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슈퍼소닉스에서 재창단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1차 황금세대를 만든 선수들은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 서지 이바카 등이었다. 하지만 넘치는 재능에도 그들은 꼭대기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이제 두 번째 황금세대의 물결이 불어오는 순간. 과연 첫 번째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에 도달할 수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첫 번째 황금세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2008년 시애틀 슈퍼소닉스와 시애틀 스톰을 오클라호마시티의 투자자 그룹 LLC가 3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시애틀의 선수단을 이어받았지만 구단 역사는 승계하지 않아 새롭게 히스토리가 열린 것이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는 당장 우승에 도전하기 보다는 새롭게 팀을 꾸려가는 과정에 있었다. 시애틀 역사에서 이미 2007년 드래프트에서 특급 유망주 케빈 듀란트를 지명했고, 구단 인수 후 진행한 첫 드래프트에서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서지 이바카를 뽑았다. 그리고 2009년 드래프트에서 제임스 하든이 합류했다.

창단 첫 시즌은 23승에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바로 도약에 성공했다. 득점 기계 케빈 듀란트는 3년 차 시즌부터 어린 나이에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듀란트와 웨스트브룩, 제프 그린, 티모 세폴로샤까지 4명이 주전으로 82경기를 모두 뛴 오클라호마시티는 50승을 거두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오프 나들이에 다녀온 오클라호마시티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졌다. 2010-2011시즌에는 더 많은 정규시즌 승수와 함께 플레이오프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고,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다만 덕 노비츠키의 댈러스에 막혀 파이널 진출은 좌절됐다.

그럼에도 듀란트에 이어 웨스트브룩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한 오클라호마시티의 미래는 창창한 것처럼 보였다. 외부 영입이 아닌 자체 드래프트 영건들 위주로 이러한 성적을 내는 것 또한 리그에서 흔치 않은 일이었다.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나서기 시작한지 3년 만에 파이널 티켓을 따냈다. 단축 시즌 속에 7할이 넘는 승률을 자랑한 오클라호마시티는 2011-2012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댈러스와 레이커스, 샌안토니오로 이어지는 만만치 않은 일정을 뚫어내며 파이널에 올랐다. 

파이널 상대는 르브론 제임스-드웨인 웨이드-크리스 보쉬 빅3가 이끄는 마이애미 히트였다. 경험상으로나 여러 면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래도 마이애미가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체력을 많이 쏟았다는 점은 해볼 만한 요소였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시티의 창단 첫 파이널 진출은 우승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시리즈 첫 경기를 잡았지만 이어진 4경기를 내리 내주며 1승 4패로 패배를 떠안고 말았다. 제임스 하든의 르브론 제임스 전담 수비 특명 또한 무리수로 작용했다.

하든이 떠난 후 

어쩌면 2012 파이널이 오클라호마시티 황금세대 1기 전력의 최정점이었을지도 모른다. 파이널이 끝난 후 선수단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식스맨상을 수상했던 벤치 에이스 제임스 하든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샐러리 캡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수들의 연장 계약으로 압박이 있었고, 빅맨 이바카와 스코어러 하든을 두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고민 끝에 썬더의 선택은 포지션 밸런스를 고려해 이바카였다. 이렇게 훗날 명예의 전당 등극을 예약한 세 선수(듀란트-하든-웨스트브룩)가 함께하는 시간은 마무리됐다.

물론 하든이 떠난 뒤에도 오클라호마시티는 강했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로 불린 서부 컨퍼런스 전장에서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2012-2013시즌 60승, 2013-2014시즌 59승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파이널 복귀를 노렸던 2014년 플레이오프는 샌안토니오와 컨퍼런스 파이널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1라운드부터 고전한 탓에 이미 체력을 많이 소모했고, 인사이드의 핵심 서지 이바카가 다친 여파가 컸다. 결국 2번째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하든과의 결별 후에는 2015-2016시즌이 가장 우승과 가까웠다. 오클라호마시티 팬들에겐 통한의 시간으로 남을 시즌이다. 이전 시즌 듀란트의 부상 이탈 악재 속에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빠르게 전력을 정비했고, 다시 한 번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컨퍼런스 파이널 상대는 정규시즌에 73승을 수확하며 신기록을 쓴 골든스테이트였다. 하지만 시리즈 주도권은 오클라호마시티가 잡았다. 1승 1패 상황에서 3~4차전을 모두 20점 차 대승으로 장식했다. 파이널 진출이 눈앞까지 온 듯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시티는 이후 거짓말처럼 이어진 3경기를 내리 내줬다. 5차전을 내줬음에도 홈에서 열리는 6차전만큼은 오클라호마시티의 우세를 예상하는 팀들이 많았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지치기 시작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많은 걸 쏟았음에도 홈에서 시리즈를 끝내지 못했고, 골든스테이트가 ‘Game 6’의 클레이 탐슨을 앞세워 스코어 균형을 맞췄다. 이미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에서 펼쳐진 7차전도 골든스테이트의 승리였다.

듀란트가 떠난 후 

아쉬움 속에 끝난 2016년 플레이오프.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 팬들이 더 충격 받을 일은 뒤에 일어났다. FA로 시장에 나온 듀란트의 이적이었다.

당초 듀란트를 향해서는 잔류에 관한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그는 썬더를 무너트렸던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하기로 결정했고, 썬더와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역대 NBA에서 가장 쇼킹한 이적 중 하나였다.

듀란트-하든-웨스트브룩 중 남은 선수는 웨스트브룩뿐이었다. 웨스트브룩이 2016-2017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이라는 압도적인 스탯 라인과 함께 생애 첫 MVP를 따냈지만 객관적으로 약해진 전력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017 플레이오프에서 1라운드를 넘지 못했다.

그러자 썬더 프런트에서 웨스트브룩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인디애나의 올스타 포워드 폴 조지가 팀에 합류했고, 카멜로 앤써니까지 영입하며 다시 오클라호마시티에 많은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노장 앤써니와의 만남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수비 문제는 여전히 크게 부각됐고, 전성기에서 내려오면서 공격 효율도 크게 떨어졌다. 결국 한 시즌 만에 앤써니와 오클라호마시티의 동행은 마무리됐다.

오클라호마시티로 둥지로 옮긴 뒤 조지는 한때 MVP 후보까지 거론될 정도로 커리어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끝내 플레이오프에서는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웨스트브룩-조지 듀오는 2019년 플레이오프에서 데미안 릴라드에게 로고샷 버저비터를 얻어맞은 뒤 종말을 고했다.

2019년 여름, 조지는 오클라호마와의 2년 동행을 끝내고 클리퍼스로 이적했다. ‘거상’ 샘 프레스티는 조지를 내주는 대가로 유망주 샤이 길저스-알렉산더, 다닐로 갈리나리와 1라운드 7장을 받아냈다. 

조지의 행보는 썬더 창단 후 최고의 스타인 웨스트브룩의 거취에도 영향을 끼쳤다. 결국 웨스트브룩이 크리스 폴과의 트레이드로 휴스턴으로 이적하며 오클라호마시티는 황금세대 1기와 작별했다.

짧고 굵었던 리빌딩

조지와 웨스트브룩을 떠나보낸 뒤 오클라호마시티는 갑작스럽게 내려앉지 않았다. 크리스 폴과 데니스 슈로더, 다닐로 갈리나리, 스티븐 아담스 등을 중심으로 로스터를 구성해 6할 이상의 성적을 내며 2020년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그 멤버가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는 애초에 많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한 시즌 동안 제대로 쇼케이스를 펼친 멤버들을 트레이드하며 본격적으로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자산은 충분했다. 이미 팀 내 최다 득점자로 떠오른 유망주 길저스-알렉산더와 더불어 놀라운 수비력을 어필한 언드래프티 신화 루겐츠 도트를 남기고 이전 시즌의 주역들이 대부분 팀을 떠났다. 직접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1라운드 픽이 오클라호마시티의 손으로 들어왔다.

단, 모든 구단이 그렇듯 역시 리빌딩은 달콤하지 않았다. NBA 구단 중에서는 가장 스몰마켓 축에 속했지만 홈 팬들의 열기만큼은 쉽게 밀리지 않았던 오클라호마시티. 하지만 스타가 떠나고 성적이 떨어지면서 뜨거웠던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11년 동안 10번 플레이오프에 나갔던 팀이 하루아침에 순위표 뒤로 처졌다. 이길 가능성이 있더라도 일부러 진다는 고의 패배 의혹이 쏟아질 정도로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고의 탱킹이라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방향성 없이 기약 없는 리빌딩의 시간을 보내는 팀도 있는가 하면, 오클라호마시티가 리그 밑바닥에 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임팩트가 컸을 뿐이다. 

리빌딩 3년 차인 지난 시즌, 플레이-인 토너먼트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고 9~10위 간 맞대결에서 뉴올리언스를 꺾는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미네소타에 패하며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했지만 오클라호마시티의 힘이 이전만큼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시즌이었다.

폴 조지가 남긴 유산 샤이 길저스-알렉산더는 퍼스트 팀에 선정될 정도로 팀을 대표하는 가드가 됐다. 여기에 유망주 수집을 통해 쳇 홈그렌, 제일런 윌리엄스, 조쉬 기디, 루겐츠 도트, 케이슨 월러스 등의 유망주를 확보했다. 옥석 가리기에서 밀리며 팀을 떠난 젊은 선수도 적지 않았다.

2023-2024시즌은 완벽한 도약의 해가 되고 있다. 시즌 초, 오클라호마시티를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로 지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프런트가 뚜렷한 전력 보강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팀에는 경험을 보태줄 베테랑 카드가 부족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개막전에서 시카고를 완파한 오클라호마시티는 시즌 초반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돌풍 정도가 아니었고,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 경쟁을 펼친 끝에 37승 17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길저스-알렉산더는 지난 시즌의 활약이 본인의 실력임을 코트에서 입증하고 있다. 윌리엄스는 2년 차 만에 팀의 2옵션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고, 1년을 부상으로 쉰 홈그렌은 신인왕 경쟁을 펼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마크 데이그놀트 감독의 능력도 점점 인정받고 있다. 그는 2020년 부임 이후 팀의 리빌딩을 함께하며 쓴맛을 같이 맛봤던 인물. 르브론 제임스보다 어린 젊은 지도자지만 20대 후반부터 차근차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팀에 녹여내고 있다. 

혹자는 오클라호마시티의 현재 멤버가 황금세대 1기가 이루지 못했던 영광을 이룰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정도로 기대되는 젊은 재능 덩어리 집단이 된 오클라호마시티. 그들이 과연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파이널 우승을 안길 수 있을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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