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을 맞아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다. 이름하야 ‘메디컬 리포트’.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네 번째 시간의 주제는 햄스트링 부상이다.

질문 및 정리: 이동환 기자

답변: 김두한 교수

 

Q. 햄스트링 부상은 최근 농구 팬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의외로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부상인 것 같습니다. 일단 햄스트링은 어떤 부위인가요?

A. 햄스트링(Hamstring)은 운동선수들에게 발생하는 근육 손상 중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이자, 플래잉 타임을 오래 빼앗는 부상 중 하나입니다. 허벅지 뒤쪽에 있는 가장 큰 근육 3개 대퇴이두박근 (biceps femoris muscle), 반건양근 (semitendinosus muscle), 반막근(semimembranosus muscle) 을 합쳐 ‘햄스트링’이라고 합니다.

  
Q. 보통 햄스트링을 다치면 최소 4주 이상의 휴식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햄스트링 부상이 이렇게 긴 회복 기간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햄스트링이 달리기, 점프 등 기본적인 활동을 할 때도 많은 일을 하는 근육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농구에 기본이 되는 스프린팅, 방향전환, 점프, 급가속 등을 할 때 이 근육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상이 발생하면 충분한 기간의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림을 이용해 더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러닝을 할 때 햄스트링의 길이 변화를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착지 직전에 고관절은 앞으로 굽혀지고, 무릎이 펴지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 허벅지 뒤쪽에 위치한 햄스트링이 가장 길게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근육의 길이는 늘어나지만 햄스트링은 수축을 시작하기 때문에, 근육에 큰 부하가 주어져 손상이 발생 가능합니다. 또한 방향전환이나 발차기를 할 때 근육이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Q. 햄스트링 부상도 가벼운 손상부터 심각한 경우 파열까지 그 정도가 다를 것 같은데요. 그 정도마다 어떻게 관리되고 회복기간과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햄스트링의 부상의 정도를 구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쉽게 나누는 분류를 말씀드리면 1기는 근육의 파열없이 MRI상에서 염좌 소견만 보이는 경우, 2기는 근육의 부분 파열이 일부 관찰되는 경우, 3기는 명확한 근육 실질부의 파열이 확인되는 경우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근육이 붙어 있는 골반뼈에 골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건열골절). 손상이 거의 없는 1기 인 경우에는 보통 1개월 전후로 복귀 시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만 2기 이상, 명확한 손상이 관찰되는 경우에는 6주 이상의 충분한 회복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햄스트링이 부상 상황에 따라서 1형과 2형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1형은 축구, 농구, 육상처럼 스프린팅 종목에서 잘 발생하며, 2형은 댄서나 발차기 동작을 하는 종목에서 과도하게 햄스트링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타입입니다. 1형의 경우에는 햄스트링의 힘줄과 근육사이에서 손상이 생기는 반면, 2형의 경우에는 힘줄이 뼈에 부착되어 있는 부위가 다치기 쉽습니다. 두 경우를 비교하면 2형 손상이 회복이 더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다른 하체 부위의 경우 한쪽을 다치면서 다른 부위도 복합적으로 함께 다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요, 햄스트링 부상의 경우 그런 경우는 없나요?

A. 햄스트링도 다른 하체근육과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있을 때 조화롭게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부상과의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전방십자인대(ACL)과의 관련이 높은 점입니다.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시행할 때, 십자인대를 대신할 이식물로 햄스트링 중 하나를 주로 사용합니다. 또한 전방십자인대가 다치면 정강이뼈가 앞으로 밀려나가게 되는데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무릎 뒤쪽에서 작용하는 햄스트링은 과긴장 또는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Q. 크리스 폴이나 자이언 윌리엄슨 같은 케이스를 보면 하체와 둔부 근육이 발달한 선수들이 오히려 고질적으로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는 것 같더라고요. 햄스트링의 길이와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혹시 햄스트링 부상을 자주 당할 수 있는 신체적 구조라는 게 따로 있을까요?

A. 햄스트링 부상을 입을 수 있는, 또는 부상 후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로 알려진 조건들은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나이입니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햄스트링의 부상율은 올라가며, 23세 이상 선수는 23세 이하 선수보다 약 4배 가까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근력의 부족, 하지 부상 경험, 햄스트링 유연성 등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신체적 구조적 측면에서는 명확히 밝혀진 요인은 없습니다. 제한된 연구이긴 하지만 햄스트링의 힘줄이 좁거나 짧을 때 부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Q. 지난 10월에 러셀 웨스트브룩이 자신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벤치에서 출전한 것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서 꽤 논란이 됐었습니다. 자신의 출전 루틴 변화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스포츠 의학적으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까요?

A.  저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셀처럼 운동능력을 극대화하여 플레이하는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루틴과 출전 패턴이 십수년동안 일정했기 때문에, 몸이 그 패턴에 적응해 있을 것입니다. 30대가 넘은 나이에도 똑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출전 패턴이 바뀌면 신체의 리듬 또한 바꿔야 합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패턴을 적응하는 데에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NBA에서 레전드급 선수이니 본인의 몸의 변화를 아주 민감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제임스 하든은 2021년 플레이오프 때 당한 햄스트링 부상 재활을 하면서 그 해 여름을 보냈고, 이것이 2021-2022시즌의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던 바 있습니다. 사실 하든의 경우 햄스트링 부상 재활로 인해 다른 훈련을 하지 못한 여파가 컸는데요, 그와 별개로 햄스트링 부상 경력이 과거 전방십자인대나 아킬레스건처럼 선수의 향후 퍼포먼스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상일까요?

A.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한번 부상을 입은 선수들에게는 재발율이 매우 높은 부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훈련이 제한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재발을 분석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햄스트링 부상의 재발율은 15%부터 많게는 60%까지 아주 높게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하든의 경우 30세 이상 나이로 이미 여러 차례 햄스트링 부상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재발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부상 예방을 위해 운동량 및 훈련 방법을 모두 바꿔야 할 것입니다. 즉 퍼포먼스 향상에 훈련의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부상 예방에 집중해서 훈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보통 햄스트링 부상은 예기치 못하게, 운 없이 갑자기 당하는 부상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스포츠의학적으로 햄스트링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은 어떤 준비와 관리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A. 재발이 많은 부위이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량의 관리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햄스트링 부상 이후 복귀 과정에서 운동량 조절을 하지 않아 3주만에 부상이 재발한 선수의 예시입니다. 

 
따라서 선수들이 이상적으로 운동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 추천되는 방법으로는 1달 단위로 운동량을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4주간의 평균 운동량을 장기 운동량 (체력)으로 계산하여 최근 1주일간의 운동량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으로 운동량을 계산하였을 때, 90%~130%사이가 부상율이 낮게 유지되는 비율이었습니다. 반대로 150%가 넘어가면 여러가지 부상율이 올라간다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햄스트링 뿐 아니라 근육이나 힘줄 부상인 환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햄스트링 근육의 활성화 및 강화 운동입니다. 노르딕 햄스트링 운동 등과 같은 근육 강화 운동이 예방에 도움 된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또한 근신경계를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밸런스 트레이닝도 도움이 됩니다. 워밍업과 운동 후 쿨다운 운동 및 스트레칭 또한 근육의 회복에 도움이 되어 부상율을 낮춘다는 보고들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후 복귀를 위한 부상프로그램이 단순히 4주 또는 6주라는 시간 의존성 프로그램 되어서는 안 되며, 선수 맞춤의 단계별 프로그램이어야 합니다. MRI나 통증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완전한 회복까지 장시간 소요되는 경우도 있으며, 그 반대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훈련의 진행은 부상 선수가 기능적으로 준비가 되었는지 의료진과 함께 평가하며 시행되어야 합니다. 

 

Profile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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