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OKC 올 시즌 최악의 경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토요타 센터에서 열린 2017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휴스턴 로케츠에 87-118로 완패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시즌 들어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들의 결정적인 패인 네 가지를 짚어봤다.

1. 리바운드 싸움 완패

모두가 알다시피, 양 팀의 장단점은 정반대다. 휴스턴은 리그 최고의 3점슛 팀이지만 골밑이 약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정규리그에서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지만 3점슛 성공률 꼴찌(32.7%)에 그쳤다.

그래서 썬더는 이날 휴스턴의 3점슛을 막는 데 주력했다. 라이언 앤더슨(0/4), 루 윌리엄스(0/3), 에릭 고든(2/5), 트레버 아리자(0/1), 제임스 하든(3/11)의 외곽포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오클라호마시티가 휴스턴의 3점슛을 신경쓰느라 자주 골밑을 비웠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휴스턴은 총 1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낚아채며 3점슛 부진을 만회했다. 이는 오클라호마시티보다 7개나 더 많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체 리바운드 숫자에서도 로케츠가 썬더를 56-41로 압도해버렸다. '보드 장악력'이라는 최대 장점을 잃어버린 오클라호마시티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완패했다.

2. 끔찍한 픽앤롤 수비

휴스턴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픽앤롤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10년 넘게 픽앤롤을 주요 전술로 활용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당연히 휴스턴의 픽앤롤에 대한 수비를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날 완전히 썬더의 픽앤롤 수비는 완전히 망했다. 휴스턴이 스티븐 아담스 혹은 에네스 칸터를 집중공략했기 때문이다. 타지 깁슨은 2대2 수비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이 때문에 로케츠는 깁슨보다는 아담스나 칸터 쪽으로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

아담스는 전형적인 골밑 수비수다. 페인트존 바깥에서 펼쳐지는 2대2 수비에는 영 재능이 없다. 볼 핸들러에 시선을 빼앗기다 자신의 마크맨인 스크리너를 번번이 놓치며 골밑 득점을 허용했다.

칸터의 수비력은 재앙 수준이다. 가로수비, 세로수비 아무 것도 안 됐다. 제임스 하든은 아예 대놓고 칸터를 외곽으로 끌고 나와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농락하기도 했다.

휴스턴은 이러한 픽앤롤 공격을 활용해 골밑 득점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무려 62점을 페인트존에서 뽑아내며 38점에 그친 오클라호마시티에 압승했다.

 

3. 웨스트브룩의 트라우마

러셀 웨스트브룩은 패트릭 베벌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13 플레이오프 1라운드 맞대결 도중 베벌리 때문에 무릎 부상을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 베벌리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작전타임으로 경기가 중단된 것을 모르고 웨스트브룩에게 '몸통박치기'를 날려 멀쩡한 무릎을 박살냈다.

이후 몇 년 동안 웨스트브룩은 베벌리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쉽게 짜증내고 흥분했다. 베벌리의 거친 반칙에 격분해 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2016-17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웨스트브룩은 휴스턴과의 정규리그 4경기에서 평균 36.3점 9.0리바운드 9.3어시스트 FG 44.7% 3점슛 37.1%(3.3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하지만 이날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다시 예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23개의 야투 중 17개를 실패하고 9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등 베벌리(21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3점슛 4개)와의 매치업에서 그야말로 완패하고 말았다. 베벌리의 찰거머리 같은 수비에 당황해 공격자 반칙을 범하기도 했다.

이처럼 베벌리는 웨스트브룩의 '크립토나이트' 역할을 잘해내며 팀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웨스트브룩이 베벌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4. 잦은 실책

베벌리가 일선에서 웨스트브룩을 압박하자, 썬더의 공격 전체가 흔들렸다. 패스는 불안정했고, 공격 흐름은 정체됐다. 마음이 급해지자 시야가 급격히 좁아졌고, 당연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웨스트브룩은 물론, 동료들 역시 실책을 남발하기 일쑤였다. 아담스는 상대의 트랩 디펜스에 갇혔고, 안드레 로벌슨은 오픈 슛 기회에서 라인을 밟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책들 때문에 흐름이 자꾸 끊겼다.

휴스턴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기가 눌린 탓이었을까. 오클라호마시티는 전체적으로 프로답지 못한 경기를 했다.

한편, 양 팀의 2차전은 20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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