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민재 기자 = 알렌 아이버슨의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란 말을 최근 실현하고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보스턴 셀틱스의 아이재아 토마스다. 175cm의 작은 키로 누구보다 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
키가 작은 토마스가 남들과 같은 기술을 갖췄다면 NBA 무대에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큰 상대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여러 기술을 매년 개발하고 습득하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연습벌레로 유명했다. 아침 6시에 농구 코트로 나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농구에 전념했다. 이러한 노력이 NBA 입성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토마스는 작은 신장을 이점으로 활용한다. 토마스가 큰 상대를 막기 어려운 만큼, 상대도 토마스를 수비하기 어렵다. 민첩성을 활용해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게 토마스의 장기가 되었다.

그중 하나가 하프 턴(Half Turn) 기술이다. 하프 스핀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반대편 방향으로 도는 척하다가 골밑 안쪽으로 질주하는 플레이다. 상대가 턴 동작에 신경 쓸 때 재빠르게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이다.

토마스의 전매특허 중 하나가 된 하프 턴 기술은 그가 개발한 게 아니다. 앤드원(And1) 길거리 농구 투어를 다니는 스타 스파이다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 한 것이다. 시카고 불스의 로빈 로페즈는 “토마스는 공간을 만든 뒤 림 안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상대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마무리까지 한다”며 칭찬했다. 

지난 2015-16시즌 전에는 외다리 점프슛까지 익혔다. 스티븐스 감독이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토마스는 스티브 내쉬가 했던 것처럼 한 발을 디딘 채 슛을 쏘는 것을 연습했다. 상대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그만의 방법. 토마스는 “신장은 문제 되지 않는다. 기술이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리그에서 알아주는 득점원이 되었다. 상대의 견제가 더욱 심해진 것은 당연지사. 토마스는 “상대팀은 나를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좋은 선수일수록 카운터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나뿐만 아니라 동료의 기회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마스는 최근 2대2 게임과 함께 포인트가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볼 배급과 경기 리딩을 맡는 포인트가드이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하는 학생이다. 매번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다. 픽-앤-롤 이후 어떤 움직임을 펼치는지 확인하고, 디시전 메이킹에 대해 공부한다. 이런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멘토
토마스는 특별한 케이스다. 작은 키로 NBA에서 성공한 역사상 몇 안 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를 향한 선배들의 따뜻한 격려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토마스는 이들을 멘토 삼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와 가장 비슷한 유형의 선수는 먹시 보그스다. 그는 160cm의 신장으로 1990년대에 활약했던 포인트가드다. 보그스는 작은 키에도 단단한 체구와 정확한 패싱 게임, 빠른 스피드 등으로 신장 열세를 지운 선수다. 단신 선수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존재다.

토마스와 보그스의 인연은 토마스가 워싱턴 대학을 다닐 때부터 이어졌다. 이후 토마스가 새크라멘토, 피닉스, 보스턴으로 이적할 때마다 자주 연락을 했다. 특히 보그스는 토마스의 벤치 출전에 대해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보그스는 “동료들의 플레이를 도와야 한다. 강력한 수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해야 하는 ‘득점’이다”고 말했다. 잇따른 트레이드로 위축될 후배에게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보그스 덕분에 토마스는 순식간에 보스턴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토마스는 매번 보그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고 한다. 토마스는 “보그스는 내가 언제든지 궁금증과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멘토다. 그처럼 되고 싶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토마스에게 보그스가 멘토라면, 알렌 아이버슨은 아이돌 스타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버슨의 플레이를 보고 자란 토마스는 아이버슨의 광팬을 자처하고 나선다. 그런 토마스가 최근 아이버슨과 자주 만나며 힘을 얻기도 했다. 지난 2016 올스타전, 토마스는 아이버슨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10~15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내 경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자주 보는지 알게 되었다.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 체급과 관계없이 매기는 랭킹) 최고의 선수가 나에게 그런 칭찬을 해서 믿기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나의 움직임을 왼손으로 재현까지 했다. ‘그가 진짜 내 플레이를 보는구나’라고 믿게 되었다.”

지난여름에는 토마스가 아이버슨 행사에 초청되기도 했다. 당시 아이버슨은 ‘알렌 아이버슨 셀레브리티 자선 농구 행사’를 열었다. 행사장에는 줄리어스 어빙, 라쉬드 월라스, 제롬 윌리엄스, 스티븐 A 스미스 등 농구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토마스도 여기에 초청됐다. 토마스는 아이버슨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 토마스는 유니폼에 사인까지 받았다. 토마스는 “집에 가져가 매우 안전한 장소에 넣어뒀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말이다. 내가 꺼내기 전까지 매우 안전하다”면서 소중한 사인 유니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토마스는 셀틱스 3년차 선수가 되었다. 셀틱스하면 가장 먼저 토마스가 떠오를 정도로 입지가 두터워졌다. 그런 그에게 NBA 레전드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주인공은 NBA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를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보스턴의 전설’ 밥 쿠지다. 그는 1950~60년대 보스턴에서 활약한 선수로서 6번의 NBA 챔피언십과 정규리그 MVP, 13번의 올스타 선정 등의 업적을 쌓았다. 

그는 올해 만 88세다. 그럼에도 그는 매번 셀틱스의 경기를 챙겨본다. 셀틱스 출신으로서 후배들의 플레이를 응원하기 위함이다. 쿠지는 토마스 플레이에 푹 빠진 것으로 보인다. 쿠지는 “토마스는 정말 독특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의 움직임과 민첩성은 수비할 수 없게끔 한다. 대부분의 선수가 그보다 신장이 크다. 이에 따라 상대가 그를 막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도움 수비를 펼치려고 하면 토마스는 플레이를 끝내놓는다. 정말 빠르다. 그는 특별한 선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마스가 처음 셀틱스로 왔을 때 몇몇 단점이 보였다. 그는 볼을 아무 데나 던졌고, 디시전 메이킹이 좋지 않았다. 포인트가드로서 아쉬움을 남겼다. 슛 셀렉션도 안 좋았고, 패싱 스킬도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이를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패스와 슛 셀렉션, 이 두 가지 단점을 지워나가고 있다. 그에게 한계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끝으로 쿠지는 토마스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토마스는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그 에너지가 경기 끝까지 이어진다. 그가 4쿼터에 유독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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