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가 생애 첫 MVP 수상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의 김단비는 6일 서울시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김단비는 총 110표 중 107표를 획득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생애 첫 MVP를 수상했다. 2007년 데뷔 후 무려 16년 만의 수상이다. 더불어 김단비는 2014-2015, 2016-2017시즌에 이어 커리어 세 번째 5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 우승했을 때 후보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번에 못 받으면 다음에 받겠지'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됐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MVP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려놓은 적도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했지만 그래도 제 이력에 MVP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기쁘고, 은퇴하기 전에 이날이 와서 기쁘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단비는 "우승을 확정하고 MVP에 대한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주변에서도 확신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다만 설레발은 안 치려고 했다. 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했다"고 말했다.

친정 팀 우리은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단비는 "연단에 올라갔을 때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오른쪽엔 신한은행, 왼쪽엔 우리은행이 있었다. 마음이 뭉클했다. 신한은행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저한테 친정 같은 곳이다. 항상 제 마음 한켠에 있는 팀이다. 우리은행은 너무 많은 축하를 해줬다. 파티 같았다. 그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양 팀에 대한 고마움을 모두 말했다.

5관왕을 차지하며 받은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묻자 김단비는 "MVP를 탄 선수들에게 들어보니까 상을 타면 받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다고 하더라. 사실 선물을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저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은 아니다. 주위 분들에게 많이 베풀고 싶다. 동료들에게 선물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과 재회하면서 생애 첫 MVP라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김단비는 "사실 상대로 뛸 때 원망스러웠을 때도 있다. 그래서 멘탈이 감자칩처럼 바사삭 흔들리고 잘 못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크게 원망은 안 했다. 감독님이 신한은행에 코치로 계실 때 4~5년 동안 배운 걸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슛도 못 쏘고 3점도 못 쐈다. 몸도 말랐었다. 70kg도 안 됐다. 탄력만 좀 좋은 선수였다. 그때 위성우 감독님이 힘들게 훈련시켜주시면서 기본기를 다잡아주셨다. 그때 배운 걸로 지금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원망스럽기보다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이 경쟁 의식을 느끼는 본보기로 남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단비는 "사실 저는 우리은행에서 연습하면서 (박)지현이를 보면서 참 잘한다고 생각했고 보고 배우는 것도 많다. 제가 열심히 이 자리를 지켜야 어린 선수들이 저를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과거에 저도 그렇게 컸다. '레알 신한' 시절에 좋은 언니들이 팀에 많았다. 저 언니 한 명, 한 명을 이기면 내가 저 자리에 가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제가 그 자리를 지키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것이고, 저를 이기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미 저를 이긴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제가 조금이라도 덜 늦게 어린 선수들에게 따라잡힐 수 있게 저도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자신이 몇 번째 전성기에 와 있는 것 같냐고 묻자 김단비는 "마지막 전성기 같다"며 웃어보였다.

김단비는 "마지막 전성기다. 언젠가는 내려갈 것이다. 그걸 항상 생각하고 있다.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MVP를 타는 게 좋은건가 싶기도 하다. 손흥민 선수 아버님이 MVP는 내려간다는 의미라고 하시기도 하셨다. 우리은행에 온 건 더 느리게 내려가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늦게 내려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농구를 즐기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김단비는 "어렸을 때는 농구가 다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농구가 다는 아니다. 실제로 요즘 선수 중에는 인생에 농구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더라. 저는 선수들이 농구를 좀 더 즐겼으면 좋겠다. 저는 즐기지 못했던 선수다. 이제는 힘들어도 더 즐기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걸 어린 선수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농구다. 끝까지 열정적으로 다들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대신 그 안에서 자기가 즐기고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챔프전 MVP가 탐나지 않냐는 질문에는 "사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은 어릴 때나 많지 이제는 경험이 너무 없다. 저도 (박)혜진이와 (김)정은 언니한테 빌붙어서 가야 하는 상황이다.(웃음) 긴장이 많이 된다. MVP보다도 이겨야 하고, 챔프전에 가야 한다. 일단 이기는 게 먼저다. 그리고 사실 제가 긴장을 되게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지금 챔프전 MVP까지는 생각하기 어렵고,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뛰겠다"고 답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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