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 KGC 박지훈은 최고의 식스맨을 상징하는 ‘식스맨상’과 올 시즌 가장 멋진 명장면을 만든 선수에게 주어지는 ‘Play of the Season’까지 2관왕을 차지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KGC의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인 박지훈을 <루키>가 만났다. 

*본 기사는 루키 5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 진행 날짜는 2023년 4월 5일입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전역 후 첫 시즌, 그리고...

2019-2020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박지훈은 지난 시즌 도중에 전역했다. 잘하겠다는 다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복귀 초기에는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던 박지훈.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반등에 성공한 박지훈은 시즌 막판부터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KGC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기여했다. 

“처음에는 돌아와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마음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는데 플레이오프 들어가기 전에 6라운드쯤부터 마음을 비우고 임하면서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플레이오프는 처음이었는데, 시리즈마다 분위기가 또 다르니까 그런 점이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안양 팬들이 팀을 아껴주시는 게 되게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기도 했죠.”

지난 시즌 복귀 후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이번 시즌을 맞이하는 박지훈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의 소속팀 KGC 또한 김승기 감독이 떠나고 김상식 감독이 부임하는 변화가 있었다. 자신을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박지훈은 비시즌부터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갔다.

“지난 시즌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챔피언결정전까지 갔음에도 아쉬움이 있었어요. 비시즌 휴가 때부터 스킬 트레이닝도 많이 받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쉬려고만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에 꼭 다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꼭 팀에 도움이 되면서 저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안양의 슈퍼 식스맨

철저한 준비 끝에 이번 시즌을 맞이한 박지훈. 그는 공수 양면에서 팀의 에너자이저 역할을 해내며 KGC의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정규리그 종료 후 시상식에서 개인 타이틀 2관왕을 거머쥐기도 했으나 박지훈은 본인의 활약에 높은 점수를 주진 않았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점수로 친다면 10점 만점에 5.5점 정도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는 더 박하게 해야 한다고 봐요. 아직 (변)준형이나 (허)훈이, (김)선형이 형처럼 한 팀의 주전 가드라는 인식은 아닌데 그럴 정도로 성장하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성장해야 하는 단계고 한 시즌 주변에서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부족함이 너무 많아요.”

큰 부상 없이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한 박지훈. 주목할 점은 그가 변준형이 결장한 정규리그 최종전을 제외하면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했다는 것이다. 주전보다 들쑥날쑥한 출전 시간에 애를 먹을 법도 했지만 역할에 잘 적응한 박지훈은 식스맨상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식스맨으로 거듭났다.

“선발로 나가지 않아서 식스맨이지 저는 식스맨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늦게 들어가면 경기를 보면서 팀에 뭐가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어 오히려 잘 준비해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감독님께서도 실수하면 바로 빼거나 하시지 않고 믿음을 주셔서 더 편하게 플레이했던 것도 큰 힘이 됐어요.”

뒤늦게 들어가면서 에너지를 비축해둔 덕분일까? 유독 4쿼터만 되면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했던 박지훈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캐롯과의 3라운드 경기. 박지훈은 당시 4쿼터 마지막 18초 동안 7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발휘하며 ‘지훈 타임’을 만들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박지훈은 캐롯 전 이후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고 한다.

“캐롯 전 이전에는 계속 부진했는데 그런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감이 붙는 계기가 됐어요. (승부처에 잘하는)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웃음) 2쿼터와 4쿼터에 주로 기용해주셔서 4쿼터에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후반에 집중을 더 잘하는 것 같긴 해요. 어쨌든 승부처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전부 4쿼터가 되면 집중력이 더 높아져요.”

박지훈을 비롯해 주전-백업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을 펼친 KGC는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개막 전 정규리그 우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KGC. 팀 내에서도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즌 전에는 저희도 우승하겠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연습경기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고 컵 대회에서도 LG에게 크게 지고 그랬죠.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시즌 딱 들어가니까 다들 각성한 것처럼 잘했어요. 잘 맞아가면서 특히 어려운 경기를 잡아낸 것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 경기를 졌으면 우승하기 힘들었는데 선수들이 잘 이겨냈어요.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도 큰 원동력이 됐죠.”

“5라운드 후반부터는 우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즌 중반에도 지금처럼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한 번 연패하면 엄청 위험해질 수 있었는데 5라운드까지 추격을 잘 뿌리치면서 승수를 쌓고 어려운 경기를 이기면서 일본 가기 전에 좋은 상황을 만들어놓고 떠날 수 있었죠.”

KGC가 강한 이유

이번 시즌 KGC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KBL에 복귀한 김상식 감독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함께 호평을 받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자율 속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자체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김 감독 특유의 모션오펜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KGC 선수단에 유연하게 녹아든 상태다. 

“감독님께서 짜인 틀 안에서 자율성을 많이 부여해주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농구를 많이 했는데 그렇게 해주시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자유롭게 운동했지만 그 속에서 선수들이 부족해서 더 하려고 했던 것 같고 그게 프로인 것 같아요. 안주하면 그저 그런 선수로 도태될 수 있는데 부족함을 느끼고 노력하면 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팀 시스템을 보고 딱 프로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의 모션오펜스는 처음 맞이하니까 초반에는 호흡이 안 맞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워낙 잘 맞춰오고 해서 익숙해졌어요. 그래서 현재는 기존의 모션오펜스에서 더 옵션을 붙여가면서까지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KGC가 좋은 팀 문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베테랑 양희종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김상식 감독의 말에 의하면 코치는 아니지만 코치 같은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양희종이다. 박지훈 또한 양희종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고 ‘역대급 마무리’라는 평가를 받은 그의 은퇴식에서도 깊은 울림을 받았다고 한다. 

“(양)희종이 형의 존재감은 대단하죠. 벌써 내년이 걱정될 정도에요.(웃음) 은퇴식에서는 팬들의 열기에 저도 소름이 돋았고 뭉클해졌어요. 프로에 와서 은퇴식을 여러 번 봤는데 희종이 형 은퇴식이 단연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렇게 은퇴하면 멋있고 여한이 없겠다 싶었죠. 그래서 무조건 희종이 형을 위해 이번 시즌에 통합 우승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KGC는 2018년 11월 26일, 신인드래프트에서 변준형을 선발한 뒤 같은 날 KT와의 트레이드로 박지훈을 영입했다. 같은 날 팀에 입단한 박지훈과 변준형의 나이는 한 살 차. 포지션 경쟁 상대로 의식할 수도 있는 두 선수지만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며 나란히 성장하고 있다. 변준형, 박지훈은 ‘인삼신기’의 계보를 잇는 선수로 거론되기도 한다.

“(변)준형이와는 어쩌면 서로 경쟁 상대지만 1번과 2번으로 같이 뛰면서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준형이도 워낙 공격적인 스타일이고 저도 그래서 같이 뛰면 빠른 공격을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팬들도 더 재밌게 농구를 보실 것 같아요.”

“인삼신기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좋고 감사하죠. 초대 멤버부터 형들이 워낙 잘생긴 것뿐만 아니라 실력도 출중하신 분들이잖아요. 그런 멤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꼭 계속 안양에 있고 싶은 마음도 큰 것 같아요.”

박지훈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사실은 KGC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팬들을 향해 인사를 전해달라는 요청에도 웃으며 답을 남겼다.

“안양 팬들의 열기가 항상 다른 팀과 다르다고 느껴요. 정규리그를 잘 마쳤고 이제 플레이오프가 남았는데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꼭 통합 우승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 드릴 테니 끝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안양 팬들 덕분에 정말 큰 힘을 얻고 있어요. 항상 감사드리고 통합 우승하는 모습까지 꼭 지켜봐 주세요!”

Profile
생년월일 : 1995년 1월 21일생
신장 : 184cm
출신교 : 송림초-송도중-송도고-중앙대
프로 데뷔 : 2016년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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