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고양, 박진호 기자] 거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체공력을 자랑하는 마이클 크레익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선수다. 

그러나 크레익은 삼성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볼을 오래 끌며 팀의 경기 흐름을 망쳤다. 시즌 초반만 해도 복덩이였던 크레익이 어느 순간 계륵이 됐다.

크레익의 자기 중심적인 플레이는 시즌 중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잦은 턴오버를 범하며 자칫했으면 팀 탈락의 주범이 될 뻔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를 거듭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팀이 2연승 뒤 2연패를 당하며 절체절명의 승부를 펼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서울 삼성 썬더스는 19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를 91–84로 이기고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따냈다. 

플레이오프 전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 중인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전반에 이미 더블-더블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2번 옵션으로 사실 상 ‘두 쿼터만 뛰는 남자’ 크레익도 제 몫을 다했다.

오리온의 에이스 애런 헤인즈를 막으며 수비에서 고전한 크레익은 공격에서 욕심을 자제하고 팀원들을 살피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였다. 22분 36분을 뛰며 11점 8리바운드와 함께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점 야투 적중률이 다소 아쉬웠지만 고비 때마다 제 역할을 해주며 삼성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3쿼터 중반 공격 시간이 다 된 상황에 쫓겨서 던진 3점슛을 성공하며 점수차를 10점차 이상으로 벌렸다. 수비 리바운드에서 한 번에 속공으로 연결한 패스를 통해 라틀리프의 득점을 도운 장면도 3쿼터에 삼성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

오리온이 5점차로 따라붙은 3쿼터 마지막 공격 때는 하프라인을 넘자마자 던진 버저비터를 성공하며 67-59를 만들었다.

삼성은 4쿼터 초반, 오리온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했고 한때 역전을 당하는 등 마지막까지 치열한 시소 경기를 이어갔고 힘든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리의 주역은 마지막 4쿼터까지 코트에서 버틴 ‘철인’ 라틀리프와 고비마다 득점을 더한 문태영 등이었지만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20여분을 견실하게 책임진 크레익이 아니었다면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의 수모를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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