 책임지며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득점뿐만 아니라 25점 9리바운드 8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기록을 냈다. 

스페이싱이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우리은행은 2차전에서도 물 흐르듯 이어지는 패스 게임을 바탕으로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3쿼터 들어 외곽 슈팅이 난조를 보이며 공격에서 정체를 겪었다. 

그러자 김단비가 해결사로 나섰다. KB의 빡빡한 수비에 공격 루트가 좁아지자 개인 기량을 활용,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연속 6득점을 적립하며 박지수와 쇼다운을 펼쳤다. 우리은행이 경기 막판 역전까지 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 김단비와 박지수의 득점 쟁탈전은 이날 경기 최고의 백미였다.

김단비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전쟁과 마찬가지다. 공격에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한편 수비에서는 자신보다 15cm 이상 큰 박지수를 박지현과 돌아가며 막고 있다. 

본의 아니게 상대의 신체에 맞아 충격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김단비는 크게 개의치 않고 100%를 쏟아낸다. 2차전에서 박지수를 상대로 3개의 블록슛을 기록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싸움이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청주에서 1승 1패라면 최고는 아니어도 우리은행 입장에서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 됐다.

위성우 감독 또한 "선수들은 발이 안 떨어지는 데도 투혼을 발휘해줬다. 적지에 와서 2승을 하는 건 욕심이고 1승 1패를 안고 홈으로 간다. 힘들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정신만 차려주면 재밌는 경기할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차전 종료 후 김단비는 결정적인 파울을 내줬던 나윤정이 아쉬움과 미안함의 눈물을 보이자 다독이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아산으로 향하는 김단비가 3차전에서는 팀의 승리와 함께 미소를 보일 수 있을까?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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