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가 어느덧 종료를 앞두고 있다. 6강 진출 팀이 확정된 가운데, 중상위권 싸움은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봄 농구 우승 경쟁 구도를 살펴보도록 하자.(모든 기록은 3월 24일 기준)

*본 기사는 루키 3월호에 실린 기사를 수정 및 각색했습니다,
 

싱겁게 끝난 6강 경쟁

매년 6라운드까지 변수가 남아 있었던 6강 경쟁이 올 시즌은 5라운드 중반부터 이미 마무리 단계로 갔다.

6위에 올라 있었던 현대모비스가 가스공사와의 격차를 일찌감치 벌려뒀고, 이로 인해 6라운드 중반 일찌감치 6강 팀이 확정됐다. 

6강에 나서지 못한 4개 팀의 경우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가스공사의 경우 시즌 초반 스타트가 너무 좋지 않았다. 개막 12경기에서 단 1승 12패만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이후 15경기에서 9승 6패를 기록하며 무서운 팀으로 탈바꿈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에는 상위 팀들의 페이스도 만만치 않았다. 5-6라운드에는 앤드류 니콜슨, 샘조세프 벨란겔, 김낙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잇달아 이탈한 것이 뼈아팠다.

소노는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부상 이슈와 외국선수 교체로 인한 전력 불안정성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개막 5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쳤고 이후 외국선수 재로드 존스는 제몫을 못하고 교체됐다. 전성현(허리), 이정현(어깨)이 부상으로 잇따라 자리를 비우면서, 객관적 전력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 전성현이 FIBA 휴식기 이후 복귀했고 이정현은 MVP급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당연히 있었다.

정관장은 이번 시즌이 가장 아쉬운 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개막 13경기에서 9승 4패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시즌 초반 리그 선두를 달렸었기 때문이다. 대릴 먼로-듀반 맥스웰로 이어지는 외국선수진과 국내선수진의 안정적인 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농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1옵션 외국선수 오마리 스펠맨의 복귀를 전후로 팀 케미스트리가 크게 무너지고, 이후 먼로와 국내선수진이 잇따라 부상에 노출되면서 시즌 운영이 크게 흔들렸다. 배병준, 정효근, 김경원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것이 뼈아팠다. 결국 정관장은 이후 15경기에서 7연패만 두 차례를 당하며 1승 14패에 그쳤고, FIBA 휴식기 전에는 8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삼성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며 올 시즌도 하위권에 머물고 말았다. 김효범 감독대행 부임 이후 체질 개선을 이뤄내면서 FIBA 휴식기 전 6경기에서 4승 2패를 기록했다. 휴식기 이후에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해냈지만, 시즌 초반에 너무 많이 쌓아둔 패가 아쉽기만 하다.

 

LG와 KT의 엇갈린 운명, 굳어진 4-5-6위

6강 경쟁이 다소 싱겁게 끝난 것과 달리, 중상위권의 순위 경쟁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다. KT-LG-SK-KCC가 크지 않은 격차로 순위 싸움을 이어갔으나, 결국 승자는 LG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FIBA 휴식기 이후 아셈 마레이 복귀 효과와 특유의 탄탄한 수비력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LG는 3월 24일 기준으로 9연승을 질주 중이다. KT가 부진의 늪에 빠진 사이 LG는 2위를 탈환했고, 정규리그 종료를 3경기 남긴 현재 KT와의 격차를 2경기까지 벌렸다. KT 상대 상대전적 우위(4승 2패)도 가져가고 있어 현재로서는 2위 확보가 유력하다.

FIBA 휴식기 직전까지 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탔던 KT는 휴식기 이후 거짓말처럼 경기력이 무너졌다. 허훈이 복귀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패리스 배스와 국내선수들의 호흡도 무너졌다. 자력으로 2위를 탈환하려면 잔여 경기에서 LG가 전패하고 자신들은 전승을 거두는 기적이 필요한데, 확률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의 수다.

SK는 FIBA 휴식기 후 안영준(내측측부인대)와 김선형(발목 인대)가 잇따라 돌아왔지만, 부상 이슈가 이어지며 2위 싸움에 합류하지 못했다. 오재현, 최부경, 송창용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주축 선수 복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KCC와 현대모비스는 5-6위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정규리그 막판 4위 자리까지 노렸던 KCC는 22일 LG전에서 패하면서 SK와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현대모비스 역시 7경기에서 1승 6패의 부진에 빠지면서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설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누가 왕이 될 상인가

정규리그 이후 지켜봐야 할 것은 결국 플레이오프의 우승 경쟁이다. 현재로서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DB를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을 수도 있겠지만, DB가 압도적인 우승후보냐면 또 그렇지 않다.

KT, LG, SK 등 다른 강호들의 실질적인 전력이 DB에 크게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DB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DB의 경우 디드릭 로슨이 시즌 중반 이후 상대의 집중 견제로 파괴력이 떨어졌던 일이 플레이오프에서도 반복될 경우 고민이 커질 수 있다. 제프 위디, 유현준 카드로 위기를 타개했으나, 이 방법이 플레이오프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 단기전에서는 DB 특유의 스피드 게임이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세트 오펜스에서 상대의 준비된 수비를 어떻게 무너뜨리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다.

KT-LG-SK 역시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중요하긴 매한가지다. SK의 경우 이미 팀의 우승과 준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는 전희철 감독의 단기전 역량에 기대를 걸 만하다. 정규리그에서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오세근과 김선형이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지켜볼 대목. LG는 조상현 감독 특유의 꼼꼼한 경기 준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첫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는 송영진 감독의 단기전 대처 능력이 중요하다.

KCC는 단기전에서 슈퍼스타들의 힘이 발휘될지가 관건이다. 최준용, 송교창, 허웅은 어쨌든 이름값이 묵직한 스타 플레이어이고, 이들이 상대의 준비된 전략을 깨부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시즌 막바지에 얼리 오펜스로 해법을 찾았으나 최준용과 송교창이 돌아올 경우 좋았던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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