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루키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트레이드는 NBA를 재밌게 만드는 흥미 요소 중 하나다. 빅딜 하나에 구단의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며 잘못된 선택으로 후퇴하는 구단들도 많다. 그렇다면 2010년 이후 NBA 구단의 미래를 바꾼 트레이드에 대해 짚어보자.

토론토 <=> 샌안토니오(2018)
토론토 Get 카와이 레너드, 대니 그린
샌안토니오 Get 더마 드로잔, 야콥 퍼들, 1라운드 지명권 1장

우승을 위한 1년 렌탈의 트레이드. 많은 구단 수뇌부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며 때로는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리스크를 안고 딜을 진행한 뒤 성공할 때의 열매는 너무나 달콤하다.

팀 던컨 시대 후 샌안토니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카와이 레너드.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부상 회복 과정에서 트러블이 생겼고, 구단과 선수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2017-2018시즌 9경기 출전에 그친 레너드는 결국 샌안토니오를 떠나길 원했다. 리그 최정상급 포워드인 그가 트레이드를 요청하자 시장에는 많은 소문이 퍼졌다. 고향 팀인 레이커스를 비롯해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이 그의 행선지로 거론됐다.

계약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제대로 언해피를 띄운 레너드의 시장 가치는 평소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소문의 소용돌이 속에 레너드는 대니 그린과 함께 토론토로 이적하게 됐고, 더마 드로잔과 야콥 퍼들, 1라운드 지명권이 샌안토니오로 향했다. 퍼스트팀 급 슈퍼스타의 이적 대가로는 토론토의 지명권 지출이 크지 않았다. 

토론토로선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5년 연속 동부 컨퍼런스에서 상위 시드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마사이 유지리 사장으로선 결정을 내려야하는 시점이었다. 결국 한계가 보였던 간판스타 드로잔을 내주면서 1년 렌탈의 가능성이 큰 레너드의 영입을 선택했다.

레너드와 토론토의 1년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우승 청부사로 나선 레너드는 토론토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고, 임무를 완수한 뒤 팀을 떠났다. 동행이 길지는 않았지만 우승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이뤘기에 토론토 팬들은 레너드에게 크게 섭섭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샌안토니오 또한 레너드를 보내면서 씁쓸함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이 떠난 레너드를 내주고 데려온 드로잔과 퍼들은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고, 같이 받아온 픽은 켈든 존슨의 지명으로 이어졌다. 

오클라호마시티 <=> LA 클리퍼스(2019)
오클라호마시티 GET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다닐로 갈리나리, 1라운드 지명권 5장, 1라운드 스왑 권리 2장
LA 클리퍼스 GET 폴 조지

트레이드로 NBA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레너드는 FA 이적 또한 많은 이슈를 낳았다. 우승 청부사로 불린 레너드를 영입하기 위해 레이커스와 클리퍼스가 치열한 경합을 펼쳤는데, 레너드의 선택은 클리퍼스행이었다.

클리퍼스로 향한 레너드가 원한 것은 본인 외의 또다른 스타 영입이었다. 이미 레너드 영입은 우승 도전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던 클리퍼스는 막대한 자산을 투자해 오클라호마시티의 스타 폴 조지를 영입하는데, 유망주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와 더불어 1라운드 픽을 7장이나 쏟아내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레너드-조지 듀오 결성 후 5번째 시즌을 치르는 중인 시점에서 아직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최고의 공수겸장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던 두 선수는 잦은 부상 탓에 파이널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현시점에서 완벽한 승자로 꼽히는 팀은 오클라호마시티다. 러셀 웨스트브룩이 떠나면서 노선 변경이 유력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조지의 반대급부로 전도유망한 영건과 미래를 아름답게 꾸밀 지명권 다발로 리빌딩의 초석을 다졌다. 이 트레이드로 오클라호마시티의 리빌딩 준비는 끝난 셈이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성장을 이어간 길저스-알렉산더는 MVP 경쟁을 펼치는 특급 가드가 됐다. 그를 중심으로 탄탄한 로스터를 구축한 오클라호마시티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리빌딩을 끝내고 이번 시즌부터 서부 컨퍼런스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물론 클리퍼스가 완벽한 패자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레너드와 조지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제임스 하든까지 뭉친 이번 시즌에 정상에 오른다면 마냥 트레이드로 손해만 봤다고 할 수도 없다. 클리퍼스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 우승 한 번이 그만큼 귀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오클라호마시티 <=> 휴스턴(2012)
오클라호마시티 GET 케빈 마틴, 제레미 램, 1라운드 픽 2장, 2라운드 픽 1장 
휴스턴 GET 제임스 하든, 데쿠안 쿡, 라자 헤이워드, 콜 알드리치

시애틀 슈퍼소닉스에서 재창단한 오클라호마시티는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브트룩, 제임스 하든, 서지 이바카 등 젊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쏟아지는 팀이었다. 그 결과 서부 컨퍼런스를 제패하고 NBA 파이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연장 계약 시즌이 다가오면서 샐러리 캡 압박이 커졌고, 모두와 함께 갈 수는 없었다. 결국 하든과 이바카를 두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사치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몸값이 높았던 하든 대신 빅맨 이바카를 선택했다. 그리고 하든을 휴스턴으로 트레이드하며 교통정리에 나선다. 

이후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이 아는 대로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듀란트-웨스트브룩의 뒤를 받치는 벤치 에이스 역할을 하던 하든은 휴스턴에서 에이스 자리를 꿰찼고, 리그 최고의 슈팅 가드로 성장했다. 

하든을 보낸 오클라호마시티는 끝내 듀란트-웨스트브룩 원투펀치 체제에서 파이널을 다시 밟지 못했다. 듀란트가 우승을 위해 골든스테이트로 떠나고, 몇 년 후 웨스트브룩까지 트레이드로 이적하면서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

보스턴 <=> 브루클린(2013)
보스턴 GET 제럴드 월러스, 크리스 험프리스, 키스 보건스, 마션 브룩스, 크리스 조셉, 1라운드 지명권 3장, 픽 스왑 권리 1장
브루클린 GET 케빈 가넷, 폴 피어스, 제이슨 테리, D.J. 화이트

좋은 트레이드 협상 능력은 NBA 단장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질이다. 그중에서도 대니 에인지의 트레이드 협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상’이라는 말이 누구보다 어울리는 단장이다.

케빈 가넷과 폴 피어스, 레이 알렌과 함께 NBA 정상에 올랐던 보스턴.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진행되면서 팀의 노선을 바꿔야 할 시점이 왔다. 그러자 에인지는 망설임 없이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가넷과 피어스, 테리 등을 브루클린에 내주고 1라운드 지명권을 3장이나 받아왔다.

당장 성적을 내는 데 급했던 브루클린은 이름값만은 확실한 베테랑들을 데려왔지만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선택이 됐다. 빌리 킹 단장의 재앙으로도 불리는 이 트레이드는 브루클린의 미래를 날려버렸으며 이름값만 화려한 로스터로 컨퍼런스 파이널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트레이드의 주요 카드였던 피어스는 브루클린에서 한 시즌만 뛰었다.

브루클린이 보스턴에 내준 2016년 픽은 제일런 브라운, 2017년 픽은 제이슨 테이텀 지명으로 연결됐다. 한 마디로 미래의 올-NBA 팀 듀오를 헌납한 셈이 됐다. 보스턴은 브루클린으로부터 얻은 지명권을 활용해 오랜 시간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군림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단장으로선 최고의 트레이드를 한 에인지지만 가넷과 피어스를 내보내면서 많은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보스턴 한 팀에서만 뛰며 우승까지 함께 했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피어스를 말년에 내쳤기 때문이다. 낭만보다 위닝 트레이드를 우선시하는 에인지의 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트레이드였다.

애틀랜타 <=> 댈러스(2018)
애틀랜타 GET 트레이 영, 2019년 1라운드 픽
댈러스 GET 루카 돈치치

NBA의 대표 영건 주자이자 댈러스의 얼굴인 루카 돈치치가 동부 컨퍼런스에서 데뷔할 뻔했다? 그를 NBA 드래프트에서 처음 지명했던 팀은 댈러스가 아닌 애틀랜타였다.

많은 거래가 오가는 드래프트 당일에 댈러스는 5순위로 뽑은 트레이 영과 1라운드 픽 1장을 주고 3순위 돈치치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훗날 두 구단을 대표하게 되는 슈퍼스타들의 이동이었다.

댈러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데뷔 시즌부터 신인왕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돈치치는 2년 차 이후로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올-NBA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지난 시즌에 카이리 어빙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긴 했지만 댈러스의 중심은 여전히 돈치치다.

돈치치에게 부족한 것은 팀으로서 이룬 성적이다. 소년 가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개인 성적을 내고 있는 돈치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컨퍼런스 파이널에 한 번 오른 것이 최대 성과다. 지난 시즌에는 어빙 영입에도 플레이-인 토너먼트에도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돈치치가 덕 노비츠키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우승 타이틀이 필요하다.

애틀랜타로 향한 영 또한 올스타 가드로 성장하며 돈치치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3년 차 시즌에는 팀의 돌풍을 이끌며 돈치치보다 먼저 컨퍼런스 파이널 티켓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전 감독들과의 잦은 불화나 애틀랜타 라커룸에서 끝없이 나왔던 잡음들은 아쉬운 요소다. 최근 들어 애틀랜타의 기대 이하 성적이 계속 이어지며 영의 트레이드 소문도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애틀랜타가 댈러스로부터 받아온 2019년 1라운드 픽은 캠 레디쉬가 됐다. 레디쉬의 경우 애틀랜타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일찍 팀을 떠났다. 양 팀 모두 팀의 에이스를 얻은 것은 맞지만 리그 내에서 돈치치와 영의 평가나 입지 차이를 고려하면 댈러스 쪽으로 어느 정도 무게가 기우는 트레이드라고 볼 수도 있다.

레이커스 <=> 뉴올리언스(2019)
레이커스 GET 앤써니 데이비스
뉴올리언스 GET 론조 볼,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 1라운드 픽 3장, 스왑 권리 2장 

야심차게 르브론 제임스를 영입한 2018-2019시즌, 레이커스는 기대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2019-2020시즌은 중요했다.

그들의 비시즌 최우선 타겟은 앤써니 데이비스였다. 이미 데이비스는 뉴올리언스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레이커스와는 템퍼링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소문이 돌았다. 레이커스 외에도 보스턴, 뉴욕 등이 데이비스의 영입 후보로 거론됐다. 

르브론과 합을 맞출 특급 스타에 목말랐던 레이커스는 1라운드 픽 3장에 스왑 권리 2장, 그리고 팀 내 핵심 유망주인 론조 볼과 브랜든 잉그램, 조쉬 하트를 내줬다. 코비 브라이언트 시대 후 다시 우승 트로피를 LA로 가져오기 위한 빅딜이었다. 

이적 과정이 찝찝했지만 데이비스의 기량은 역시 대단했다. ‘다치지만 않으면 리그 최고 센터 중 한 명’라는 말을 증명하며 이적 첫해부터 공수 겸장 센터의 면모를 보였다. 인사이드에서 데이비스가 버틴 레이커스는 리그 최고의 수비팀이 됐다. 

이전 시즌에 카와이 레너드가 우승 청부사가 됐다면 2019-2020시즌은 데이비스였다. 올랜도 버블에서 모든 팀이 모여 경기를 치르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막강한 전력을 유지한 레이커스는 마이애미를 꺾고 10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데이비스의 영입은 17번째 우승을 위한 위대한 선택이 됐다.

데이비스의 반대급부로 뉴올리언스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들의 이후 행보는? 포워드 잉그램은 새로운 팀의 간판스타가 됐고, 볼과 하트는 다른 팀으로 이적한 상태다. 그래도 잉그램이라는 한 축과 함께 경쟁력 있는 로스터를 구축한 뉴올리언스는 이번 시즌 서부 컨퍼런스의 다크호스로 불린다.

브루클린 <=> 휴스턴 <=> 인디애나 <=> 클리블랜드(2021) 
브루클린 GET 제임스 하든
휴스턴 GET 빅터 올라디포, 단테 액섬, 로디언스 크루츠, 1라운드픽 4장, 지명권 스왑 권리 4장
클리블랜드 GET 재럿 알렌, 터린 프린스
인디애나 GET 카리스 르버트 

커리어에서 4번의 트레이드를 경험한 하든은 이 코너에서 유일하게 두 번 언급되는 선수다. 휴스턴에서 정점을 찍었던 하든이지만 우승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는데, 2019-2020시즌이 끝나고 휴스턴 주축들이 흩어지는 과정에서 하든 또한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다른 선수들이 팀을 떠나도 본인의 트레이드는 큰 진전이 없자 하든은 태업 논란까지 일으키며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그를 품은 팀은 화끈함의 대명사 브루클린이었다. 

최고 가드 중 한 명이었던 하든을 데려가기 위한 대가는 컸다. 브루클린은 하든을 영입하기 위해 무려 1라운드 픽 4장과 스왑 권리 4장, 그리고 핵심 유망주인 재럿 알렌과 카리스 르버트를 내줬다. 사실상 올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케빈 듀란트와 카이리 어빙을 2019년 여름에 동시 영입한 브루클린은 하든까지 데려가며 역대급 빅3를 구축했다. 공격 화력만큼은 어떤 트리오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 

우승을 하느냐보다 몇 번을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던 세 명의 만남은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각종 악재와 잡음이 끊이지 않으며 빅3가 브루클린 유니폼을 입고 같이 뛴 경기는 16번에 불과했고, 기대했던 우승은 없었다. 

답답함을 느낀 하든이 먼저 떠났고, 이듬해에 어빙과 듀란트도 트레이드됐다. 브루클린 입장에선 빅3를 데려와 시끌벅적하기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얻은 수확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거의 휴스턴에 구단 미래를 담보 잡힌 상황에서 듀란트를 피닉스에 내주면서 가져온 미래 자산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든을 내보낸 휴스턴은 세 시즌 동안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권을 형성하며 짙은 암흑기를 겪었다. 이번 시즌에는 이메 우도카 감독 부임과 함께 베테랑들을 로스터에 추가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는 않은 형국. 그래도 브루클린으로부터 받아온 지명권이 아직 남아있다.

4각 트레이드의 최대 수혜자는 뜻밖에도 클리블랜드였다. 재럿 알렌을 받아온 클리블랜드는 뒷날 알렌과 에반 모블리로 이어지는 트윈타워를 구축, 탄탄한 수비력을 갖췄다. 알렌은 팀의 골밑을 든든히 지키는 센터로 발돋움했으며 클리블랜드는 알렌과 함께 동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변신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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