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전술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제 코트에서 벌어지는 전술들을 모두 이해하기에 일반 팬들에겐 어렵고 낯선 부분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알고 봐도 농구는 훨씬 재밌어진다. <전술 딕셔너리> 코너를 통해 대표적인 전술 용어와 그 의미를 함께 알아보자.

 

인버티드 픽앤롤(Inverted Pick and Roll)

현대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 옵션은 단연 2대2 게임이다. 볼 스크린을 활용한 2대2 게임은 가드들의 공격을 살릴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골밑 공략을 통해 외곽의 파생 공격까지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2명의 선수가 전개하기 때문에 옵션이 다양하고, 상대 수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현대농구의 가장 중심적인 전술로 자리잡았다.

현대농구가 2대2 게임을 중심으로 공격이 전개되면서, 많은 변형된 전술이 등장했다. 스페인 픽앤롤, 램 픽앤롤, 웨지 픽앤롤 등 1명의 선수를 추가적으로 2대2 게임에 가담하게 하는 패턴이 생기는가 하면, 픽앤롤이 일어나는 위치가 탑, 사이드, 코너, 엘보우, 3점 라인과 하프라인 사이의 매우 먼 지점 등 다양한 곳으로 조정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인버티드 픽앤롤은 현대농구의 포지션 파괴과 2대2 게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대표적인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픽앤롤은 가드가 핸들러, 빅맨이 스크리너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인버티드 픽앤롤은 상황이 반대다. 빅맨이 핸들러, 가드가 스크리너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대 수비에 혼선을 준다.

인버티드 픽앤롤은 빅맨의 볼 핸들링 기술과 슈팅력 향상이라는 진화가 선행됐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현대농구에서 빅맨은 골밑을 공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곽에서 드리블, 핸드오프 패스 등 다양한 옵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최근 들어서는 웬만한 가드, 포워드 못지 않은 볼 핸들링 능력을 활용해 아예 픽앤롤 핸들러까지 맡으면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덴버의 니콜라 요키치, 필라델피아의 조엘 엠비드, 레이커스의 앤써니 데이비스 등이 인버티드 픽앤롤의 핸들러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 수비를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레이커스는 2019-2020시즌에 데이비스가 핸들러, 알렉스 카루소와 라존 론도 같은 자원들이 스크리너 역할을 수행하는 인버티드 픽앤롤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본 바 있다.

 

디깅(digging)

영단어 ‘디그(dig)’는 ‘파다’ 혹은 ‘파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농구에 이 단어에서 파생된 용어가 있다. 다름 아닌 디깅이다.

농구에서 디깅이란 포스트업 수비 시에 포스트업 공격을 진행하고 있는 공격수를 막는 수비수가 아닌 다른 수비수가 포스트업이 일어나는 지점으로 내려와 견제를 펼치는 수비를 말한다. 단순히 말하면 디깅이란 포스트업을 막기 위한 다른 수비수들의 헬프 동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디깅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어느 각도에서, 어느 타이밍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상대 공격에 혼선을 줄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달라지기 때문에다. 이는 포스트업에 대한 더블 팀 수비의 변화와 활용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는 이 같은 디깅을 아예 하지 않기도 한다, 우리 팀의 수비수가 1대1 포스트업 수비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상황에 보통 그런 선택을 한다. 반면, 디깅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포스트업이 일어나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원 카운트(one conunt) 거리에 있는 수비수가 페인트존 근방과 3점 라인 근방을 부지런히 오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45도 윙에 서 있는 수비수가 디깅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수비를 하는 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디깅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공격수가 예상할 수 있거나 눈에 뻔히 보이는 타이밍에 디깅을 시도했다가는 패스 한 번에 자신의 본래 마크맨에게 오픈 찬스를 내주기 십상이다. 때문에 많은 팀들은 포스트업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는 디깅을 시도할 수비수가 페인트존을 왔다갔다하는 스턴트(stunt) 동작을 통해 페이크를 넣고, 포스트업 공격수가 볼을 밖으로 빼기 어려운 RA 구역 근처에 진입하거나 피벗 풋으로 턴 동작을 가져갔을 때 디깅을 제대로 하도록 지시하곤 한다. 결국 디깅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타이밍에 동작을 가져감으로써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어먹는 것이다.

물론 디깅이 항상 팀 수비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4쿼터에 디깅을 무리하게 시도했다간 자신의 마크맨에게 돌아가는 리커버리(recovery)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대에 너무 좋은 찬스를 내줄 수 있다. 디깅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이미지 제작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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