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너무 화가 났죠."

원주 DB 프로미는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수원 KT 소닉붐과의 경기에서 107-103으로 승리했다. 

DB가 마침내 정규리그 우승 경쟁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우승으로 DB는 5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또한 창단 2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 압도적인 정규리그를 보냈다.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이번 시즌 DB가 남긴 임팩트는 컸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김주성 감독은 팀의 터닝 포인트나 고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정규리그 일정이 아닌 지난해 10월 군산 컵대회를 뽑았다.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에 감독대행을 맡은 김주성 감독은 비시즌에 정식 감독 계약을 맺고 의욕적으로 팀 구성에 나섰다. 전지훈련에서는 선수들의 동작 하나, 하나 세심하게 짚어가며 전력을 다졌다. 

비시즌 전망에서 강팀들이 유독 많이 나온 이번 시즌. DB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전력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은 아니었다. 부상이나 여러 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 다크호스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군산에서 열린 컵대회에서 김주성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기대가 무너졌다. 상무와의 첫 경기에서 96점을 내준 끝에 승리했던 DB는 이어진 경기에서 KT에 패하며 예선 탈락했다. 당시 허훈 합류 전인 KT는 하윤기와 문성곤도 빠진 상황이었다.

김주성 감독은 당시를 돌아보며 선수들에게나, 본인에게나 화가 많이 났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정규리그 개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상황. DB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약점 메우기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컵대회가 우리에겐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컵대회 다녀오면서 너무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고 돌아오면서 화도 많이 났다. 다음날 비디오 미팅 5번씩 하고 하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겠다고 했던 것이 우리에겐 터닝 포인트였다"고 돌아봤다.

주장 강상재 또한 "KT에 컵대회에서 지고 비디오 미팅도 많이 했고 쉴 수 있는 기간이 있음에도 선수들이 휴가를 반납했고, 훈련 강도를 높였음에도 잘 따라와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안 좋게 하시려고 했던 건 아니고 잘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있으셔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서 나를 비롯해서 고참 형들이 분위기 밝게, 훈련이든 외적이든 잘 이끌었던 것 같다"며 사령탑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결과 휴가도 반납하고 비디오 미팅만 4시간씩 가지면서 지옥훈련을 거친 DB는 컵대회 실패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다. 개막전에서 소노를 완파한 뒤 LG, KCC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꺾으며 개막 7연승을 질주했다.

컵대회 때의 아쉬웠던 경기력은 불과 10일 사이에 없어졌다. 김주성 감독의 뚝심과 잘 따라준 선수들의 의지가 만든 반등이었다. 보상으로 DB는 정규리그 내내 선두 자리를 지키며 정상에 등극했다.

사진 =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