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엠비드의 백투백 MVP 도전이 안타깝게 부상으로 좌절됐다. 2년 연속 MVP는 긴 NBA 역사에서 13명의 선수만 차지했던 영광. 그들의 면면에 대해서 알아보자. 

*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고대 괴수들의 MVP 쓰리핏
빌 러셀(1961-1962-1963)
윌트 체임벌린(1966-1967-1968)
카림 압둘자바(1971-1972, 1976-1977)

러셀과 체임벌린은 NBA 고대 괴수 중에서도 후대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두 명이다. 1960년대 가장 치열하게 맞붙었던 라이벌이기도 하다. 개인 기록 면에서는 체임벌린이 러셀을 앞서지만 반지 수에서 큰 차이가 난다. 보스턴 셀틱스 최고 영광의 시기를 이끈 러셀은 커리어를 통틀어 무려 11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체임벌린은 좀처럼 범접하기 힘든 한 경기 100점을 달성한 괴물 센터. 그런 체임벌린이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한 시즌은 1961-1962시즌의 50.4점이다.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향후 깨질 일이 없는 기록.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체임벌린은 평균 50점을 넘기고도 정규시즌 MVP를 받지 못했다.

해당 시즌 MVP는 러셀의 차지였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구조가 아닌 선수들의 투표에 의해 MVP가 선정되는 방식이었는데 러셀은 평균 18.9점 23.6리바운드의 기록으로 50.4점 25.7리바운드의 체임벌린을 제치고 MVP를 거머쥐었다. 물론 당시 정규시즌에 보스턴이 60승을 기록, 49승의 필라델피아보다 앞서는 시즌을 보내기는 했었다. 

여세를 몰아 러셀은 이어진 두 시즌도 MVP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최초의 MVP 리핏, 쓰리핏 수상자가 탄생하는 순간. 러셀이 MVP 쓰리핏을 기록한 세 시즌은 보스턴이 전무후무한 8년 연속 파이널 우승을 달성하는 기간 안에 있었다.

라이벌에 파이널 우승 횟수와 MVP 수상 횟수에서 모두 밀리던 체임벌린은 1965-1966시즌 생애 처음으로 MVP의 자리에 올랐다. 이어진 1966-1967시즌에는 백투백 MVP와 함께 커리어 첫 번째 파이널 우승으로 보스턴의 연속 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고, 이듬해에는 3년 연속 MVP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빌 러셀과 윌트 체임벌린의 시대가 저무는 시기에 백투백 MVP의 영광을 안은 선수는 카림 압둘자바였다. 1969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밀워키에 입단한 압둘자바는 2년 차인 1970-1971시즌에 MVP에 등극했는데,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밀워키는 창단 후 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루 앨신더에서 이름을 개명한 뒤에도 날아다닌 압둘자바는 1971-1972시즌 평균 34.8점을 쏟아내며 백투백 MVP를 달성했다. 이후 오스카 로버트슨이 은퇴한 뒤 압둘자바는 트레이드를 요청해 레이커스로 향했다. 

팀을 옮겨서도 압둘자바는 대단한 선수였다. 레이커스 입단 후 2년 연속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이로써 압둘자바는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MVP 수상을 2번이나 기록한 선수가 됐는데, 르브론 제임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러한 업적을 이뤄내지 못했다. MVP 리핏 2회는 압둘자바와 르브론만 가지고 있는 위업이다. 

버드-매직과 농구 황제 조던
모제스 말론(1982-1983)
래리 버드(1984-1985-1986)
매직 존슨(1989-1990)
마이클 조던(1991-1992)

압둘자바 다음으로 백투백 MVP를 거머쥔 선수는 모제스 말론이다. AB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말론은 ABA의 파산 이후 NBA로 건너왔고, 버팔로 브레이브스(現 LA 클리퍼스)에서 잠시 뛴 뒤 트레이드로 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에는 쉽게 도달하지 못했던 말론은 1982년 NBA 커리어 2번째 MVP를 차지한 뒤 필라델피아로 전격 이적했다. 줄리어스 어빙과 합을 맞춘 말론은 65승 17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필라델피아를 동부 1위에 올려놨고, 2년 연속 MVP를 차지한다. 그러면서 말론은 백투백 MVP를 차지한 13명 중 유일하게 서로 다른 두 팀에서 연속 MVP를 받은 선수가 됐다. 

1980년대 NBA의 인기 부흥을 이끌었던 래리 버드와 매직 존슨도 백투백 MVP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앞서 말론의 필라델피아도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1980년대는 버드의 보스턴과 매직의 레이커스 간 맞대결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시대.

버드는 러셀-체임벌린에 이어 MVP 쓰리핏을 달성한 선수다. 버드가 3년 연속 MVP를 받은 뒤 NBA에서는 아직 MVP 쓰리핏을 거머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1983-1984시즌 첫 MVP를 거머쥔 버드는 파이널에서 매직의 레이커스를 누르며 파이널 MVP까지 석권했다. 이어진 시즌에는 커리어-하이의 성적을 내며 MVP 타이틀을 사수했고, 1985-1986시즌에는 보스턴이 67승을 수확하는 데 결정적인 힘을 보태며 MVP 쓰리핏이라는 영예를 품었다. 

버드의 라이벌이었던 매직은 버드보다는 뒤늦게 MVP 트로피를 수집하기 시작한 케이스다. 쇼타임 레이커스의 주역이었지만 정규시즌 MVP와는 연이 쉽게 닿지 않았던 매직.

그의 첫 정규시즌 MVP 수상은 1986-1987시즌에야 이뤄졌다. 이후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매직은 1988-1989시즌과 1989-1990시즌에 연달아 MVP 수상에 성공, 백투백 MVP 대열에 합류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기록의 현장에 빠질 수 없다. 5번의 정규시즌 MVP를 받은 조던 또한 당연하게도(?)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경험이 있다. 바로 1991년과 1992년. 이는 시카고의 첫 쓰리핏 구간이기도 하다.

이미 1988년에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던 조던은 1990-1991시즌 평균 31.5점 야투율 53.9%를 기록하며 커리어 두 번째 MVP에 올랐다. 기세를 탄 조던은 LA 레이커스를 꺾고 그토록 염원했던 NBA 정상에 등극했다. 다음 시즌에도 평균 30점을 돌파한 조던이었고, 팀도 67승을 기록하며 무난하게 2년 연속 MVP에 선정된다. 

1992-1993시즌에도 조던은 평균 32.6점 6.7리바운드의 대단한 성적을 냈지만 피닉스의 찰스 바클리에 밀려 3년 연속 MVP 수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화풀이하듯 조던은 피닉스와의 파이널 시리즈에서 바클리의 피닉스를 무너트리고 또다시 MVP 챔피언에 등극한다. 

던컨, 르브론, 커리... 그리고 유럽파
팀 던컨(2002-2003)
스티브 내쉬(2005-2006)
르브론 제임스(2009-2010, 2012-2013)
스테픈 커리(2015-2016)
야니스 아데토쿤보(2019-2020)
니콜라 요키치(2021-2022)

조던 이후 백투백 MVP를 받은 선수는 2000년대 초중반의 팀 던컨과 스티브 내쉬다. 그렉 포포비치와 함께 샌안토니오 왕조 건설을 이끈 던컨은 ‘미스터 기본기’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히 상대를 제압했던 빅맨.

팀 던컨의 입단은 곧 샌안토니오의 황금기가 열렸음을 의미했다. 커리어 동안 5번의 파이널 우승과 10번의 올-NBA 퍼스트 팀 수상 이력을 쌓은 던컨은 20대 중반이었던 2002년과 2003년, 백투백 MVP를 수상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2003년에는 팀 내 독보적인 에이스로 활약하며 파이널 MVP까지 차지, 완벽한 해를 보냈다.

스티브 내쉬는 피닉스 런앤건 농구의 주역이었다. 커리어에서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케이스의 내쉬는 2004-2005시즌과 2005-2006시즌에 걸쳐 2년 연속 백투백 MVP에 선정됐다. 빠른 템포의 공격 농구를 추구하는 피닉스에서 야전사령관 내쉬는 없어서는 안 될 중심이었다.  

불운하게도 내쉬는 이 글에서 다룰 13명의 백투백 MVP 중 유일하게 파이널 우승이 없는 선수다. 백투백 MVP를 보유한 피닉스는 정규시즌에서 상당한 저력을 과시했지만 우승과 연이 없었고, 내쉬는 끝내 파이널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커리어를 마감했다. 말년에 선택한 레이커스 이적도 그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지 못했다.

괴물 재능으로 꼽히며 드래프트 전부터 압도적인 관심을 받았던 르브론 제임스는 기대에 부응하며 ‘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년이 넘도록 팀의 주축 선수로 NBA 무대에서 장수하고 있다.

NBA 역대 통산 득점 1위인 르브론은 수상 이력도 당연히 화려하다. 커리어를 통틀어 총 4번의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는데, 클리블랜드 1기 시절과 마이애미 시절에 각각 2번씩 MVP로 뽑혔다. 워낙 압도적인 기량을 보유한 탓에 남들보다 기준치가 높아져 투표에서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르브론이 뿜는 포스는 상당했다. 

르브론 이후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스테픈 커리는 잦은 부상으로 커리어 초반은 순탄치 못했지만 결국 정상까지 오른 케이스다. NBA 역대 최고의 슈터로 평가받는 그는 3점슛 중심의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든스테이트의 황금기 역사를 제대로 쓰기 시작한 2014-2015시즌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고, 정규시즌 최다승인 73승을 달성한 2015-2016시즌에는 만장일치로 MVP에 오르며 백투백 MVP가 됐다. 이후 르브론과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한 커리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의 NBA는 유럽 선수들의 입지가 넓어진 것을 반영하듯 2명의 유럽인 백투백 MVP를 배출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니콜라 요키치가 주인공. ‘그리스 괴인’이라는 별명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아데토쿤보는 213cm의 신장에 압도적인 운동 능력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선수다. 

역대 최초의 2라운더 MVP인 요키치는 ‘포인트 센터’라는 개념을 다시 쓴 빅맨이다. 센터라고는 믿기 힘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NBA를 지배한 그는 덴버 프랜차이즈 사상 첫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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