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가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다. 이름하야 ‘메디컬 리포트’.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세 번째 시간의 주제는 슬개건 부상이다.

Q. 슬개건 부상은 전방십자인대 부상에 비해 무릎 부상 중에서는 그렇게 유명한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슬개건은 정확하게 어떤 분위인가요?

A. 슬개건은 우리 무릎의 앞쪽에 있는 슬개골의 아래쪽에 붙어 있는 구조입니다. 슬개건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힘줄. tendon)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은 근육에서 연장되어 뼈에 부착하는 구조물을 말하며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할 때 그 힘을 뼈에 전달하여 관절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슬개골 위쪽에는 대퇴사두근(앞허벅지근육)과 대퇴사두건이 있어 다리를 펼 때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하며 큰 역할을 합니다. 슬개골의 아래쪽에는 근육 (슬개근) 은 없고, 비교적 단단한 슬개건으로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무릎을 펼 때, 대퇴사두근이 일을 하지만 힘의 부하는 대퇴사두건과 슬개건 모두에게 전달이 됩니다.

 

  
Q. 올 시즌에 삼성생명이 키아나 스미스가 슬개건 파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부상 당시에 많이 고통스러워해 팬들이 안타까워했는데요, 슬개건 파열은 보통 어떤 상황에서 당하는 부상인지 궁금합니다.

A. 슬개건 부상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 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평소 슬개건염이 있어 슬개건이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나 통증 조절을 위해 슬개건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경우 등에서는 파열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키아나 스미스 선수와 같은 경우에도 부상당시 와 부상 전 경기에서 슬개건 테이핑을 하고 출전한 것으로 보아 만성적인 슬개건염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점프 후 한발 착지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발로 착지하면 순간적으로 큰 부하가 무릎에 전해지게 되는데 이 때 약해져 있던 슬개건이 파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아나 선수와 제레미 린 선수의 부상 영상을 보시면 불안정한 한발 착지 중에 발생하였습니다. 
 

Q. 최근에 NBA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는 안드레 로버슨도 최전성기에 슬개건 파열 부상을 입어 시즌아웃됐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로버슨은 이후에 완전히 기량이 쇠퇴하면서 NBA에서 사라졌는데요, 슬개건 부상을 입은 선수가 부상 이전의 운동능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가 되나요?

A. 네, 저도 슬개건 부상을 당한 선수 중 가장 안타까운 선수가 오클라호마시티의 주축 선수였던 안드레 로버슨입니다.. 슬개건의 부상은 비교적 선수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전방십자인대와 같이 부상 후 회복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연구에 의하면 슬개건 파열 이후 수술을 받았을 때 똑같은 스포츠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90%, 부상 전 같은 레벨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은 80% 전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NFL, NBA와 같이 피지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목의 엘리트 운동 선수들에서는 부상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2019년에 발표된 프로 선수들의 퍼포먼스 회복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NBA선수들도 92%의 높은 복귀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복귀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player efficiency  rating (PER)을 측정해 봤을 때 복귀 1년차에는 약 14%의 하락이, 2년차에는 20%의 하락이 측정되었으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복귀 후 3년차 전후에 은퇴를 하였습니다.

 

Q.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나 아킬레스건 파열은 엘리트 레벨의 경기에 복귀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의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상과 비교했을 때 슬개건 파열의 회복 프로세스와 필요한 재활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A. 슬개건 수술 후 회복에 필요한 기간은 아킬레스 건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략적인 재활의 과정을 설명해 드리면 1) 수술 후 약 6주간은 수술 부위가 안정될 수 있게 조심하면서 부분적인 체중부하 및 관절가동범위 확보를 합니다. 2) 수술 후 3개월까지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준비, 즉 정상 체중보행, 정상 가동범위 확보, 대퇴사두근의 부분적인 근력운동을 점진적으로 시행합니다. 3) 3개월 이후부터는 스쿼트, 한발 런지 등과 같은 밸런스와 근력을 병행, 부상 방지를 위한 무릎 감각 운동 등을 시작합니다. 동시에 종목별로 특화된 개인 drill을 단계적으로 시작합니다. 4) 이후 6개월 전후 부분적인 팀훈련 복귀, 전체 팀훈련 복귀, 연습경기 복귀 등의 단계를 거쳐 9개월 이후에 선수 상황을 보면서 완전 복귀 시점을 결정하게 됩니다. 

 

Q. 슬개건에 염증이 생기는 슬개건염도 있더라고요. 슬개건염이 상태가 심각해지면 슬개건 파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나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슬개건염이 진행되거나 만성적인 슬개건염이 있을 때, 상황에 따라 슬개건 파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슬개건염은 슬개건 부위 중 슬개골에 붙어 있는 부위에 부하가 반복적으로 누적되어 생겨 염증 (inflammation) 반응이 회복과정보다 더 빨리,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염증이 나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염증 반응은 우리 몸의 근육이나 건에 부하가 발생하여 미세손상이 생겼을 때 회복을 위한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염증 반응이 생긴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우리 몸은 복원이 되는데, 복원될 시간 없이 부하가 반복되면 염증이 건에 축적되어 통증을 유발시키고 정상 조직을 약화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Q. 카이리 어빙은 2015년 파이널 경기 도중 슬개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던 바 있습니다. 슬개골 골절과 슬개건 부상은 정확하게 구분돼야 할 것 같은데요. 슬개골 골절은 어떤 부상일까요?

A. 슬개골 골절 부상은 슬개건의 파열이 아니라 슬개골이 파열되는 부상입니다. 넘어질 때 슬개골에 직접적인 충격이 실려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운동선수들의 경우 순간적으로 대퇴대퇴사두근이 수축할 때, 큰 부하가 건에 전해지지 않고 슬개골에 전해질 경우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뼈가 부셔지는 골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슬개골 부상의 경우에는 건부상에 비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골절의 경우에는 수술로 뼈의 완전한 유합을 얻게 되면 재발없이 “완치"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릎이 안쪽으로 굽히는 걸 최대한 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슬개건 부상의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나 슬개건염을 관리하는 법이 따로 있을까요?

A. 슬개건염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의 부하를 관리하는 것과 해당된 건을 담당하는 근육의 꾸준한 강화 운동입니다. 지속적인 근육 및 건의 강화 운동을 통해서 충격이나 부하에 대한 저항성을 꾸준히 높혀주는 것이 통증과 부상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슬개건의 경우는 대퇴사두근의 강화 운동이 가장 중요합니다. 운동방법에는 등척성 강화운동 또는 원심성 수축 강화운동이 있습니다. 등척성 운동은 그림처럼 대퇴사두근에 힘이 들어가는 자세에서 버티는 운동입니다. 버티는 운동은 잡작스러운 부하의 증가 없이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법입니다. 이 동작이 익숙해지면 무릎의 굴곡각도를 서서히 증가시켜 대퇴사두근의 길이를 늘려주며 부하를 주는 원심성 수축 강화 운동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운동은 본 운동 전후에 꾸준히 시행하여 건의 내구성을 강화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Profile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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