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NBA, 경기장 밖에서 떠도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더 NBA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코너가 루키피디아다. 이번 시간은 트레이드 시장 마감 후 팬들의 시선이 쏠리는 바이아웃에 대해 알아본다. 

*본 기사는 루키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쏠쏠한 보강 카드 바이아웃, 왜 나올까?

2022-2023시즌 NBA 트레이드 마감일은 한국시간으로 2023년 2월 10일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드 마감일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의 이동은 끝나지 않았다. 팬들의 눈은 곧바로 바이아웃 시장으로 향했다.

바이아웃은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가 구단과 합의점을 찾아 잔여 연봉 중 일부를 포기하고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것이다. 선수는 일정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자유롭게 팀을 물색할 수 있게 된다.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은 일반적인 방출과 비슷하지만, 구단과 선수의 합의로 이뤄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바이아웃과 웨이버의 결정적 차이는 샐러리캡 반영에서 나온다. 웨이버로 선수와 결별할 경우 연봉이 그대로 샐러리캡에 잡히지만, 바이아웃으로 합의한 뒤 내보낸다면 선수가 포기한 금액만큼이 샐러리캡에서 지워진다. 구단들이 일방적인 방출보다 바이아웃을 선호하는 이유다.

바이아웃은 구단과 선수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진행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포기한 금액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팀을 옮기는 보람이 있을 터. 우승을 위해 반지원정대로 합류하는 선수들도 있고,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아 떠나는 선수들도 있다. 본래 이적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샐러리 맞춤용 카드로 트레이드된 뒤 바이아웃으로 시장에 나가는 경우도 많다. 

구단들은 바이아웃을 통해 팀 플랜에 어긋난 선수를 내보내면서 로스터에 여유를 만들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 굳이 팀의 계획과 맞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을 터. 그뿐만 아니라 구단에 헌신해왔던 선수의 앞길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바이아웃을 결정한 케이스도 종종 나온다. 

바이아웃으로 선수들이 팀을 많이 옮기는 시기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비시즌 기간이고, 두 번째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후다. 비시즌에는 팀이 개편에 나서면서 방향성과 맞지 않는 선수와 바이아웃으로 이별하게 되고,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 뒤에는 마지막 쏠쏠한 전력 보강을 위해 바이아웃을 활용하는 케이스가 많다. 

바이아웃의 경우 데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실질적인 데드라인은 한국시간 기준 매년 3월 2일이다. 3월 2일 이후에 타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는 영입하더라도 플레이오프 로스터에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아웃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팀의 대부분은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팀이다. 

주목할 만한 바이아웃 이적생

그렇다면 이번 시즌 바이아웃으로 팀을 옮긴 선수 중 가장 이목을 끈 선수는 누가 있을까? 일단 MVP 출신 가드 러셀 웨스트브룩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웨스트브룩과 레이커스의 동행은 두 시즌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웨스트브룩은 데드라인 마감을 앞두고 유타로 트레이드됐고, 유타에서 뛰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장에 나온 그의 행선지로는 시카고와 클리퍼스를 포함해 여러 팀이 거론됐다.

웨스트브룩은 클리퍼스를 새로운 소속팀으로 선택했다. 오클라호마시티 시절 동료였던 폴 조지와 재회하게 된 웨스트브룩. 클리퍼스는 웨스트브룩 합류 후 내리 5연패를 당하며 삐걱거리는 듯했으나 이후 4연승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웨스트브룩과 레이커스에서 뛰며 절친으로 거듭났던 베벌리도 트레이드 후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베벌리가 향한 곳은 시카고. 시카고는 론조 볼의 시즌 아웃 부상 여파로 가드진의 수비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던 팀이다.

반대로 시카고를 떠난 선수도 있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고란 드라기치는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와 1년 계약을 맺었으나, 바이아웃을 결정하면서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팀을 나오게 됐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큰 드라기치는 밀워키 유니폼을 입었다.

클리블랜드에서 로테이션 아웃된 케빈 러브는 바이아웃 후 마이애미로 향했다. 설 자리를 잃었던 러브는 새로운 팀에서 주전으로 출전하며 플레이오프 무대 복귀를 꿈꾸고 있다.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뎁스가 얇아진 피닉스는 득점력이 좋은 식스맨 테렌스 로스를 품었다. 돈치치-어빙 백코트 듀오를 구축했지만 추가적인 전력 보강이 필요했던 댈러스는 저스틴 할러데이를 데려갔다.

서부 1위 덴버는 레지 잭슨을 데려가며 볼 핸들러를 추가했고, 필라델피아는 백업 센터 드웨인 데드먼을 영입했다. 이렇듯 NBA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자원들이 이번 시즌도 바이아웃을 활용해 강팀에 합류한 사례가 많았다.

바이아웃을 선택했으나 노쇠한 기량 탓에 쉽게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존 월과 서지 이바카가 대표적인 케이스.

NBA의 대표 악성 계약자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존 월은 이번 시즌 휴스턴과 바이아웃 후 클리퍼스에 합류해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월의 기량은 이미 부상 여파로 너무 많이 꺾인 뒤였고, 그를 향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클리퍼스는 월을 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이전 소속팀인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월은 곧바로 바이아웃에 합의했다.

하지만 클리퍼스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 탓에 월을 찾는 팀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시즌은 물론 앞으로도 NBA에서 월을 찾는 팀이 나올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한편, 바이아웃이 스타 플레이어를 많이 보유한 강팀의 특권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승에 근접하거나 슈퍼스타가 속한 팀이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이아웃 시장에서 유리해 전력 불균형을 더욱 부추긴다는 시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수단에 올스타 배지가 41개가 모인 2020-2021시즌의 브루클린이다.

당시 제임스 하든,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으로 이어지는 빅3를 구축했던 브루클린. 여기에 화려한 이력을 보유한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블레이크 그리핀까지 바이아웃을 통해 시즌 중에 반지원정대로 합류했다. 브루클린은 알드리지와 그리핀의 영입으로 마지막 조각을 채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 플레이어에 많은 연봉이 쏠린 팀일수록 샐러리 캡 여유가 부족해 뎁스 보강이 어려운데, 바이아웃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브루클린으로선 큰 출혈 없이 약점이었던 빅맨진을 보강한 셈이다. 그리핀의 경우 디트로이트 시절과 브루클린 이적 후 플레이에 큰 차이가 있다며 태업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Behind story
바이아웃에 얽힌 뒷이야기

레이커스는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웨스트브룩과 베벌리를 내보냈고, 두 선수는 모두 새 구단과 바이아웃에 합의했다. 만먁 웨스트브룩과 베벌리가 바이아웃 후 레이커스로 돌아올 의사가 있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정답은 NO다. 과거에는 가능했지만, 클리블랜드에서 뛰었던 ‘Z맨’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카스 룰에 의해 이 방법은 불가능해졌다. 

일가우스카스는 클리블랜드에서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된 뒤 바이아웃에 합의하고 클리블랜드로 복귀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충분히 구단과의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 이후 룰이 개정되어 구단은 트레이드한 선수와 해당 시즌 동안 다시 계약할 수 없다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일가우스카스 사례가 있기 전에는 댈러스에서 뉴저지로의 트레이드를 앞뒀던 제리 스택하우스가 “난 30일만 쉬고 댈러스로 돌아간다”는 말을 남겨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스택하우스가 포함된 트레이드는 템퍼링 논란 끝에 취소됐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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