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전술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제 코트에서 벌어지는 전술들을 모두 이해하기에 일반 팬들에겐 어렵고 낯선 부분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알고 봐도 농구는 훨씬 재밌어진다. <전술 딕셔너리> 코너를 통해 대표적인 전술 용어와 그 의미를 함께 알아보자.

 

플렉스 오펜스(FLEX offense)

현대농구의 모션 오펜스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된다. 팀 공격의 중심이 가드, 포워드, 빅맨에게 있는지, 그리고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오프 볼 무브 능력을 가지고 잇는지, 2대2 게임과 포스트업 공격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등에 따라 모션 오펜스의 세팅도 달라진다. 어떤 형태의 모션 오펜스로 공격을 세팅하느냐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공격 시도로 넘어가는 유연성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플렉스 오펜스는 포스트업 옵션을 가미할 수 있는 공격 세팅으로 현장에서 많이 활용된다. 플렉스 오펜스의 핵심은 플렉스 스크린이라는 동작인데, 플렉스 스크린은 한 차례의 크로스 스크린이 먼저 이뤄지고 이때 스크리너 역할을 한 선수에게 다운 스크린이 이뤄지는 형태로 구성된다. 크로스 스크린을 건 선수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는, 즉 스크리너에게 스크린을 걸어준다고 해서 STS(Screen The Screener)라는 표현으로도 불리는 플렉스 스크린 은 플렉스 오펜스의 가장 중심적인 움직임이 되고, 이후 다양한 오펜스 기회를 파생하게 된다.

플렉스 액션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두 번째 공격 옵션은 포스트업이다. 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스크리너가 곧바로 로우 포스트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포스트업 기회를 보는 것이다. 특히 KBL에서는 플렉스 오펜스를 세팅해 외국선수의 1대1 포스트업 공격 기회를 만드는 오펜스 세팅이 많이 활용된다. 반면 스페이싱과 3점 라인 공략을 중시하는 NBA에서는 근래 들어 플렉스 오펜스 활용 빈도가 줄어든 편이다. 페인트존 부근에서 3명의 선수가 서로 스크린을 걸어주는 플렉스 오펜스의 동작이 코트를 오히려 비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NBA에서 플렉스 오펜스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팀은 덴버다. 덴버는 자말 머레이가 페인트존에서 빠져나와 탑으로 올라오는 움직임을 살려주기 위해서 플렉스 오펜스를 활용한다. 머레이가 먼저 크로스 스크린을 세팅하고, 이후 다른 선수의 다운 스크린을 받아 탑으로 빠르고 길게 올라오면서 순간적이 캐치앤슛 3점 기회를 보는 것이다. 여기서 공격 기회가 여의치 않을 경우 곧바로 탑 픽앤롤로 공격을 전환하는 것이 덴버의 패턴이다.

 

램 픽앤롤(RAM pick and roll)

현대농구의 가장 핵심적인 오펜스 세팅은 단연 2대2 게임이다. 뛰어난 핸들러를 볼 스크린을 세팅을 통해 살리고, 핸들러가 직접 득점을 올리거나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킨 후 패스를 연결하면서 팀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다. 르브론 제임스, 제임스 하든, 데미안 릴라드 등 탁월한 핸들러 공격수가 넘쳐나는 NBA에서 2대2 게임은 이제 당연히 주류 중의 주류에 해당하는 공격이 됐다.

문제는 공격이 발달하는 만큼 수비도 그에 맞춰 발달한다는 것이다. 각 팀들은 스위치, 드랍 백, 헷지 앤 리커버리, 블리츠 등 다양한 형태의 수비법으로 2대2 게임을 저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대2 게임을 안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지도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2대2 게임을 팀 오펜스에 적용하곤 하는데, 램 픽앤롤 역시 그 중 하나다.

램 픽앤롤은 일반적인 2대2 게임에 간단한 사전 작업을 추가한다. 핸들러에게 볼 스크린(ball screen)을 걸어줄 선수를 위해 미리 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것이다. 즉 본격적인 2대2 게임을 전개하기 전에 스크리너를 위해 스크린을 미리 한 번 걸어주는 것인데, 이 스크린을 램 스크린(RAM screen)이라고 한다. 이 간단한 작업은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2대2 게임이 시도되는 위치로 뛰어나오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스크리너 수비수가 헷지, 블리츠 등 핸들러를 압박하는 동작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핸들러는 당연히 큰 이득을 보게 되고, 보다 쉽게 2대2 게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방법을 탑 픽앤롤이 아닌 사이드 픽앤롤에 적용하는 경우를 웨지 픽앤롤(WEDGE pick and roll)이라고 부르는데, 과거 샌안토니오가 토니 파커를 위한 웨지 픽앤롤을 통해 2대2 게임의 효율을 극도로 높였던 바 있다. 최근 KBL에서는 램 픽앤롤을 활용한 2대2 게임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2대2 게임의 종류에 단순한 픽앤롤, 픽앤팝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인 셈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이미지 제작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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